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처럼 교·사대 통합 교전원?…교직사회 "인원 감축 꼼수"
정부가 교대와 사범대를 통합한 교육전문대학원(교전원) 체제를 추진한다고 밝힌 가운데, 교육계에서는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처럼 교전원을 통해 대학원 수준의 교원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교원 감축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교사가 되기 위한 기간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교직사회 “교사 감축과 직결될 것” 우려
교육부가 5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업무계획에는 올해 교전원 2개교를 선정해 내년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교육부가 제시한 방안에 따르면 교대, 사범대, 교직이수과정 등을 통합해 교전원으로 전환하며 졸업생에게 전문석·박사 학위와 1급 정교사 자격을 준다. 로스쿨이 졸업생에게 전문석사 학위를 주고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주는 것과 구조가 비슷하다.
교대 측에서는 부정적 반응이 나온다. 12개 교대 총장 모임인 전국교원양성대학교 총장협의회는 18일 전국 교대 교수가 참석하는 비대면 총회를 열고 교전원 도입에 대한 의견 수렴을 한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 역시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교대련 관계자는 “아직 공식 입장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우리는 교·사대 통합, 교전원 설치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기 때문에 이번 업무 보고에 대한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전원 제도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원 감축과 직결되는 제도라고 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내놓은 교전원 도입 방안을 보면, 대학 내 통합이나 기관 간 통합 등 대학 통폐합을 전제하고 있다. 김호연 전주교대 학생회장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교사를 키우기 위한 콘텐츠가 필요하다면 현행 교·사대의 커리큘럼을 바꾸는 것으로도 충분한 것 아니냐”며 “오히려 내용이 아닌 교원 정원 감축에 방점을 찍은 듯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원 감축은 교전원이 도입되며 나타나는 부수적인 결과에 불과하다. 교전원 설립은 반드시 학부 통합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의사, 법조인보다 기대 수익 적은데…교전원 누가 가나”
교사가 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비용·시간이 늘어나는 점도 문제다. 이미 앞서 법학전문대학원을 도입하면서 나타난 문제이기도 하다. 이광현 부산교대 교수는 “의사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한 전문대학원은 비싼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졸업 후 기대 소득이 높다는 점이 하나의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교전원 졸업생은 (상대적으로 급여가 낮은) 교직 공무원이 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큰 메리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졸업생 취업을 보장할 수 있느냐도 문제다. 현행 임용고시에 준하는 자격시험이 교전원 졸업생에게 적용되면 불합격 ‘N수생’이 양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변호사시험은 제1회(2009년) 87.2%에서 제11회(2019년) 53.6%로 대폭 하락했다. 법조계에서는 고시 낭인에 이어 '변시 낭인'이 양산된다는 말도 나왔다. 교직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교원양성체제 정책 연구를 수행했던 김병찬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교전원을 졸업하더라도 반드시 공교육 기관 교사로 진출하기 보다는 사회교육기관, 평생교육기관 교사로도 진출할 수 있는 개방적인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비 교사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에 “국가 장학금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재정 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고시 불합격생 적체 우려에는 “교전원 졸업 후엔 별도의 시험 없이 현장으로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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