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황둔쌀찐빵길을 걸어 매봉정에 오르다

이보환 2023. 1. 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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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환 기자]

▲ 매봉정 매봉산 임도에 자리잡은 정자, 트레킹 하는 사람들의 쉼터다
ⓒ 이보환
지난해 12월 26일 겨울과 어울리는 길을 찾아 나섰다.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황둔리. 찐빵 맛집이 즐비한 이곳이 출발지다. 작은 마을 거리에 모락모락 찐빵의 열기가 겨울 바람을 녹인다. 따끈한 찐빵을 먹고 싶지만 산행 이후로 미뤄둔다. 목적지를 한바퀴 돌고 온 후 더 맛있게 먹고 싶은 생각이다.

신림농협 하나로마트에 주차하고 황둔초등학교 방향으로 걷는다. 학교 옆으로 샛길이 있다는데 무심결에 스쳐 지나왔다. 다시 돌아가기엔 멀기도 하거니와 어디를 걸으면 또 어떠랴 하는 생각에 직진한다. 계획했던 서마니 강변길은 다음으로 미뤄둔다.

꿩대신 닭이라고 해야하나. 이정표에 적힌 곳 중 눈에 띄는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매봉정 6.7㎞, 서마니 강변길에 미련 없도록 내 마음을 움직인 오늘의 갈 곳이다. 슬레이트 지붕이 이어진 마을, 꽁꽁 얼어붙은 밭은 한기를 전해준다. 싸한 기운에 어깨가 움츠려들 찰나 볕드는 양지로 걸음 보조기를 끌며 운동 중이신 어르신을 발견했다.

"어디 마실 가실려구요?"
"아니요, 햇볕이 좋아 운동하러 나왔어요. 많이는 못 가고 저기까지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으로 입을 가리는 모습이 수줍음 많은 소녀다. 어르신을 보니 이까짓 추위쯤이야 하는 생각이 든다. 집집마다 들려오는 개짖는 소리가 메아리로 돌아온다. 농촌의 고령화, 여성화 때문에 개를 많이 기르겠다고 짐작해 본다. 매봉정을 가기위해 거쳐야 하는 피노키오 캠핑장이 가까워진다.

생각보다 큰 규모다. 출입제한이 아닌지 캠핑장 안내문을 보니 단순 캠핑장이 아닌 자연휴양림이다. 쭉쭉 뻗은 나무 사이로 확 트인 아스팔트 길이 자연과 사람을 이어준다. 야외 취침하기엔 꽤나 추운 날씨인데도 캠핑족들이 많다. 잠옷 차림에 나무작대기로 웅덩이 얼음을 깨는 아이들의 모습이 천진난만하다. 
 
▲ 매봉정 가는길 이정표 매봉정으로 오르는 길에 자리한 이정표. 이곳에는 황둔쌀찐방길로 표기되어 있다.
ⓒ 이보환
숲속 오선지에 새소리와 물소리가 앉는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도돌이표가 되어 숲을 가득 메운다. 버드나무, 소나무, 매실나무. 이름표를 걸고 있는 키큰 나무와 친구가 된다. 휴양림 곳곳에 사방댐이 있다. 대규모 토사유출을 막아 하류 농경지 피해를 예방한다고 안내돼 있다. 최근에 공사가 마무리된 흔적이 남아 있다. 

자연휴양림을 지나자 치악산 둘레길 6코스 매봉산 자락길이 시작된다. 치악산둘레길 6코스 매봉산자락길은 임도다. 걷기, MTB, 명상 모두 가능하다. 해발 700~750m로 감악산의 아름다운 산 능선이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

황둔 하나로마트에서 시작하면 피노키오캠핑장-매봉정-물안정-석기동까지 14.3㎞ 거리다. 나는 처음 계획대로 매봉정에서 돌아오기로 했다. 임도는 끝없는 오르막길이다. 나도 모르게 걸음이 느려지고, 어느 순간부터 터벅터벅 걷는다. 힘겨움에 몸을 돌려 뒷걸음을 하니 등 뒤로 펼쳐진 건너편 산능선이 검은빛 바다다. 걷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주변 경치를 보는 재미다.

어느새 산꼭대기에 가까워진다.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적막한 임도가 산악자전거 라이더들의 행진으로 화려해진다. 바람의 강도가 점점 거세진다. 매봉정이 가까워진다.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들려온다. 매봉정에 도착했다. 보온병에 담아온 따뜻한 물로 몸을 녹인다. 뉘엿뉘엿 지는 해보다 앞서 도착하기 위해 걸음을 서두른다. 겨울 해는 유난히 빨리 진다.

"먼저 갑니다. 조심히 내려오세요."

처음 보는 분들이 나의 안전을 걱정해주는 곳, 산은 그런 곳이다. 굉장했던 오르막길을 내려가는 것도 쉽지않다. 눈이 녹으며 빙판을 만들었다. 그만큼 발끝에 가해지는 힘은 강해지고 신경은 곤두선다. 순식간에 피노키오 자연휴양림까지 내려왔다.     걸음은 자연스럽게 숲의 박자에 맞춰 안정되고 심신은 편안해진다. 늦은 오후 마을은 평화롭다. 하지만 인도없이 차도로 다녀야 하는 어르신들의 안전이 걱정된다. 보행자들이 편리하게 다닐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나길 기대해본다. 내려와서 먹는 황둔찐빵 맛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오늘 걷지 못한 서마니 강변길 안내도를 보면서 다음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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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천단양뉴스(http://www.jdnews.kr/)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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