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악어가 이 가정에 가져다준 큰 변화
[김성호 기자]
▲ 라일 라일 크로커다일 포스터 |
ⓒ 소니픽처스코리아 |
아이들이 각별히 좋아하는 설정이 있다. 저와 다른 세상과 만나는 경이로움, 어른들은 모르는 세계가 주는 은밀함, 그 은밀함 가운데 피어나는 스릴이며 우정까지가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설정들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며 영화에선 이 같은 설정을 적극 활용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게 태어난 작품들이 <괴도 루팡>이니 <천사소녀 네티>니 <세일러문>이니 하는 오래된 변신물들이며, 또 다른 작품들이 < E.T >, <스튜어트 리틀>, <패팅턴>과 같은 작품이다.
후자의 경우는 특히 정형화된 장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과 소통이 가능한 선한 존재가 어느 날 순진무구한 아이며 보통의 가정에 나타나고, 이를 위협하는 온갖 것들에 맞서 진정한 관계를 싹틔운다는 게 기본적인 얼개다.
▲ 라일 라일 크로커다일 스틸컷 |
ⓒ 소니픽처스코리아 |
이번엔 노래하는 악어다!
<라일 라일 크로커다일>은 위 작품들에 이어 등장한 또 한 편의 아이들을 겨냥한 뮤지컬 영화다. 개중에서도 <패딩턴>의 성공방정식을 그대로 따르는데, 말하는 곰 패딩턴이 런던의 평범한 가정에 나타났다면 <라일 라일 크로커다일>의 라일은 뉴욕의 가족에게 찾아온다는 정도가 다를 뿐이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걸 업으로 삼는 헥터(하비에르 바르뎀 분)가 참담하게 실패한 어느 날, 그는 새로운 마술꺼리를 찾다 동물가게에 들어선다. 개와 고양이부터 도마뱀과 새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을 파는 이 가게에서 헥터는 특별한 생명체를 발견한다. 그건 바로 노래를 부를 줄 아는 아기 악어다.
▲ 라일 라일 크로커다일 스틸컷 |
ⓒ 소니픽처스코리아 |
잘 나가는 할리우드 음악감독의 작업
이후 이야기는 따로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없을 정도다. 영화는 소년과 악어의 우정으로, 다시 어딘지 삐걱대던 가정이 활력을 되찾는 이야기로 옮겨간다. 떠났던 헥터가 돌아오고 악어를 위협하는 위기가 닥쳐온다. 그로부터 예고된 해피엔딩으로 치달으니, 악어는 다시 노래를 부르고 관객들은 어깨를 움칫거리는 것이다.
전형적인 전개에도 승부수가 없지 않다. 바로 음악이다. <라라랜드>의 명곡 'City Of Stars'의 가사를 쓰고 <위대한 쇼맨>의 삽입곡을 담당한 음악감독 '파섹 앤 폴(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로 구성)'이 한껏 공을 들였다. 대단한 명곡이 있는 건 아니지만 통상의 뮤지컬 영화치고는 상당히 잘 만들어진 곡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귀를 즐겁게 한다.
▲ 라일 라일 크로커다일 스틸컷 |
ⓒ 소니픽처스코리아 |
흔한 전개며 구성은 아쉽지만
물론 기존의 비슷한 영화들로부터 이렇다 할 차별점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은 안이하게 느껴진다. 그저 종만 바뀌었을 뿐이지 <라따뚜이>의 요리하는 생쥐나 <패딩턴>의 말하는 곰으로부터 <라일 라일 크로커다일>의 노래하는 악어가 얼마나 나아갔는지를 떠올리면 그저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그럼에도 이 시대의 아이들에겐 이 시대의 동화가 필요하리란 기대를 갖는다. 분명 전인미답의 지평선 너머로 뚜벅뚜벅 나아가는 존경스러운 작가도 있을 것이나, 전 시대의 이야기를 새 시대의 방식으로 다시 들려주는 이들도 필요하긴 한 것이다. <라일 라일 크로커다일> 제작진이 의도한 것 역시 바로 그쯤 어디일 테고 말이다.
혹시 아는가. 영화를 본 어느 아이가 제 집 작은방에서 노래하는 악어와 만나는 상상을 해볼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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