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컬링연맹 회장 공백'... 100일 남은 '안방' 국제대회 어쩌나
[박장식 기자]
▲ 지난 3일 갑작스러운 사퇴를 발표한 김용빈 대한컬링연맹 전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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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들려온 대한컬링연맹 김용빈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소식이 후폭풍을 낳고 있다. 김 회장은 회사 경영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연맹에 사퇴 의사를 밝히며 2년 남짓 남은 회장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내려왔다.
김 회장은 3일 오전 갑작스럽게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회장사였던 대우조선해양건설, 한국테크놀로지 등이 여러 논란에 휩싸이며 한동안 진통을 겪었다. 김 회장은 "저의 사업적인 일로 인해 컬링과 컬링인들에게 더 이상 누를 끼칠 수 없다"며 사퇴의 변을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김 회장이 유치한 국제 행사들이다. 김 회장 시기 컬링연맹은 오는 4월 강릉에서 열리는 믹스더블·시니어 컬링 세계선수권대회와 9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컬링연맹 총회 등을 유치했다. 하지만 회장의 공백 상황 속에서 두 행사가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지도 과제이다.
'모기업 문제 탓에'... 이어진 컬링연맹 회장 수난사
한국 컬링의 '회장 공백 사태' 악몽이 2년 만에 재발했다. 지난 2017년 회장 공백사태에 이은 대한체육회의 관리종목단체 지정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어렵게 보낸 연맹은 올림픽 이후 김재홍 회장이 취임했지만, 2020년 그가 돌연 사퇴하면서 1년 가까이 직무대행 체제로 이어졌다.
2021년 김용빈 회장이 선거 시비 끝 당선되며 컬링연맹은 정상화의 길을 걷나 싶었다. 김 회장은 임명되자마자 대한컬링경기연맹의 이름을 대한컬링연맹으로 바꾸며 쇄신을 약속했다. 아울러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장기간 전지훈련 지원 등을 통해 강릉시청 '팀 킴' 선수들의 2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 결국 회장사의 경영 부실로 한국 컬링이 다시 혼돈에 빠진 격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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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회장사의 경영이다. 대우조선해양건설 등 회장사가 임금 체불·대금 납부 지연 등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이 들리는 한편, 회장사의 계열사가 인수한 프로농구단을 둘러싸고도 여러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지난해 4월에는 검찰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그를 수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고, 같은 해 12월 노조로부터 사퇴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해를 넘긴 직후 김용빈 회장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2년 간의 동행이 찝찝하게 끝났다. 특히 8년 전 국회의원의 경기종목단체장 겸직이 금지되면서 김재원 당시 회장이 사퇴한 이후 단 한 명의 수장도 임기를 채우지 못한 한국 컬링의 껄끄러운 징크스를 이어가야만 했다.
한국 주최 세계선수권 3개월 앞... 대책 마련 필요해
문제는 김 전 회장의 사퇴가 강릉 믹스더블·시니어컬링 세계선수권대회 개최 3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강릉 세계선수권의 경우 지난해 10월 대한컬링연맹과 강릉시의 주도로 조직위원회가 꾸려졌지만, 대회 개최의 구심점 중 한 축 역할을 할 대한컬링연맹 수장의 공백은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믹스더블·시니어 컬링 종목 자체의 생소함 탓에 스폰서십 구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특히 이번 대회를 100일 남짓 앞두고 손님 맞이를 해야 할 대한컬링연맹의 '안주인'이 없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면서 대회 정상 개최 여부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아울러 김 회장이 유치한 9월 세계컬링연맹 서울 총회, 그리고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 등 대한컬링연맹이 '안주인'으로서 신경 써야 할 사안 역시 1년 앞으로 대거 다가왔다. 회장 공백 사퇴가 길어지면 기껏 유치한 총회를 반납하면서 오히려 한국 컬링의 위상이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나온다.
다만 회장·회장사의 공백으로 인한 문제에 대해 강릉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실무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국비나 도비, 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부분은 이미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문제가 될 부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강릉시 관계자는 "유치 부분에서는 김 전 회장이 많은 부분 공을 들이셨지만, 유치가 되고 나서는 실무적으로 풀어야 되는 문제가 오히려 많다"면서, "연맹 실무진들과 함께 대회가 잘 개최되도록 신경쓰겠다"고 밝혔다.
▲ 6일부터 대한컬링연맹 회장직무대행에 나선 정귀섭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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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공백 사태에 대한체육회도 나섰다. 대한체육회는 6일 회장 직무대행을 인준하면서 60일 내 보궐 선거를 치를 것을 요구했다. 회장 직무대행으로 나선 이는 정귀섭 상임부회장이다. 정 직무대행은 연장자 순서로 직무대행을 선임하는 규정에 의거해 정귀섭 부회장의 대행을 승인했다.
국군체육부대 경기대장 출신의 정귀섭 직무대행은 군 전역 이후 대한수영연맹 전무이사·대한체육회 국가대표 훈련관리관을 거쳤다. 특히 지난해 세계선수권·세계연맹 총회 유치 과정에서 실무적인 역할을 담당했기에, 어려움에 빠진 와중 동계체전 개최·세계선수권 실무 작업을 지휘하기에 알맞은 인사다.
아울러 대한컬링연맹은 3월 7일까지 회장 보궐 선거를 실시해 김 회장의 남은 임기인 2025년 초까지의 임기를 수행할 인물을 임명해야 한다. 특히 남은 2년 기간 동안 세계선수권 ·동계 청소년 올림픽 진행에도 힘써야 하기에 짧은 기간이지만 무게가 막중하다.
결국 갑작스러운 혼돈의 빠른 안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에 맞게 대한컬링연맹은 조만간 이사회·대의원 총회 등을 소집해 갑작스러운 회장 공백이 더욱 길어지지 않도록 수뇌부 정상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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