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한일전? 호주가 먼저다…첫 경기 트라우마

지난 두 차례 WBC 대회서 1차전 패배 후 1라운드 패배 수모
한일전 앞두고 치르는 호주와 첫 경기에 8강 티켓 걸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를 준비하는 이강철 야구대표팀 감독이 호주전에 모든 것을 걸었다.

이강철 감독은 대표팀 코치진과 함께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호주로 출국했다.

출국에 앞서 이강철 감독은 “호주전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 호주도 한국전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을 것으로 예상한다. 선수들 하나하나 잘 분석해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오는 9일까지 호주프로야구(ABL) 경기를 관전하며 전력을 분석할 예정이다.

야구대표팀은 WBC 1라운드 B조에서 호주-일본-체코-중국을 상대한다. 객관적인 전력상 체코-중국에 크게 앞서고, 오타니 쇼헤이·다르빗슈 유 등 빅리거들과 일본프로야구 최정상급 선수들이 가세한 일본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밀린다. 결국 한국과 호주가 8강 티켓이 주어지는 조 2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전개가 가장 유력하다.

초대 대회 4강, 제2회 대회에서 준우승까지 차지한 한국 야구와 달리 호주는 역대 WBC에서 1라운드도 통과하지 못했다. 한국이 못 넘을 팀은 아니지만, 꾸준히 WBC 무대를 밟고 있는 팀이라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다. 이번에는 MLB 올스타에 세 차례나 선정된 투수 리암 헨드릭스(시카고 화이트삭스) 등 빅리거 출신들도 합류한다.

무엇보다 한국 야구는 WBC에서 첫 경기 트라우마가 있다. 지난 두 차례 WBC에서 모두 1라운드 탈락했는데 첫 경기 패배가 결정타였다. 2013 WBC에서는 네덜란드에 져 호주-대만을 이기고도 탈락했고, 2017년 WBC에서는 이스라엘에 패하고 네덜란드에도 져 2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굴욕을 뒤집어썼다.

첫 경기 호주전을 승리로 장식하지 못한다면, 탈락의 부담을 안고 하루 뒤 숙명의 한일전을 치러야 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2020 도쿄올림픽 노메달 등 국제대회에서 실망만 안겼던 야구대표팀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야구대표팀은 한일전 보다 호주가 먼저라는 자세로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다. 호주에 우완 선발투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15명의 야수 중 8명의 좌타자를 발탁했고, 호주 타자들에게 낯선 포크볼을 잘 구사할 수 있는 투수들도 많이 불러들였다.

첫 경기에서 호주를 잡는다면 조 2위를 확보할 확률이 높다. 탈락의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난 가운데 한일전에서 예상 보다 좋은 내용과 결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일전 보다 호주전이 먼저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