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전세 통계도 만졌나…임대차법 시행이후 큰차이

김원 2023. 1. 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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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스1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을 감사 중인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당시 한국부동산원 조사원들이 입력한 서울 아파트값 통계 수치와 부동산원이 종합적으로 집계한 통계 수치 간의 차이가 드러난 정황을 일부 확인하고 관련 경위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감사원은 부동산원과 민간(KB부동산)간의 통계수치 차이가 크게 벌어졌던 특정 시점에 부동산원 조사원들이 입력한 서울 아파트값 수치와 종합·집계한 수치 차이 역시 크다는 점 등을 주목하고 있다.

부동산원 통계는 조사원들이 조사 가격을 시스템에 입력하면 이를 지점, 본부 등에서 종합해 지수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가격이 급등한 아파트를 고의로 누락하거나 상승분을 줄여 입력했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18년 9월 9·13대책 전후의 조사가 대표적이다. 당시 집값 급등에 고심하던 문재인 정부는 9·13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 및 고가주택에 대한 강도 높은 대출 규제 등을 시행했다. 이 대책 발표 직전 주간 조사(9월10일)에서 KB부동산은 서울 아파트값이 일주일 전보다 1.20% 올랐다고 발표했지만, 부동산원 통계는 0.45% 상승에 그쳤다.

두 통계 간 차이는 0.75%포인트(P)였다. 대책 발표 직후(9월17일) 조사에서도 KB부동산 0.69%, 부동산원 0.26%로 두 기관의 변동률이 0.43%P 격차를 보였다. 2020년 6월 수도권 대부분을 규제지역으로 묶고, 재건축 실거주 2년 의무, 안전진단 강화 등을 단행한 6·17대책 발표 직후에도 두 기관의 통계치 괴리가 커졌다. 6·17대책 발표 직전 조사 때 두 지수의 차이는 0.14%P였지만 대책 발표 직후 조사(6월22일)에서는 0.38%P로 벌어졌다.

정부와 민간 통계치 간 간극이 5년 내내 벌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동안의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도 큰 차이를 보인다. 부동산원의 서울 주간 매매가격지수는 이 기간 19.3% 상승했지만, KB부동산 지수는 62.1% 올랐다. 두 지수 간 상승률 차이가 3배 이상 벌어진 것이다. 그동안 부동산원은 KB부동산 지수와의 괴리에 대해 “조사 방식의 차이 때문”이라고 해명해왔다. 부동산원은 조사원이 실거래가 중심으로 ‘거래 가능 가격’을 도출하는 반면, KB부동산 통계는 ‘호가’ 중심이어서 시장 상황을 과잉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표본 등의 차이로 결과가 다소 다를 수 있지만, 이렇게 차이가 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편 감사원이 매매가격지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지만, 전·월세 지수 등 다른 통계에서도 정부와 민간 통계 수치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특히 전세지수의 경우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임차인 보호 대책인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된 2020년 8월 이후 정부와 민간 통계간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부동산원과 KB부동산, 양 기관이 발표한 주간 단위 전세지수의 기준 시점(100)을 2017년 1월2일로 환산해 비교한 결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두 지수간 차이가 2P 내외로 유지됐지만, 새 임대차법이 본격 시행된 직후인 2020년 8월 조사 이후 격차가 3P 이상으로 차이가 벌어졌고, 문 전 대통령 퇴임 직전 조사(2022년 5월9일)에서는 부동산원(111.3)과 KB부동산(130.8) 간 지수 차이가 19P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방식으로 월간 단위 전세지수를 비교해도 임대차법 시행 직후부터 두 지수간 차이가 확대했다.

주간 전세가격지수로 누적 상승률로 계산해보면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부동산원은 약 11% 상승, KB부동산은 3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된다. 실제 임대차2법 시행 이후 전세 매물이 크게 줄면서 전셋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간 차이도 크게 벌어져 '이중 가격'이 나타나는 등 전세 시장의 혼란이 이어졌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부동산원은 그동안 이런 전세지수 괴리에 대해 “다른 기관과 달리 조사원이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의 가격 변동을 모두 반영하다보니 차이가 생긴 것”이라고 해명해 왔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교수는 “실제로 임대차법 시행 이후 갱신과 신규 계약의 차이가 벌어진 '이중 가격' 현상이 심했는데, 이를 지수 작성에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부동산원의 전세 실거래가지수도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민간 조사와 차이가 벌어진다. 부동산학계 등 일각에서는 "그동안 연구 과제나 자문 회의 등을 통해 정부에 전세지수를 집계할 때 갱신 계약 결과를 제외해야 한다고 수차례 지적했지만 통계 수치가 크게 상승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 부동산원에서 사실상 이를 거부해왔다”는 주장도 나온다. 갱신 계약의 경우 전·월세상한제로 상승률이 최대 5%로 통제돼 있기 때문에 가격 변동의 흐름을 측정하는 변수로 활용하기에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해 여러 부적절한 시도들이 있었던 정황도 일부 파악해 살펴보고 있다. 다만 실제 조사값과 통계 수치가 달라지는 과정에서 위법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 이번 조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원 등 실무진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감사원은 감사 결과에 따라 문재인 정부 고위층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여당에선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해서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한 조사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원·박태인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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