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오물" 치 떤 김여정…정부, 北 가장 아픈 약점 꺼냈다
정부가 9ㆍ19 남북 군사합의의 효력이 정지될 경우 접경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가 가능할지 법적 검토에 착수한 배경과 관련해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여겨온 비군사적 조치인 '대북 심리전'을 의도적으로 꺼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실제 심리전이 재개될 경우 사소한 마찰이 군사적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운용의 묘'를 잘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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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등판 '단골 소재'
9ㆍ19 남북 군사합의와 대북 전단을 연계한 으름장은 사실 문재인 정부 당시 북측이 먼저 꺼냈던 카드다.
2020년 6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남조선 당국이 (대북 전단 관련) 응분의 조처를 따라세우지 못한다면 북남 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북남 군사합의 파기를 각오하라"고 했다. 그리고는 같은 달 중순 북한은 남북 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했다. 다만 9ㆍ19 군사합의에 대한 별도 후속 조처는 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대북 전단은 김 부부장의 대남 비난 '단골 소재'가 됐다. 지난해 8월 김 부부장은 대북 전단을 코로나19 유입 경로로 지목하며 "강력한 대남 보복 대응"을 예고했다. 이어 같은 달 '담대한 구상'을 비난하는 담화에서 대북 전단을 "더러운 오물"로 칭하며 "격렬한 증오와 분격을 폭발시킨다"고 했다.
'말'에 그치고 있는 대북 전단에 대한 최근 북한의 공세와 달리 과거엔 실제 군사적 충돌 직전의 상황으로 확대됐던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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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때도 심리전 선포했지만…
대북 확성기의 경우 과거 남북 관계의 부침에 따라 재개와 중단을 반복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하자 당시 이명박 정부는 5ㆍ24 조치의 일환으로 '대북 심리전 재개'를 선포하고 대북 확성기와 대형 전광판을 전방에 다시 설치했다. 무력 충돌에 대한 우려 등으로 실제 방송 재개는 즉각 이뤄지지 않았지만, 당시 북한은 "심리전 수단에 대한 직접 조준 격파사격"을 경고하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실제 방송은 2015년 목함지뢰 도발 이후 재개됐다. 그러자 북한은 포격 도발까지 감행하며 반발했는데, 목함 지뢰 도발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부인하던 북한은 결국 방송 중단을 조건으로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잠시 중단됐던 확성기 방송은 이듬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반년만에 또다시 재개됐다가,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로 확성기는 모두 비무장지대(DMZ)에서 철거된 상태다. 그럼에도 북한은 지난해 10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명의의 성명을 통해 "확성기도발을 하는 적에게 엄중히 경고한다"는 난데 없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금지 행위' 법적 제약 풀리나
현재 대북전단과 확성기 방송은 모두 법으로 금지돼있다. 문재인 정부 때 통과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24조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 ▲전단 살포 ▲시각 매개물(전광판 등)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같은 법 바로 다음 조항인 25조엔 '남북합의서의 효력이 정지된 때'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돼있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9ㆍ19합의의 효력이 정지될 경우 그간의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금지됐던 '남북 합의서 위반 행위'를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법적 검토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더라도 "순차적으로 대북 압박 수위를 높여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북한은 2020년 12월 '반동문화사상배격법'을 제정해 남측 영상물을 비롯한 외부 문물을 접할 경우 최대 사형에 처할 정도로 외부 정보 유입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 심리전이 북한의 약점을 찌르는 수단인 것은 맞지만, 자칫 선을 넘는 북한의 반발을 불러올 '양날의 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9ㆍ19 합의의 효력 정지, 대북전단, 확성기 재개 등을 '한국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는 메시지만으로도 대북 압박 효과가 꽤 있다"며 "대북 압박 수단을 하나씩 꺼내며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신호를 분명히 하되 위기가 한번에 증폭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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