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와이어리스 TV" CES서 자랑한 두 기업, 비교해보니
“이 TV는 ‘세계 최초’로 전선을 없앤 와이어리스 TV입니다.”
6일(현지시간) ‘소비자가전쇼(CES) 2023’이 열린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 메인홀에는 두 기업이 서로 ‘세계 최초 무선 TV’를 개발했다고 자랑했다. 바로 LG전자와 미국 스타트업 디스플레이스다. 이들은 모두 깨끗한 벽에 선이 연결되지 않은 TV를 붙여놓고 이번 전시 주력 제품으로 내세웠다.
LG전자, 시그니처 올레드 M CES서 첫 공개
‘LG 시그니처 올레드 M’은 LG전자의 야심작이다. CES 개막 하루 전인 지난 4일 진행된 자사의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LVCC 내 LG 부스에도 관람객들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자리에 화려하게 전시해놨다. 이 제품에 대해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은 “올레드 TV 10년의 자체 노하우를 담았다. 고객에게 다른 TV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감동을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그니처 올레드M은 내장 기술과 영상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올해 CES 혁신상을 받았다.
시그니처 올레드 M은 97형(인치) 크기로 영상을 무선으로 전송할 수 있다. 보통 TV는 셋톱박스와 유선으로 연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연결되는 선이 인테리어를 해친다는 고객 불만을 해결한 제품이라고 회사는 설명한다. 제품 반경 10m 이내에 셋톱박스를 두면 선 없이도 4K급 대용량 영상을 끊김 없이 실시간 전송해준다. 하지만 TV 본체의 전원은 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제품 딱 하나만 들고 참가한 미국 스타트업
미국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디스플레이스는 LG전자 부스와 대각선 방향으로 정반대 위치에 부스를 차려놨다. LG전자보다 약 25분의 1 크기도 안 되는 규모다. 규모가 작을 뿐 아니라 전시장도 단출하게 꾸몄다. 전시한 제품도 단 하나뿐. 부스 한가운데에 하얀 벽면을 설치해놓고 TV 두 대를 액자처럼 붙여놨다. 그 위에는 ‘세계최초 와이어리스 텔레비전’이라고 까만 글씨로 써놨다. 작은 부스지만 관람객들이 꾸준히 방문했다.
전원을 연결해야 하는 LG전자 제품과 다르게 디스플레이스의 TV는 배터리가 내장됐다. 디스플레이스에서 홍보대변인을 맡고 있는 에이 제이커쉬는 “한 번 충전으로 하루 6시간 TV 시청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30일 동안 무선으로 사용이 가능하다”라며 “뿐만 아니라 손동작만으로 줌인, 줌아웃 등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별도의 설치가 필요 없이 강력한 흡착성을 가진 진공부착 기술로 벽면뿐 아니라 창문 등 어디에도 붙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벽에 붙어있는 9.07㎏의 TV를 맨손으로 떼내어 부스에 설치된 강이 창문에 붙이는 시연을 해 보이기도 했다.
이 TV는 단독으로 작동하는 건 아니다. 베이스 유닛이라는 셋톱박스가 필요하다. 베이스 유닛에서 각종 입출력과 영상을 처리하면, TV에서 이를 무선으로 받아 화면을 송출하는 방식이다. 베이스 유닛 자체는 선으로 전원을 연결한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패널 자체는 독자 개발한 것은 아니며 LG의 OLED 패널을 사용한다고 한다.
에이 제이커쉬는 “한국 기업에서 세계 최초라고 말하지만, 그 제품에는 전원을 연결하는 선이 존재한다. 우리 제품이 완전한 무선 TV로 진짜 세계 최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이 우리를 인식해 이번 전시 직전에 ‘세계최초’라는 타이틀에 ‘거의(almost) 세계 최초’라고 표현을 바꿨다고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과 달리 LG 부스에서 시그니처 올레드 M을 소개하는 문구 중 ‘거의’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LG전자 관계자는 “4K OLED 등의 조건을 만족하는 제품 중에서는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이 기업은 1년도 안 된 신생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3월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TV 하나, 배터리 4개, 셋톱박스 하나로 구성된 전체 세트의 가격은 3000달러다. 화면 4개를 구매하면 9000달러다.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으며 올해 12월부터 미국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이달부터 온라인 예약은 가능하다.
디스플레이스 전시장을 들러본 한 TV 업계 관계자는 “화면 밝기도 어두운 편이며, 외관 등에도 문제점이 보인다”라며 “밝기와 배터리 용량을 계산했을 때 한 번 충전으로 한 달을 쓰는 건 어려워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라스베이거스=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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