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주짓수-킥복싱, 할리우드 대표하는 여전사
[양형석 기자]
90년대까지 할리우드를 상징하는 여전사 배우는 단연 <에이리언> 시리즈의 시고니 위버였다. <에이리언>은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감독이 리들리 스콧에서 제임스 카메론, 데이비드 핀처, 장-피에르 주네로 계속 바뀌었지만 주인공 엘렌 리플리를 연기한 배우는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실제로 185cm의 장신에 강인한 인상을 가진 시고니 위버는 어떤 위기에도 굴하지 않는 여전사 이미지에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배우다.
2000년대 들어서는 여전사들이 점점 다양해졌다. <툼 레이더>의 라라 크로프트를 비롯해 <미스터&미세스 스미스>,<원티드>,<솔트>,그리고 최근 <이터널스>까지 많은 액션물에 출연했던 안젤리나 졸리는 21세기 할리우드 최고의 여전사로 불리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2부작 액션영화 <킬 빌>에서 '복수의 화신' 베아트릭스 키도를 연기했던 우마 서먼 역시 2000년대를 대표하는 여전사 배우 중 한 명이다.
▲ <레지던트 이블>은 게임의 설정을 토대로 새롭게 이야기를 만든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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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작부터 흥행작까지 다양했던 게임원작영화
만화와 소설, 웹툰,역사적 사실까지 영화에서는 관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이야기들은 모두 좋은 소재가 된다. 물론 영화의 소재에는 게임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특정 게임을 소재로 만든 영화들도 있지만 <주먹왕 랄프>와 <레디 플레이어 원>, <프리 가이>처럼 '비디오 게임'이라는 전반적인 개념을 영화로 구현한 작품들도 있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이 투입돼 만들어지는 게임은 영화화하기에 더 없이 좋은 소재다.
지난 1990년대 초반에는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격투대전게임 <스트리트 파이터>가 한국과 홍콩, 할리우드에서 모두 영화화됐다.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한국판은 입에 담기 민망할 정도로 완성도가 떨어졌고 그나마 홍콩판은 유덕화와 곽부성, 장학우, 임달화, 구숙정 등 출연진만큼은 엄청나게 화려했다. 1994년에 개봉한 할리우드 버전에는 액션스타 장 클로드 반담이 미국캐릭터 '가일'을 연기했다.
게임원작영화 중에서 북미를 기준으로 최초로 1억 달러 이상의 흥행성적을 올린 작품은 바로 안젤리나 졸리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툼 레이더>였다. 특히 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원작 캐릭터를 그대로 구현한 듯한 라라 크로프트 캐스팅 만큼은 엄청난 극찬을 받았다. 2편까지 제작된 <툼 레이더>는 지난 2018년 리부트되면서 세계적으로 2억7300만 달러의 쏠쏠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지난 2010년에 개봉한 제이크 질렌할 주연의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는 7~80년대에 태어난 남학생이라면 한 번쯤 접해봤을 인기게임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2억 달러의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페르시아의 왕자>는 북미에서 9000만 달러의 성적을 올리는데 그쳤지만 해외시장에서의 선전으로 간신히 제작비를 회수했다. 다만 한국에서는 역대 게임원작 영화 중 가장 많은 200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2016년에 개봉한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은 스타 크래프트가 등장하기 전, 세계적으로 10,20대 젊은 세대가 가장 즐겨 하던 게임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세계적으로 4억39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한 <워크래프트>는 역대 게임원작 영화 중에서 최초로 4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작품이다. 그리고 <워크래프트>의 게임원작영화 최고 흥행기록은 2023년 1월7일(한국시각)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 밀라 요보비치의 대표작인 <레지던트 이블>은 6편 합쳐 총 12억31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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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이블>은 일본의 게임 제작사인 캡콤에서 지난 1996년 출시한 서바이벌 호러게임 <바이오하자드>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바이오하자드>는 북미와 유럽으로 수출되면서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제목으로 변경됐는데 이 때문에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 역시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물론 일본에서는 현지인들에게 익숙한 <바이오하자드>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모델 출신의 요보비치는 뤽 베송 감독의 <제5원소>에서 신비한 매력을 가진 여전사 릴루를 연기하며 스타덤에 올랐고 1999년 <잔 다르크>를 통해 여전사 이미지를 굳혔다. 그리고 2002년 <레지던트 이블>에서 앨리스라는 대표 캐릭터를 만났다. 물론 <레지던트 이블> 이후 요보비치의 연기 폭이 좁아진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만 6편까지 제작된 인기 프랜차이즈의 단독 주인공을 맡을 수 있는 기회는 아무에게나 오는 것이 아니다.
