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내리는 커피] 조선 최초의 커피, 뇌물 혹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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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처음 마신 조선인은 누구였는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최근에는 부산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 음용 기록이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1884년 7월 27일 정오쯤에 민건호는 서울에서 온 지인 윤정식이 머물고 있던 청나라 사람 탕샤오이 집을 방문했다.
탕샤오이는 미국 컬럼비아대 수학 중 독일인 묄렌도르프를 수행해 조선에 들어왔고, 해관 총책임자였던 묄렌도르프를 도와 부산 해관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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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처음 마신 조선인은 누구였는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최근에는 부산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 음용 기록이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1884년 당시 개항장 부산의 해관(지금의 세관) 서기로 임명돼 근무하던 민건호가 쓴 일기 ‘해은일록’이 그것이다.
1884년 7월 27일 정오쯤에 민건호는 서울에서 온 지인 윤정식이 머물고 있던 청나라 사람 탕샤오이 집을 방문했다. 탕샤오이는 미국 컬럼비아대 수학 중 독일인 묄렌도르프를 수행해 조선에 들어왔고, 해관 총책임자였던 묄렌도르프를 도와 부산 해관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부산으로 들어오는 청나라 물품들의 검역이나 통관이 그의 일이었다. 탕샤오이는 해관 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민건호에게 커피(갑비차), 우유, 흰설탕 그리고 궐련 하나를 접대했다. 당시에는 매우 귀한 수입 물건들이었다. 청나라 세관원이 조선 세관의 관리에게 베푼 이 접대는 합법적 선물이었을까? 아니면 불법적 뇌물이었을까?
이 물품들을 대접한 날은 7월 27일이었고, 이날은 고종의 탄신일 이틀 후였다. 고종 탄신일이었던 7월 25일이 휴일이어서 다음 날인 26일이 대체휴일이었다. 탄신일이었던 25일 민건호의 일기를 보면 당시 국왕 탄신일이면 온 나라가 축하해 잔치를 벌여야 마땅하지만 힘이 약하고 재정이 부족해 그냥 지나가는 것을 매우 아쉬워했다.
근무가 재개된 첫날인 27일 탕샤오이는 커피를 포함한 여러 가지 수입 물품으로 민건호를 접대한 것이다. 이 물건들을 받아들고 해관으로 돌아오니 영국 세관장 노부(Lovatt)와 세관원 여위(余偉)가 궐련 1개씩을 보내왔다. 역시 받아들였다.
선물과 뇌물 구분법은 간단하다. 옛말 그대로 물건을 받고 잠을 못 이루면 뇌물이고, 잠을 잘 자면 선물이다. 민건호는 이전의 일기에서 무엇인가를 받았을 때 밤새 고민한 흔적을 자주 남겼다. 그런데 이날 이 물건들을 받고서는 고민을 했거나 잠을 못 이뤘다는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선물로 인식한 것이었다.
탕샤오이는 부산 근무를 마치고 한성으로 옮긴 직후 벌어진 갑신정변 때 총을 잡고 묄렌도르프 집을 지킨 것이 위안스카이의 눈에 들어 출세의 길로 들어섰다. 1895년에는 주조선총영사에 임명됐고 1898년 부친상으로 귀국할 때까지 조선에 머물렀다. 탕샤오이는 1912년 중화민국이 건설되자 초대 국무총리에 임명됐다. 후일 권력을 놓고 후원자였던 위안스카이와 충돌했고, 일본의 상하이 점령 직후 일본 회유를 받은 것이 드러나 1937년 장제스 부하에게 암살됐다.
뇌물로 읽히지 않는 선물을 잘 활용하는 것은 출세의 기본이다. 반면 선물로 줬지만 뇌물로 해석되면 패가망신의 빌미가 된다. 1884년 7월 조선 사람 민건호에게 고종 탄신일을 빙자해 커피를 바친 탕샤오이는 출세의 길로 들어섰다. 투기와 투자의 구분만큼 어려운 것이 선물과 뇌물의 구별이다. 뇌물수수가 유죄였던 전직 대통령 사면을 두고 말이 많은 이유다.
이길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육학과 교수 leegs@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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