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날아온 총에 승객 비명…영화 뺨친 마약왕 아들 체포 [영상]
가옥들이 빽빽이 밀집된 마을 한복판에서 연신 기관총 소리가 들리고, 총성에 놀란 사람들은 몸을 떨며 엎드려 있다. 이 와중에 범죄 조직원들은 차량을 불태우며 맹렬히 저항한다.
지난 5일(현지시간) 멕시코 군 당국은 멕시코 북부 시날로아주(州) 쿨리아칸 외곽에 있는 헤수스 마리아에서 벌어진 ‘범죄와의 전쟁’을 담은 이같은 생생한 현장 영상을 전격 공개했다.
멕시코 군경은 이날 멕시코 최대 범죄 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의 수괴 오비디오 구스만(33)을 마약 유통 및 밀매 혐의로 체포했다. 그는 멕시코의 악명 높은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의 아들이다.
CNN 등에 따르면 멕시코 국가경비대와 군은 이날 새벽 구스만 체포 작전에 들어갔다. 이날 현장은 시가전을 방불케 했다.
시날로아 카르텔 조직원들은 시내에서 군 병력을 향해 총격을 퍼부으며 저항했다. 이들은 차량에 불을 지르고 주요 도로를 봉쇄했다. 무장한 조직원들은 시날로아의 지역 공항 3곳을 점거한 뒤 여객기를 향해 총을 쏘기도 했다.
쿨리아칸 공항에선 멕시코시티행 아에로멕시코 항공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달리다 갱단의 총탄에 맞았다. 항공기 승객들이 겁에 질린 채 총격전을 피해 좌석 아래로 몸을 웅크리고 아이들은 놀라 우는 등 당시 긴박했던 영상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퍼진 상태다.
멕시코 군 당국은 "구스만 체포 과정에서 벌어진 소요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멕시코 군경 약 900명이 투입됐다"며 "이 중 2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구스만 체포 이후에도 총격전이 계속되자 멕시코 정부는 이날 지역 주민들에게 외출 자제를 촉구하고 인근 학교에 임시 휴교령을 내렸다.
멕시코 군은 이날 체포한 구스만을 수도 멕시코시티의 군사시설로 압송한 뒤 검찰에 인계했다. 멕시코 국방부는 "그를 잡기 위해 지난 6개월간 뒤쫓았다"며 "이 과정에서 미 수사기관의 협조를 받았다"고 밝혔다.
'생쥐'라는 별명을 가진 구스만은 '엘 차포(스페인어로 '키가 작은 사람'을 의미)'로 불리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시날로아 카르텔을 진두지휘해 왔다. 호아킨 구스만은 두 차례 탈옥 끝에 지난 2016년 체포돼 미국으로 송환됐다. 이후 종신형을 선고받고 현재 미 콜로라도의 ADX 플로렌스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는 9일 멕시코에서 열리는 미국·캐나다·멕시코 북미 3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번 작전이 벌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을 주요 의제로 다룰 것으로 예상되면서 멕시코가 선제적으로 마약 단속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멕시코는 최근 중국을 제치고 미국으로 들어가는 펜타닐의 주요 공급처로 떠올랐다. 지난 2021년 미국에선 약물 과다복용으로 10만 7000명 이상이 사망했는데, 이 중 3분의 2가 펜타닐과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날로아 카르텔은 미국 남서부 국경을 오가는 마약 밀매를 장악하고, 무기 밀매와 살인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조직으로 악명이 높다.
하지만 멕시코 정부는 이같은 분석에 선을 그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무장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측은 지난 2019년부터 오비디오 구스만에 대한 인도 요청을 해왔다"면서도 "오늘, 내일 당장 인도할 수는 없으며 이번 체포 작전도 정상회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구스만이 체포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그는 지난 2019년 멕시코 군에 한 차례 붙잡혔지만, 당시 멕시코 당국은 "구스만을 수감하면 더 큰 폭력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그를 석방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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