두 게임 연속 풀타임, 이승현 혹사의 진짜 문제

이준목 2023. 1. 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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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KCC 이끌어가야 할 주축 선수, '소탐대실'의 우 범하지 말아야

[이준목 기자]

프로농구 전주 KCC는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위권으로 처졌던 순위는 어느새 공동 5위(14승 15패)까지 반등했다.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이 살아나고, 부상 선수들도 하나둘씩 복귀하면서 점점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는 것.

특히 KCC 상승세의 중심에는 역시 이승현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국가대표 파워포워드 이승현은 FA자격을 얻어 친정팀 고양 오리온(현 고양 캐롯)의 유니폼을 입었다. 원주 DB에서 이적해 온 또다른 FA 허웅과 의기투합하며 KCC에서 새로운 토종 원투펀치를 구축했다.

이승현은 오프시즌 발목 수술의 여파로 초반 주춤했지만 경기를 거듭하면서 역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7일 현재 이승현의 기록은 11.1점, 6.8리바운드, 2.7어시스트 야투 46.3% 3점슛 31%를 기록중이다. 리바운드는 귀화선수인 팀동료 라건아를 제외하면 국내 선수중 1위다. 득점력과 슛감각이 다소 떨어진 게 아쉽지만, 그의 진가는 공격보다는 골밑에서 묵직한 플레이로 각종 궂은일을 전담하며 동료들을 살려주는 데서 나온다. KCC가 3라운드에서 6승 3패를 기록하며 반등할 수 있었던 데는 이승현의 존재감이 컸다. 

문제는 이승현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다보니 좀처럼 쉴틈이 없다는 것. 이승현은 데뷔 이래 항상 부동의 주전으로 활약하며 평균 출장시간이 30분 이하와 상위 10위권 이내로 내려간 일이 없다. KCC 유니폼을 입은 올시즌도 평균 33분 33초를 소화하며 이정현(고양 캐롯, 34분 38초)에 이어 리그 전체 출장시간 2위다.

올시즌 리그에서 평균 30분 이상을 출장하고 있는 선수는 총 9명이다. 이승현은 팀의 주포 역할을 맡고 있어서 많이 뛸 수밖에 없는 외국인 선수인 자밀 워니(서울 SK, 31분 12초), 오마리 스펠먼(안양 KGC, 30분 48초)보다도 더 많이 뛰고 있다. 이들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가드나 스몰포워드 포지션의 선수들이다. 현재 리그에서 30분 이상을 뛰고 있는 토종빅맨은 즉, 이승현 단 한 명뿐이다.

같은 출장시간이라고 해도 골밑에서 거친 몸싸움이 일상인 빅맨과, 다른 포지션의 체력부담은 차원이 다르다. 빅맨으로는 언더사이즈에 속하지만 이승현은 타고난 힘을 바탕으로 파워포워드와 센터까지 넘나들었고, 심지어 외국인 선수를 전담수비해야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승현과 함께 토종 엘리트 빅맨으로 꼽히는 김종규(원주 DB)나 오세근(안양 KGC)도 이승현만큼의 수비 부담이 주어지지는 않았다. 고양 오리온 시절부터 지금의 KCC에서 이승현의 휴식 시간을 보장해줄 백업 4번이 부실하다 보니 이승현의 출장시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이승현은 최근 2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이라는 진기록까지 세웠다. 이승현은 새해 첫 경기였던 3일 캐롯전에서 40분 풀타임을 뛰며 14점 14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팀의 79-72 승리를 이끌었다. 이어 불과 이틀 휴식 이후 3일만에 열린 SK와의 경기에서는 또다시 40분 풀타임을 뛰며 11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분전했으나 이번엔 70-78로 석패했다. 자연히 '혹사'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창진 KCC 감독은 지난 3일 캐롯전 당시 이승현의 풀타임 출전에 대한 질문을 받자 "선수가 출전시간에 대한 욕심이 많다. 힘들면 바꿔 달라고 이야기 하는데 이날은 그런 요청도 한 번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겸연쩍었는지 "선수를 40분 내내 투입한 건 감독의 잘못이다. 연패를 당하기 싫어서 계속 투입했다.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미에나마 잘못을 다소 인정하기는 했다. 하지만 불과 3일뒤 경기에서도 전창진 감독은 또다시 이승현을 40분 풀타임으로 기용했다.

물론 이날 경기가 접전이었고 KCC에 가용자원이 부족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그런 사정은 그동안의 다른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승현은 SK전에서 투혼을 발휘했지만 어쩔 수 없는 체력적 부담을 드러냈다. 시도한 야투 12개중 5개만 링을 갈랐다. 

설상가상 KCC는 하루 휴식 이후 8일에는 삼성전, 10일 KT전을 줄줄이 원정으로 치러야 한다. 체력이 고갈된 이승현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라면 KCC는 힘든 일정을 치러야 한다.

이승현은 이미 비시즌간 지난 수년간 누적된 피로의 영향으로 발목수술을 받아야했고 이 때문에 국가대표팀 소집도 건너뛰어야 했다. 이승현은 앞으로도 몇 년간 KCC를 이끌어가야 할 주축 선수다. 지금처럼 풀타임으로 기용되다가 또 다시 부상을 당하면 대안도 없다. KCC로서는 그야말로 소탐대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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