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년된 빙하기 동굴벽화 비밀…가구수리업자가 풀었다

빙하기 동굴 벽화 표식이 일종의 달력이라는 분석
영국 런던의 한 가구수리업자, 수수께끼 실마리 제공
케임브리지 고고학 저널에 연구 성과 실려

2만3000여년 전 빙하기 수렵채집인들이 남긴 동물 그림 속에 점 표식이 찍혀있는 모습. BBC 트위터, 인스타그램 캡쳐

빙하기 동굴 벽화에 있는 표식이 일종의 달력이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고 5일(현지시간) 영국 BBC가 보도했다.

이 같은 비밀을 풀어낼 실마리를 찾은 것은 고고학자가 아닌 고고학에 문외한인 영국 런던의 한 가구 수리업자인 벤 베이컨씨였다.

BBC에 따르면 유럽 각지 동굴에서는 2만년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슴과 물고기, 소 등 여러 동물 그림이 발견돼 왔다. 이들 그림 옆에 점이나 표식이 있곤 했는데, 고고학자들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영국 런던의 한 가구 수리업자 벤 베이컨씨. BBC 트위터 캡처

베이컨씨는 어느 날 아무도 풀지 못한 이 수수께끼를 풀어보겠다는 결심이 들었다고 BBC에 전했다. 그는 인터넷 검색과 런던 국립도서관 방문 등을 통해 동굴 벽화와 그림에 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최대한 많은 자료를 축적한 뒤 반복되는 패턴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찾아낸 것은 ‘Y’자 모양의 표식이 하나에서 다른 하나가 나오는 선이라는 점이었다. 베이컨씨는 이것이 곧 ‘출생’을 상징할 수 있다고 봤다.

동물 그림과 함께 점 표식 등이 남은 빙하기 벽화 모습. 더럼대학교 제공, BBC 인스타그램 캡처

베이컨씨는 자신의 연구를 진척시키며 친구들이나 학자들과도 교류를 넓혀왔다. 그런 가운데 더럼대학교 교수 2명과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교수 1명과 팀을 이뤄 동물의 출생 주기를 살피게 됐다. 마침내 동굴벽화 속 표식의 개수가 동물들의 짝짓기 시즌을 음력으로 나타낸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들의 연구 성과는 케임브리지 고고학 저널에 실렸다.

동물 그림과 함께 점 표식 등이 남은 빙하기 벽화 모습. 더럼대학교 제공, BBC 인스타그램 캡처

폴 프티트 더럼대 교수는 “베이컨씨가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찾아와 기뻤었다”고 처음 만났던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빙하기 수렵채집인들이 체계적인 달력을 사용한 최초의 사람들이었으며, 그들이 중요한 생태적인 일들을 기록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의 라스코나 스페인의 알타미라 등지 동굴 속에 놀라운 그림을 남겨 놓은 이들이 오늘날 우리 인류에게는 결국 일상이 된 시간 측정을 할 줄 알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컨씨는 “(우리의 조상들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우리와 닮은 점이 많다”며 “수천 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지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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