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가 나타난 강남 건물, 이들이 탈출하는 방법

김동근 2023. 1. 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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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강남좀비>

[김동근 기자]

 영화 <강남좀비> 포스터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상황이 계속 안 좋아질 때가 있다. 돈이 없을 때 취직도 하기 어렵고 주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없다. 그렇게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는 주변 사람들이 도움이 안 되는 존재들로 보인다. 심지어는 자신의 운을 갉아먹는 사람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안 좋은 상황은 계속 안 좋은 상황을 부르고 그 늪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무척 어렵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을 이겨낼 수 있게 만드는 건 주변에 잘 보이지 않던 친구나 동료들이다. 서로를 의지해서 손을 잡아끌며 달려가다 보면 어느덧 밝은 빛이 보이는 출구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최근의 20대와 30대들은 치열한 경쟁과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 있다. 주변엔 그저 앞을 보며 자신을 물어뜯으려 하는 사람들이 쫓아오고 안전하게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 취업과 결혼까지 이어지는 어려운 코스는 한 단계에서 탈출한다고 해도 계속 이어지는 재난 영화의 서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그들에게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무척 힘든 발걸음이다.

강남 한 건물에 나타난 좀비들
 
 영화 <강남좀비> 장면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강남좀비>는 강남의 한 건물에 좀비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재난 영화다. 주인공은 이 건물의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현석(지일주)과 민정(박지연)이다. 이들은 한 유튜브 채널을 만든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현석과 민정은 월급이 몇 달째 밀려있고, 회사는 사무실 월세도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렵다. 하지만 회사의 사장은 채널의 조회수가 높지 못해 수입이 없다는 이유로 지급을 계속 미룬다. 또한 민정은 사장으로부터 계속 성추행을 당하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현석과 민정은 답답해 보이는 인물들이다. 제대로 된 취업자리를 찾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장에게 부당한 대우를 당하면서도 제대로 옳은 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한다. 특히나 민정은 경력을 쌓아야 재취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사장의 행동에 반발을 하지 못한다. 그나마 현석은 불편한 상황에 놓인 민정을 도우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이야기의 초반에는 이 사무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조리한 일들이 화면에 펼쳐진다. 중반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회사 건물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좀비로 변하기 시작한다. 등장인물 중에서 먼저 희생되는 건, 건물의 가치에 집착하는 건물 주인과 유튜브 조회수에 신경 쓰는 사장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죽음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본인의 안위에 신경 쓰다 먼저 좀비가 되어 버린다.

이야기의 후반부는 현석과 민정이 건물에서 좀비를 피해 도망 다니는 과정이 계속 이어진다. 영화 <강남좀비>는 한 건물 안에서 다양한 공간으로 주인공들을 이동시키며 벌어진다는 점에서 할리우드 영화 <메이햄>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남녀 주인공이 회사 안에서 싸움을 벌이며 여러 장소를 이동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느낌을 준다. 영화는 이 두 인물이 건물을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지 그 과정을 주욱 따라간다.

영화 <강남좀비>의 목적은 단순하다. 좀비를 등장시키고 그 수를 늘려 중심인물들에게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그들이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활극을 보여주는 것이다. 주인공 현석은 태권도 대회에서 수상을 한 경력을 가진 인물이라 격투 장면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인물이다. 게다가 이 영화의 좀비들은 일반적인 좀비와 다르게 흡혈귀와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어느 정도 판단을 하면서 격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일반적인 설정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답답해 보이는 두 주인공의 뒤를 따라가는 좀비 활극
 
 영화 <강남좀비> 장면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여느 좀비영화들처럼 사회적인 메시지도 일부 포함하고 있다. 임금체불하고 성추행을 일삼는 고용주와 돈 밖에 모르는 건물주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고 결국 남게 되는 현석과 민정도 자신의 내적 불만을 제대로 사회에 말하지 못했던 인물들이다. 그들을 공격하는 좀비들을 헤치며 탈출하려 하는 모습은 현재 젊은 층이 겪는 지옥 같은 직업 사회에서 탈출하려는 몸부림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의미와 장점은 이 정도다. B급 좀비 영화의 특성을 잘 살렸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사업적 재능이 없어 보이는 사장과 강남의 건물주임에도 돈에 집착하는 건물주는 너무 만들어진 빌런 캐릭터처럼 보여 실소를 자아낸다. 분장을 한 좀비들의 모습도 다소 어색해 보인다. 까만 눈이 그나마 무서움을 느끼게 하지만 몇몇 좀비들은 너무 분장한 티가 많이나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영화에서 현석역을 맡은 지일주는 <용루각:비정도시> 같은 B급 액션 영화에 꾸준히 출연한 배우다. 이번 영화에서도 특유의 액션 연기로 영화에 힘을 불어넣는다. 민정 역의 박지연은 아이돌 그룹 티아라 출신의 배우다. 차분한 톤으로 무난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연출한 이수성 감독은 <전망 좋은 집>을 연출한 이후, <일진> 같은 액션 영화들을 연출해 왔다. 이번 <강남 좀비>도 비슷한 느낌의 액션영화다. 서사나 사회 고발, 캐릭터의 특성보다는 영화 중반부터 벌어지는 추격 활극이 그나마 이 영화에서 유일한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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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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