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2차 청문회…野 '이상민 사퇴 압박' 與 '李 엄호·박희영 질타'
與 "지나치게 사퇴 강요…과도한 발언 자제하라"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2차 청문회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야당은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법적·정무적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여당은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며 이 장관을 엄호하면서, 야당이 청문회를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반발했다.
국조특위는 6일 국회에서 이 장관을 비롯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이 출석한 가운데 2차 청문회를 열었다. 이들 중 야당의 질의는 단연 이 장관에게 집중됐다. 야당은 이 장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재난 대응을 총괄하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직위라는 취지의 공세를 펴면서, 거취 결단을 촉구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대형 인명사고 발생시 국무위원의 자진사퇴 혹은 경질로 책임을 져왔는데, '정무적 책임도 책임이 있어야 묻는다'면 어떤 책임이 있어야 하나"라며 "헌법에 따라 보좌를 하기 때문에 권한에 따른 책임을 져야 되는데, 거기 앉아있는 게 헌법에 위배된다고 생각하지 않나"라고 따져물었다.
같은 당 윤건영 의원은 "참사 1시간 만에 대통령이 '행안부 장관을 중심으로 신속한 구급과 치료가 이뤄지도록 만전을 기하라'라는 지시가 있었는데 이 장관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85분 동안 대체 무엇을 했나"라며 "대통령 지시 이행을 위한 보건복지부 장관과는 아예 통화 자체가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윤건영 의원은 질의 과정에서 "책임이 있다고 하는 데 자리를 지키겠느냐" "사의 표명 하겠느냐, 안하겠느냐" 등의 발언으로 수차례 이 장관의 입에서 '사퇴'라는 단어를 이끌어내려고 했으나, 이 장관은 "현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대답을 반복했다.
오영환 민주당 의원도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건 정치적 공격이 아니다"라며 "법에 명확히 나와 있는데도 '급박한 상황이 아니었다, 안해도 되는 거였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부인하고, 회피하고, 외면하는데 그럼 159명의 그날 그 자리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뭘로 만드는 건가"라고 가세했다.
野, 李 '유가족 명단' 위증 의혹 거듭 제기
"안 물러나면 국회가 탄핵해야" 주장도
야당은 이 장관의 '유가족 명단'과 관련한 위증 의혹도 거듭 제기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 12월 27일 열린 국조특위 현장조사에서 "서울시로부터 유가족 명단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발언했지만, 참사 이틀 뒤 서울시가 관련 자료를 행안부에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이를 '위증'이라고 몰아붙였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행안부가 처음부터 유가족 지원을 제대로 할 생각이 없었고, 정부가 유족을 돌보고 챙겨야 하는 시민으로 생각한 게 아니라 정권에 부담이 될까봐 경계하고 외면한 게 '유족 명단 공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이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 없다면 국회가 탄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 위원들의 질책에 이 장관은 "서울시로부터 세 차례 걸쳐 받은 것은 '사망자 현황 파일'이었다. 그 파일 제일 마지막에 유가족 총 132명 중 65명 정도만 기재돼 불완전한 정보"라며 "그걸 사망자 파일로 파악하고 있었다. 적어도 '유가족 명단'이라고 하려면 이름과 연락처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지금까지도 정리된 형태로 갖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與 "청문회, 탄핵 증거수집 차원인가"…野 비판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 부실 대응 질책도
국민의힘은 이 장관을 엄호하면서, 진상규명이 우선인데 야당이 정쟁을 벌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국조특위 여당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나치게 사퇴를 강요하고 발언을 위증이라고 단정하고 나아가 탄핵까지 언급하는 등 과도한 발언은 자제해 달라"고 야당을 향해 촉구했다.
다만 이만희 의원은 이 장관의 '유가족 명단' 관련 발언으로 혼선이 빚어진 것에 대해 "사상자 명단과 유가족 연락처를 너무 구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망자 명단과 유가족 명단은 항상 같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같은 당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위증·탄핵이라고 좌표를 찍어놓고 몰아가려는 것은 국정조사 목표에도 맞지 않는다"고 거들었고,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도 "청문회가 진상규명보다는 이 장관 탄핵을 위한 증거수집 차원에서 열리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거들었다.
대신 여당 위원들은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겨냥, 참사 당일 용산구의 미흡한 대응을 질타했다. 전주혜 의원은 "이번 참사의 일차적인 책임은 제대로 업무를 못한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참사 당일 박 구청장이 (지방에서) 서울에 도착했을 때 현장을 보지 않고 그냥 집으로 들어갔다는 점이 굉장히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조수진 의원은 "용산구 보도자료에는 박 구청장이 첫 보고 후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며 굉장히 기민하게 대응한 것처럼 돼 있다"며 "이것은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도 "용산구청장은 핼러윈 축제의 안전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고 대비도 전혀 없었다"고 꼬집었다.
여당 위원들은 신현영 민주당 의원을 언급하면서, 보건복지부 장관과 차관 등을 향해 질의를 쏟아내기도 했다. 신 의원은 지난해 10월 30일 오전 2시 20분께 조규홍 장관 관용차량으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상황실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이기일 1차관이 중앙의료원으로 이동하지 못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의료원에서 이태원으로 올 때, 신 의원 동승인가 모시고 온 건가"라며 "증인이 운전해서 왔는데, 본인 일이 운전직인가. 자기 직무가 아닌데 누구 부탁 받고 운전해서 왔나"라고 물었다. 그는 "신 의원의 선의를 폄훼하려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이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후 청문회가 정회했을 때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는 청문회장 앞에서 국조특위 여야 간사를 통해 이 장관 면담을 요청했으나, 면담은 이뤄지지 못했다.
앞서 이 장관은 청문회에서 유가족들을 향해 "이태원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게 정부를 대표해서, 개인적인 자격을 포함해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내가 있는 위치에서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소통하면서 유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보듬고 완화시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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