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도 학생... 특수학급 설치 거부 규탄"
[차원 기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통합교육학부모협의회 등이 지난 4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적장애 특수교육대상자 학급 설치 민원에 교육청과 학교가 반응하지 않는 것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 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단체들 |
ⓒ 차원 |
김수정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은 "우리 아이가 2003년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지금 20년이 지났는데 법은 많이 생겼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학교들이 여전히 특수학급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또 몇몇 학교장들이 '특수학급을 증반하면 장애학생들이 계속 모여들 테니 증반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하며 "어떻게 교육자로서 이런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년 전부터 지자체와 교육청에 특수학급 설치 민원을 넣어온 지적장애 특수교육대상자 A군의 어머니는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관계로 발언문을 통해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서 생활하는 것이 걱정이었지만, 알고 보니 들어가는 것조차 힘들다"고 호소하며 "교육청도, 학교도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초등학교는 '모든 아이'의 교육 기관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모든 아이'에는 특수교육대상자도 있음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찾고 지키고 싶다. 아직은 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는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는 취지를 설명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 특수교육법이 시행된 지 15년을 맞이하는 지금 이런 사례를 인권위에 진정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민망하다"며 "장애학생에게 가장 기본적인 특수학급조차 설치하지 않는 학교, 그리고 관리책임이 있으면서도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교육청의 태도는 명확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가장 가까운 학교로 장애학생을 배정하도록 돼 있다"면서 "학교는 비장애인만의 학교가 아니고 교장은 비장애인만을 위한 교장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장애자녀를 둔 김현미 통합교육학부모협의회 회원은 "우리 후손들에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존재하는 나라가 아닌, 그런 말도 필요 없는 나라를 물려줘야 한다"며 "같은 인간을 왜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나눠 차별하냐, 모두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기 전에는 우리를 선진국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남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이사는 "올해도 수많은 장애학생들이 특수학교에 입학을 희망했지만, 자리가 없어서 입학하지 못했다"며 "그런데도 학교들이 특수학급을 늘리지 않고 있다. 사실상 특수학교로 장애학생들을 몰아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통합을 방해하는 교장 선생님과 교육 당국을 두고만 볼 수 없다"며 "특수학급 설치해서 통합교육 이룩하자"고 외쳤다.
언제까지 '집에서 가까운 학교 보내달라' 외쳐야..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이 요구들은 한국의 장애인 부모들이 독특해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닌, 국제인권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한국의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에 비해 교육받을 기회가 적고, 이는 장애인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인간관계를 만들기 어렵게 했다"고 꼬집었다. 현재 장애인이 교육받기 어려운 구조가 이들 미래의 권리까지 박탈했다는 것이다.
또 "인권의 기본은 비차별"이라며 "장애인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모든 자원을 다 사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대표는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에 대해 서울시에서 보낸 '국민에게 불편을 준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아야 했다"며 "장애인은 국민도 아니냐. 이런 문자를 보낼 시간과 돈으로 장애인 이동권을 더 확보하고, 특수학급을 더 늘리라"고 요구했다. 이어 "특수학교 재학생의 절반이 매일 왕복 1~4시간 거리를 다니며 전쟁 같은 등교를 하고 있다"면서 "이동권 보장하고 특수학교 더 많이 지어야 한다, 학교에 특수학급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민아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언제부터 학교가 배제를 가르치고 차별을 가르쳤느냐"며 "장애아동이 한 명도 없는 학교, 특수학교가 없는 지자체는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비장애학생과 장애학생이 함께 어울리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며 "근거리 학교 배정은 너무나 당연하다. 언제까지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가게 해 달라'는 당연한 외침을 해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 김수정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왼쪽에서 세 번째) |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
한편 김수정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에 따르면, 이들이 인권위에 진정한 강남의 한 초등학교는 6일 오전 "1, 2월 중 학급설치 공사에 들어가 3월 입학에 맞춰 완료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
김 지부장은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제라도 설치를 약속해서 다행"이라며 "당연하지만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부적절한 일들은 유감"이라며 "특수학급 설치로 끝나는 것이 아닌, 학생이 통합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 학교뿐만이 아니라, 특수학급이 없는 학교가 정말 많다"면서 "특수학교가 이미 과밀인 상황에서 특수학급 설치를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태만에 해당한다. 교육청 단위로 특수학급 설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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