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꿈' 헬리오시티 추락…'넉달새 4억' 잇단 손절매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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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헬리오시티 잇단 30대 손절매
지난달 서울 송파구 가락동 대단지인 헬리오시티 84㎡(이하 전용면적)가 17억5000만원에 팔렸다. 중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0억7000만원에 거래된 아파트다. 불과 5개월 새 거래가격이 3억2000만원 내렸다. 매도인은 그만큼 손해를 보고 되판 것이다.
같은 단지에서 지난달 실거래가 17억6500만원을 신고한 다른 84㎡는 지난해 5월 4억원 가까이 더 비싼 21억5000만원에 거래된 집이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올라온 지난해 12월 헬리오시티 84㎡ 거래 4건 중 두 건이 위의 초단기 손절매다.
중개업소들은 “전세를 끼고 사면서도 모자라는 금액을 일부 빌렸는데 금리가 치솟으면서 불과 몇 개월을 버텨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집 모두 많게는 10억원이 넘는 대출을 안고 있었다. 매입 당시 15억원 초과 주택의 담보대출이 금지됐기 때문에 개인에게 빌린 돈이다. 매수자 한 명은 20대로 나타났다.
10월 이후 4건 중 한 건이 손절매
헬리오시티에 실거래가가 급락하면서 매입 가격보다 낮춰 파는 손절매가 잇따르고 있다.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손절매가 나오기 시작해 가팔라진 집값 하락세와 맞물려 10월부터 잇따랐다. 3~12월 3개월간 거래 신고한 84㎡ 20건 중 25%인 5건이 매입 가격보다 싸게 팔렸다. 손절매 액수가 2억3000만~4억500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21억원에 사서 4개월 뒤인 11월 4억3000만원 낮은 16억7000만원에 매도하기도 했다.
모두 2021년 이후 매입한 집들이다. 보유 기간이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헬리오시티 실거래가가 3년 전인 2019년 하반기 수준으로 떨어지다 보니 이때 이후 매입했다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손절매한 매도인 6명 중 4명이 30대이고 20대가 한 명이다. 30대 한 명은 매입해 두 달 산 뒤 되팔았다.
대부분 전세를 끼고 산 갭투자였다. 지방에서 원정 매입하기도 했다.
대출 부담이 억대 손해를 무릅쓰고 손절매하게 한 것으로 중개업계는 본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장기간 고금리 부담 등을 버텨낼 자신은 없고 당분간 오늘보다 내일 팔면 더 손해를 볼 것이란 판단에서 눈물의 손절매를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기대에 부풀어 영끌로 샀는데 알고 보니 고금리에 달궈질 상투를 잡은 셈"이라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 '풍선효과'
현재 공사 중인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을 제외하고 역대 최대 규모(9510가구)인 헬리오시티에 30대 손절매가 두드러진 이유가 뭘까. 송파구 내 다른 인기 단지들엔 아직 손절매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헬리오시티가 누린 규제 풍선효과가 터졌기 때문이다.
집값이 뛰던 2020년 6월 송파구 잠실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가장 큰 반사이익을 본 단지가 헬리오시티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직접 들어가 살지 않으면 집을 매수할 수 없다. 갭투자할 수 없다.
헬리오시티는 강남권인 송파구에서 잠실로 통칭되는 잠실·신천동에 비해 외곽이어서 입지여건이 다소 떨어지기는 데도 매력이 많았다.
매머드급 대단지고 2018년 말 준공해 잠실·신천동 일대 재건축 단지인 잠실엘스 등에 비해 ‘신상’(신상품)이다. 잠실엘스 등이 15년 전인 2007~2008년 지어졌다. 그만큼 헬리오시티 주거 상품성이 나은 셈이다. 손절매가 집중적으로 나타난 84㎡는 대개 34평형으로 '국평'(국민 평형)으로 불리며 선호도가 가장 높은 주택형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값 급등기에 신축·대단지·브랜드가 가격을 선도하는 포인트였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제외는 헬리오시티에 날개를 달아줬다. 잠실 일대에 몰렸던 매수세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후 헬리오시티로 쏠렸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잠실동 일대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와 헬리오시티 거래량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후 뒤바뀌었다.
2019년 각각 887건과 135건이었다가 지정 후인 2021년엔 엘리트가 158건으로 급감하고 헬리오시티는 170건으로 급증했다. 2021년이 아파트값 상승세 절정기였다. 그해 10월부터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실거래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매수세에 30대가 적극 가세했다. 강남권(강남·서초·송파)은 집값이 비싸 매수자 중 40대가 큰손이지만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송파구는 2020년부터 30대가 40대를 추월했다. 집값이 치솟은 2021년이 정점으로 송파구 아파트 매수자 3명 중 한 명꼴로 30대였다(34.4%).
이 해에 고점을 찍은 헬리오시티 84㎡ 이하 4개 주택형 모두 매수자가 30대이기도 했다. 최고 실거래가가 39㎡ 13억5000만원, 49㎡ 16억3000만원, 59㎡ 20억9000만원, 84㎡ 23억8000만원이었다. 모두 다른 주소에 사는 갭투자이고 한 명이 지방이었다.
현재 실거래가가 39㎡ 9억원대, 49㎡ 14억원대, 59㎡ 12억원대, 84㎡ 16억원대까지 각각 주저앉았다. 59㎡가 더 작은 49㎡보다 싸게 거래됐다.
중개업계 관계자는 “갭투자로도 모자라는 금액은 사금융 등을 통해 영끌한 30대의 목표가 헬리오시티였던 셈”이라고 말했다.
헬리오시티가 엘리트보다 다소 저렴해 부담이 덜하기도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무렵 엘리트 84㎡ 실거래가 22억원까지 올랐고 헬리오시티 같은 주택형이 최고 17억원대로 4억~5억원 낮았다.
전문가들은 “집값 급등기 때 전세보증금 지렛대와 대출에 의존한 헬리오시티 영끌 투자가 금리 급등과 집값 급락의 역풍을 맞았다”고 말한다.
올해 금리가 오를 전망인 가운데 헬리오시티 30대 손절매가 계속 이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정부의 대출 제한 완화 등 대대적인 규제 완화로 수요가 늘어나면 손절매 충격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헬리오시티에는 가격 급락을 지켜보며 적당한 시기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적지 않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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