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굳히는 중" 나경원에 불만? 대통령실 이례적 정면 비판
3·8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두 달여 앞두고 친윤(親尹)계 후보는 사실상 김기현 의원으로 단일화됐지만, 정작 최대 관심사는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 여부다. 여권 지지층을 상대로 한 각종 경선 여론조사에서 나 전 의원이 계속 1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전 의원은 6일 KBC광주방송 ‘여의도초대석’에 출연해 “최근에 전당대회 모습을 보면서 관전만 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그래서 마음을 조금 굳혀가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맡고 있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직과의 겸직 문제에 대해서는 “인구 문제나 기후 문제에 당대표가 관심을 가지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출마에 무게를 둔 발언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나경원 “마음 굳히고 있다”에…대통령실은 불만 기류?
그런데 나 전 의원의 인터뷰가 공개된 지 약 3시간 뒤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어제 간담회에서 나 부위원장이 밝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하는 정책 방향은 본인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정부 정책과는 무관하고 오히려 윤 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전날 나 전 의원이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과의 신년 오찬간담회에서 저출산 대책으로 출산 가정에 대출 원금을 탕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는데, 대통령실에서 이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야권 인사도 아니고 여권 인사의 정책 발언에 대해 청와대 참모가 직접 공개 반박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대통령실은 정책 혼선을 막기 위해 입장 정리가 필요했다고 덧붙였지만, 실제론 나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탐탁찮게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부 출범이후 친윤계와 나 전 의원은 불편한 관계를 계속 이어왔다. 나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있지만, 친윤계는 나 전 의원을 사실상 비윤계로 간주해왔다. 특히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기용한 것 자체가 사실상 전대출마 포기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는 게 친윤계의 시각이다. 반면 나 전 의원은 몇몇 친윤계 인사들이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자신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는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이 점점 출마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를 보이자 친윤계의 태클이 점점 거칠어지는 형국이다. 나 전 의원이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시절 함께 원내대변인을 했던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정치는 진중하고 길게 보는 것이 맞다”며 “정치인으로서 유의미한 일, 인구 문제에 집중해 어떤 결과물을 내 윤석열 정부에 큰 공헌을 했으면 한다”고 사실상 출마를 만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나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면 경선 구도엔 큰 파장이 불가피하다. 지난 3일 공개된 데일리안-여론조사공정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에 누가 당선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국민의힘 지지층은 나 전 의원(35.0%)을 가장 많이 꼽았고, 김기현 의원은 15.2%로 2위였다. 유승민 전 의원(13.7%)과 안철수 의원(12.4%)이 그 뒤를 이었다. 김기현 의원이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아직 나 전 의원과 격차가 상당하다.
김기현 공중전…안철수·윤상현 지상전
한편 당권 레이스를 시작한 주자들은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예방했다. 앞서 1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저를 예방하는 등 보수 원로들에게 당심을 모아달라 요청하며 공중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구미에서 성대한 출마선언을 한 윤상현 의원은 이날 부산을 방문하는 등 직접 발로 뛰며 당심잡기에 나섰다. 윤 의원은 또 서병수(부산 진구갑), 안병길(부산 서·동구) 의원 등 부산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의원들의 정책 간담회에도 참석한다. 윤 의원과 함께 ‘수도권 대표론’에 힘을 싣고 있는 안철수 의원도 이날 서초갑 당원간담회, 서대문감 당원간담회 등에 참석해 서울 지역 당원들과 만났다.
청년최고위원에 친윤 장예찬 vs. 비윤 김영호
한편 대표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청년최고위원 경선에선 친윤계 장예찬(35) 청년재단 이사장과 비윤계 김영호(35) 변호사가 정면으로 맞붙였다. 6일 김 변호사는 출마 선언에서 “나오겠다는 후보 중에 멀쩡한 사람이 없어 나왔다”며 장 이사장에 대해 “자격미달”이라고 직격했다. 장 이사장은 전날 대표적 친윤 중진인 이철규 의원과 함께 가장 먼저 출마선언을 한 상태였다.
또한 김 변호사가 최근 장제원 의원실에서 근무한 이력이 논란이 되자, 장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9일 의원면직된 상태”라며 “짧은 기간 의원실에 근무했던 직원 개인의 선택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나는 이미 장예찬 이사장 지지를 명시적으로 밝혔다”고 일축했다. 오는 8일에는 탈북민 출신 초선인 지성호 의원도 청년최고위원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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