요보비치는 1995년에 개봉한 <모탈 컴뱃>의 주인공 리우 캉을 연기했던 배우 겸 무술 안무가 위룡으로부터 개인지도를 받아 <레지던트 이블>에 나오는 고난도의 액션연기 대부분을 직접 소화했다. 실제로 요보비치는 <제5원소> 등 전작에서 여전사 역할을 많이 맡았을 뿐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브라질리언 주짓수와 킥복싱,가라테 등 각종 무술을 연마한 적이 있어 액션연기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뛰어난 편이다.
2002년 3300만 달러의 제작비로 1억 달러가 넘는 흥행수익을 올린 <레지던트 이블>은 2016년까지 6편에 걸쳐 제작됐다. 영화의 스케일이 점점 커졌음에도 제작비는 5편의 6500만 달러가 가장 많았고 '석호필' 웬트워스 밀러가 출연했던 4편과 한국배우 이준기가 출연했던 6편은 세계적으로 3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제작사 입장에서 <레지던트 이블>은 가성비가 매우 좋은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1편부터 4편까지 감독이 모두 달랐던 <에이리언> 시리즈처럼 할리우드에서는 인기 시리즈라 하더라도 속편에서 감독이 바뀌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레지던트 이블>은 1편을 만든 폴 W.S. 앤더슨 감독이 6편까지 모두 연출을 맡았다. 2002년부터 밀라 요보비치와 사귀기 시작한 앤더슨 감독은 2009년 요보비치와 결혼했고 결혼 전에 태어났던 장녀 에버 앤더슨은 현재 엄마에 이어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 미셸 로드리게즈는 <레지던트 이블> 외에도 <분노의 질주>,<아바타> 등 여러 영화에서 여전사 캐릭터를 연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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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이블>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가 아니다 보니 시리즈 내내 밀라 요보비치 외에는 유명 배우가 많이 등장하지 않았다(애초에 주인공 앨리스가 무쌍을 찍으며 좀비들을 때려잡는 게 영화의 핵심 스토리인 이유도 있다). 하지만 앨리스가 아직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했던 1편에서는 레인 오캄포라는 엄브렐러의 여성 특수부대 대원이 조력자로 등장했다.
레인은 앨리스와 콤비를 이뤄 주인공에 버금가는 뛰어난 전투력과 생존력을 발휘하며 영화 후반부까지 맹활약하지만 좀비에게 물린 후 치료제를 늦게 접종하면서 끝내 좀비로 변해 사살된다. 1편에서 사망했다가 5편에서 클론으로 다시 등장하는 레인을 연기한 배우는 <아바타1>의 군용헬기조종사 트루디 차콘과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히로인 중 한 명인 레티 역으로 유명한 미셸 로드리게즈였다.
동생과 함께 엄브렐러에 위장 취업해 조사하던 환경운동가 매트 앤더슨은 엠브렐러 특수부대에게 체포되고 좀비로 변한 동생에게 습격 당하는 등 온갖 고초를 겪었다. <레지던트 이블>이 밀라 요보비치의 단독 주연 영화인 만큼 매트는 남자주인공의 포지션임에도 영화 내내 조연 역할을 벗어나지 못했다. 매트 역은 2000년에 개봉했던 <크로우-구원의 손길>에서 주인공 알렉스 역을 맡았던 에릭 마비우스가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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