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 갇혀 동굴 공포…직원은 철문까지 잠그고 퇴근했다

하수영 2023. 1. 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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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활옥동굴. 투명 카약을 타고 동굴 속 호수를 누빌 수 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유명 관광지인 한 동굴에서 담당 직원들이 관람 시간도 끝나지 않았는데 동굴 안의 불을 끄고 퇴근해 동굴 관람객들이 일시적으로 어둠 속에 갇혀 공포에 떠는 일이 발생했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전에 사는 40대 A씨는 아내와 함께 지난달 30일 오후 5시쯤 충북 충주시의 명소인 활옥동굴을 찾았다. 활옥동굴은 일제강점기 활석, 백옥, 백운석 등을 채굴하던 길이 57km의 아시아 최대 규모 광산이었으나 채굴이 중단되고 2019년부터 민간 업체에 의해 2.3km 구간이 관광지로 운영되고 있다.

A씨 부부는 매표소에서 관람 시간이 오후 6시까지라는 얘기를 듣고 동굴을 둘러본 후 나오고 있는데 오후 5시 54분쯤 갑자기 불이 꺼지며 동굴이 깜깜해졌다고 한다.
A씨는 휴대전화의 플래시를 켜고 헤맨 끝에 출구를 찾았지만, 사람 키를 훌쩍 넘기는 철문이 굳게 닫혀 있어 또 한 번 당황했다. 그는 다행히 철문 아래 잠금장치를 들어 올려 간신히 빠져나왔지만, 동굴 관계자들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때 아직도 관람 종료 시간인 오후 6시가 되기 전이었다.

A씨는 "폐쇄된 공간에서 갑자기 불이 꺼져 갇혀 있던 1분이 1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며 “이번에 겪은 공포로 나와 아내는 앞으로 다시 동굴을 찾지 못할 것이고 그날의 충격으로 병원 치료까지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동굴을 탈출한 후 업체 담당자 연락처를 찾아 전화해봤지만 일반 전화밖에 없어 연결되지 않았으며, 시청 당직실에도 전화해 항의했지만, 며칠 동안 아무런 연락이나 조치도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동굴 안에는 찜질기와 게임기, 보트 등 여러 위락시설이 있어 더 주의해야 하는데 직원들이 근무시간도 지키지 않고 관람객 유무도 확인하지 않은 채 퇴근하는 안전불감증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내용을 정리해 지난 3일 충주시장 앞으로 민형사상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내용증명도 보냈다.

시청 관계자는 "동굴 안에는 불이 꺼진 후 20m 간격의 유도등이 있었는데 관람객이 많이 당황해 보지 못한 듯하다. 관람객은 다행히 불이 꺼진 후 몇분 정도 지나 나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활옥동굴은 인공동굴이어서 허가 관련 법규가 없다. 전기와 소방, 오락기 등과 관련한 안전 문제들은 소방서와 전기안전공사 등 유관부서들과 협의해 점검해야 한다. 내부 민원처리 과정의 문제도 점검해 시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동굴 관리업체인 영우자원은 “우선 피해를 보신 관람객들께 사과를 드린다”며 “앞으로 고객 유무와 관계없이 영업시간을 준수하고, 영업종료 후 정밀한 순찰 체계를 확립하고, 모든 고객이 정상 퇴장 후 소등 및 폐장할 것을 약속드린다. 또 동굴 전 구역에 음향시설을 확보해 폐장 전 안내 방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업체는 이어 "현재도 매일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수시 및 정기 안전 진단을 해 담당 지자체와 공유하고 있다"며 "피해를 본 관람객과는 보상 절차를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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