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다고 클럽 부수면 교체 가능할까?
이 대회는 관객들이 떠들고 술도 허용해 골프 해방구로 불린다. 11번 홀(파4)에서 5타차 선두를 달리던 리키 파울러(미국)가 난관에 처했다. 세번째 친 공이 그린을 굴러 뒤쪽 워터 해저드에 빠져버렸다.
불행은 멈추지 않았다. 1벌타 먹고 공을 드롭한 뒤 경사를 살피러 그린 위로 올라간 사이 공이 저절로 물에 다시 굴러들어갔다.
바람이 불고 기상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위원은 벌타를 또 매겼다. 2벌타를 먹은 파울러는 트리플 보기를 적어냈다.
충격 탓인지 이어진 홀에서 보기를 범한 파울러는 결국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이후 연속 버디로 가까스로 우승을 차지한 파울러에게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험이었다.
올해부턴 파울러가 다시 이런 상황에 처해도 염려할 필요가 없다.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 왕립골프협회(R&A)가 새로 정한 골프 규칙 때문이다.
구제받은 공이 자연의 힘으로 스스로 움직여 패널티나 OB구역에 들어가면 벌타를 받지 않는다. 선수 이름을 따 ‘리키 룰’로 불린다.
해럴드 바너 3세는 2019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 1라운드를 앞두고 준비 운동 도중 드라이버 헤드에 손상을 입었다. 경기에 들어간 그는 코스에서 새 드라이버 헤드에 기존 샤프트를 조립한 사실이 밝혀져 2벌타를 받았다.
이젠 선수가 화를 참지 못해 클럽을 손상하거나 일부러 망가뜨리지 않는 한 교체해도 된다. 카트 도로와 나무 근처에 놓인 공을 치려다 헤드가 긁히거나 샤프트가 구부러지면 수리하거나 아예 다른 클럽으로 바꿀 수 있다.
경기 도중 공을 잘못 교체하면 2벌타를 매기다가 이것도 1벌타로 바꿨다. 같은 상표에 같은 성능을 가진 공만 사용해야 하는 원 볼 규정(로컬 룰 G-4) 벌칙이다.
가령 드라이버샷에는 비거리 성능이 좋은 공을, 그린 주변 어프로치샷에는 스핀이 잘 걸리는 공을 사용하면 2벌타가 적용됐다. 이외 다른 공으로 교체하지 못하는 데도 교체해 스트로크 하면 역시 2벌타였다. 올해부터는 원 볼 규정을 어기면 모두 1벌타만 부과한다.
원래 벌칙 취지에 따르면 규칙 위반으로 인한 이득이 크지 않다고 판단되면 1벌타, 이득이 크다면 2벌타를 매긴다. 스코어를 줄여 적는 등 이득으로 인해 더 이상 공정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실격처리한다. 새 규칙은 공을 잘못 교체해 얻는 이득이 2벌타를 줄 만큼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1벌타를 먹고 직전 샷을 했던 곳에서 다시 치거나 ▲볼을 발견한 지점에서 홀 컵에 가깝지 않게 두 클럽 이내 드롭 ▲홀 반대 쪽으로 멀리 물러나 드롭해서 한 클럽 이내 멈춘 지점에서 플레이 등이다.
만약 세번째 옵션을 택하면 그동안 드롭한 공이 기준점보다 홀 컵에 가깝게 움직이면 다시 드롭을 했다. 2023년부터는 홀 컵과 가까워도 한 클럽 이내라면 그냥 진행한다.
드롭한 기준점보다 홀에 가까운 쪽에 볼이 멈춰도 된다는 뜻이다. 이미 홀보다 가깝지 않은 지역(기준점)에서 드롭했기에 볼이 설령 앞쪽으로 갔더라도 원래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했던 지점보다 홀에 가까울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공이 페널티 구역에 들어가 1벌타를 먹고 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경계를 최후로 넘은 지점과 그린 홀을 연결하는 후방 선상을 기준점으로 한다.
라운드를 마치고 스코어 카드에 서명하지 않았을 때 실격 처리하던 벌칙에서 마지막 홀에 2벌타를 추가하는 로컬 룰 모델도 도입했다. 전인지는 2021년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LPGA 기아클래식 2라운드 스코어 카드 서명을 깜빡해 빠트리고 경기장을 떠났다가 실격됐다.
장애 골퍼들을 위한 룰이 공식 룰 북에 포함된다. 이전에는 대회 주최 위원회가 결정하는 로컬 룰이었지만 이제 모든 대회에 일률적으로 적용한다.
일본에서는 여자 선수 우승자에 대한 물 세례 세레머니도 사라진다. 우승자를 향한 환희의 물 세례는 최종 라운드 대미를 장식하는 명물이었다.
국제 사회 물 부족 지적에다 화장을 고치거나 옷을 갈아입고 새로 단장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고 번거로워 올해부터 금지한다. 우승 선수는 주최 측에 모델같은 존재로서 경기를 끝내고 홍보물(차, 요트, 오토바이 등)에서 촬영한다는 점이 감안됐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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