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에 '더현대'보다 큰 쇼핑몰? 반갑지 않습니다

김수연 2023. 1. 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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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 혁신파크의 가치를 지키고 싶습니다

[김수연 기자]

 서울 은평구 녹번동 융복합도시 조감도
ⓒ 서울시 제공 = 연합뉴스
 
오디세이학교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스스로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는 서울시 교육청 소속 전환학교입니다. 학생들은 모두 서울혁신파크의 캠퍼스에서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저희는 서울혁신파크를 통해 시민들에게 필요한 공간은 어떤 공간인지에 대해 질문합니다.  

서울혁신파크는 과거 질병관리본부가 이전한 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기존 건물들을 재생한 공간입니다. 서울시 은평구에서 2015년부터 운영되어 이제는 다양한 사회적기업과 시민단체들의 실험, 협업 기점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지난해 12월 19일 서울시가 진행한 <서울혁신파크 부지 직주락시티 조성계획 기자설명회>에서는 서울시가 달라진 지역 위상에 발맞춰 '직(職, 일자리)·주(住, 주거)·락(樂, 상업·여가·문화) 융복합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부지 중앙에 대규모 녹지광장과 60층 높이의 랜드마크 타워를 배치하고, 가로변에는 여의도 '더현대서울'보다 큰 복합문화쇼핑몰을 조성한다"는 내용 등이었습니다. 2030년 준공을 목표로 속도감있게 계획을 추진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저희는 서울혁신파크의 개발 소식을 지금으로부터 3개월 전에 미리 접했습니다. 혁신파크에 캠퍼스를 두고 매일 등하교를 하며, 혁신파크의 많은 사회적 기업과 교류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서울시는 개발과 관련된 아무런 청사진도 공개하지 않았기에 저희는 혁신파크의 가치가 소실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시공간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시민들에게 '혁신파크'의 의미를 묻다 

시민의공간은 10월부터 약 한 달간 시민들에게 혁신파크가 어떤 의미인지를 묻는 '당신에게 혁신파크란?' 설문조사를 시행했습니다. 설문에 참여한 총 290명의 시민분들이 각자의 혁신파크 이야기를 남겨주셨습니다. 11월에는 <서울혁신파크 성과 및 향후 대안 토론회>에 학생 대표로 참여해 시공간의 목소리를 대외적으로 밝혔습니다.

위 토론회에는 은평구 의원과 서울혁신파크의 입주단체, 서울혁신센터 직원, 은평지역단체 일원 등이 참여하였습니다. 혁신파크가 입주단체와 지역민들에게 든든한 지원군이었고, 그들 모두에게 필요한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12월에는 혁신파크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담은 아카이빙을 진행했습니다. 결국 혁신파크가 폐쇄된다고 하더라도 이런 공간은 도시에서 꼭 필요한 공간이었음을 기록하기 위해서입니다.  

시민의공간은 서울혁신파크가 가진 가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각종 사회적 기업과 단체가 서로 연대하며 사회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고자 하는 곳, 그런 사람들에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곳,. 가족이 아닌 더 넓은 세대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곳, 최신 아파트의 폐쇄적인 녹지 공간을 보완하는 곳.  

설문조사의 한 참여자는 "본인에게 혁신파크는 어떤 의미를 가진 공간인가요?"라는 질문에 "복잡하고 답답한 서울 삶에서 숨 쉬고 여유를 느끼며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충전의 공간"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다른 참여자는 "경제적인 논리가 아닌 다양한 의미를 추구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저희는 이곳이 사회적 기업이 활동하고 연대하는 공간으로, 다양한 사회문제를 쉽게 접하고 공동체를 위해 함께 나아가려는 시민들의 성장 발판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현대사회에서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의 자리를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본래 혁신파크가 지닌 '시민들을 위한 공간,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혁신'이라는 가치가 부지 개발 이후에도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희의 설문조사에서 '혁신파크는 도시 속의 오아시스'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발걸음을 멈출 수 없는 현대 사회에서 잠시 동안 자연을 둘러보며 숨을 돌릴 수 있는 장소. 도심에서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쉼의 공간이 수많은 상업지구 중 하나로 매워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소수의 땅이 아니라, 모두의 땅이 되도록 

혁신파크의 부지가 개발됨과 동시에 많은 금전적 이익이 소수의 사람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서울시가 추구하는 '직(職, 일자리)·주(住, 주거)·락(樂, 상업·여가·문화) 융복합도시'는 값을 치를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쉼의 공간으로, 아닌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으로만 보일지도 모릅니다.  

축구장 15개에 맞먹는 이 광막한 부지가 이윤만을 위한 구조로 구성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시민들이 금전적인 부담 없이 누구나 공공의 공간을 누리고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관련기사]
- "서울시, '혁신파크 방 빼라' 요구... 아직 할 일 많은데" http://omn.kr/225q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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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수연씨는 오디세이학교 혁신파크 8기이자 프로젝트 시민의공간 팀원으로 활동 중인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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