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코앞 왔다는 北무인기…軍일각선 "증거는 레이더 뿐"

이근평, 우수진 2023. 1. 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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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인기가 서울 비행금지구역 일부를 침범했다는 군 당국의 발표에 대해 군 내부에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레이더 미상 항적만으로 무인기 여부를 단언하는 게 타당했냐는 지적이다.

지난 5일 경기 양주 가납리 비행장 일대에서 합동참모본부 주관으로 북한 무인기 침투 상황 대응 방공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훈련에는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항공사령부와 공군작전사령부 등이 참여했다. 뉴스1


서울 상공 무인기, 레이더 외 다른 감시장비에선 흔적 발견 안 돼

6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의 서울 상공 침범 상황을 조사하고 있는 합동참모본부는 레이더를 제외한 다른 감시장비에서 무인기 등 항공기의 비행금지구역(P-73) 진입 흔적을 여전히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항공기 같은 비행체가 방공 영역에 들어오면 해당 영역을 담당하는 대공초소는 레이더를 비롯해 열상감시장비(TOD) 등 다른 장비를 통해서도 이를 교차 확인한다.

군 소식통은 “지난번 북한 무인기 영공 침임 때 P-73를 감시하는 레이더에 미상 항적이 포착된 건 맞는다”면서도 “P-73 구역을 담당하는 부대의 이외 장비에선 항공기 포착 징후가 없어 사실상 레이더 정보가 무인기의 P-73 침범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증거”라고 말했다.


레이더상 탐지·소실 반복한 항적 중 일부 놓고 오인 가능성

군 당국은 사건 초기 “북한 무인기가 P-73에 침범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다 지난 5일이 돼서야 “P-73 북쪽 끝부분을 스치듯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을 바꿨다. 레이더상 탐지·소실이 반복되는 ‘점’의 항적을 재조사해 ‘선’으로 연결해보니 이 같은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 때문에 군 일각에선 “서울 북쪽 상공 레이더에 탐지와 소실을 반복한 항적이 일관되게 무인기를 나타내는지, 새떼나 풍선을 오인한 건 아닌지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합참은 사건 발생 직후 이번 상황의 판단과 관련한 전비태세검열실의 조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인 지난 5일 군 당국은 북한 무인기의 P-73 침범 가능성을 먼저 언급했다. 조사 완료 전에 침범 가능성을 인정한 것과 관련해선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당시 국방부의 보고를 받고 국민에게 이를 소상히 알리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은 “군이 북한 무인기 사태에 대한 내부 조사와 감찰을 진행할 것”이라며 내부 조사에 이은 감찰 가능성을 언급하며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는 군 내부적으로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방부와 군 당국은 아직 공식 감찰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전비태세검열실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감찰 등 책임소재를 가리는 작업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6일 기자들과 만나 "은폐하거나 허위로 설명한 부분은 없다"며 "과정상 부족함은 있었지만,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서 사실대로 말하려고 해왔다"고 강조했다.


군 “대통령실 정찰은 어렵다” 입장 유지

다만 군 당국은 북한 무인기가 고해상도 카메라로 정찰 활동을 펼쳤을 가능성에 대해선 “거리와 고도, 적들의 능력을 고려할 때 용산 대통령실까지 촬영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촬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날 국가정보원의 국회 보고 내용을 놓고선 “어디에 방점을 두고 말했느냐의 차이”라고 해명했다.

김승겸 합참의장이 지난 1일 서울 육군 제1방공여단을 방문, 수도권 방공작전 태세의 강화 방안 및 북한 소형 무인기 대비 작전 수행 절차 등을 보고 받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군 안팎에선 북한 무인기가 실제 P-73 내 북쪽 끝부분에만 도달했다면 이론적으로 용산 대통령실까지 촬영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7년 수거된 북한 무인기의 경우 고도 2.4㎞에서 가로 3km·세로 2km 범위를 촬영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북한 무인기가 1.5㎞ 내 지형을 촬영한다고 보면 대통령실로부터 3㎞ 이상 떨어진 P-73 끝부분에선 용산 대통령실 일대까진 촬영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그러나 북한이 지난 5년간 촬영 장비를 개선했거나 이번 침투 활동 과정에서 확인된 항적보다 더 남하했다면 목표한 항공사진을 확보해 복귀했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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