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 쇼' 만으론 어렵다" 뇌전증 판정 기준 높은데… 병역면탈, 어떻게 가능했나

김형민 2023. 1. 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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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허위로 뇌전증 진단을 받아 병역을 면탈한 체육계, 연예계, 법조계 등 각계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어떻게 병역면탈이 가능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가시지 않고 있다.

7일 법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방부령으로 정하고 있는 우리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병역신체검사규칙)'상 뇌전증 판정을 받기는 절대 쉽지 않다.

이 내용은 국방부령으로 규정돼 있어 병역 등급을 판정하는 기관, 가령 병무청 등의 관계자들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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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병역신체검사규칙) 중 두부손상 판정 기준 [사진=문서파일 캡쳐]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발작 쇼'만으론 판정받기 어려운데…"

검찰이 허위로 뇌전증 진단을 받아 병역을 면탈한 체육계, 연예계, 법조계 등 각계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어떻게 병역면탈이 가능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가시지 않고 있다.

7일 법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방부령으로 정하고 있는 우리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병역신체검사규칙)'상 뇌전증 판정을 받기는 절대 쉽지 않다. 그 기준이 높고 이중, 삼중으로 확인 절차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이 규칙에 명시된 '질병·심신장애의 정도 및 평가 기준'에 따르면, 뇌전증 발작은 두부손상(외부 충격으로 머리에 손상을 입은 상태)으로 인한 '신경학적 장애'로 분류되며 4급으로 판정받기 위해서는 실제 겉보기에 신경학적 장애가 없어도 영상의학적 소견이 명백해야 한다. 소견은 상해를 입은 지 6개월 후에 다시 소견을 받아도 동일해야 하는 등 객관적으로 증명돼야 하고 이에 대해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의학적 근거가 또 있어야 한다. 단순한 '발작 쇼' 영상만으로는 뇌전증 판정을 받지 못하도록 이중, 삼중으로 확인 장치를 만들어 둔 것이다.

이 내용은 국방부령으로 규정돼 있어 병역 등급을 판정하는 기관, 가령 병무청 등의 관계자들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따르지 않으면 위법 행위로 처벌받는다. 병무청 등도 병역브로커 구모씨와 그의 고객들에게 속은 피해자라고 본다면, 이들이 낸 소견 내용이 사실이라 믿을 만큼 치밀했거나, 아니면 문제가 있더라도 판정을 해준 조력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에선 이 점을 지적해 검찰 수사가 '조직적 범죄'에 초점을 맞춰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검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검찰도 이런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뇌전증을 판정하는 데 있어서 의사의 전문적인 소견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체검사 당시 제출받은 소견서 등 판정하는 절차 이상의 무언가가 이번 사건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다.

현재까지 검찰이 조사해서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구씨는 고객들에게 특정 병원에 가서 뇌전증 소견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가서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까지 짜 줬다고 한다. 의료계에선 뇌전증 판정이 워낙에 전문의들도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려운 질환이어서 구씨와 그의 고객들이 이 점을 사전에 알고 공략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를 잘 아는 특정 의료진이 구씨 등과 협력했을 수도 있다.

검찰은 구씨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는 분위기다. 구씨가 운영했다는 행정사 사무소의 지사장 중에서 현재 범행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김모씨 외에도 추가 조력자가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불구속 수사 중인 김씨는 구씨가 차린 사무소의 한 지역 지사를 맡아 운영했던 인물이다. 구씨가 지속해서 도움을 받은 특정 의료기관이 있는지 등도 살피고 있다.

사건의 파문은 계속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배구, 축구에 이어 최근에는 승마, 볼링 선수도 병역 비리에 연루돼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 남부지검과 병무청이 꾸린 '병역 면탈 합동수사팀'은 승마, 볼링 선수, 헬스 트레이너, 래퍼도 수사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남자프로배구 OK금융그룹 소속 선수 조재성(27), 앞서서는 프로축구 1부리그(K리그1)에서 뛰는 A씨를 불러 조사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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