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안전사고가 되풀이되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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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의 방음터널에서 발생한 끔찍한 화재로 5명이 숨지고, 41명이 다쳤다.
쉽게 불이 붙는 가연성(可燃性)의 값싼 소재인 PMMA로 방음터널을 만들었던 것부터 문제였다.
2년 전 수원의 고가차도 방음터널 화재의 아픈 경험도 애써 무시했다.
지난 3일 대구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방음벽 화재도 PMMA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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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의 방음터널에서 발생한 끔찍한 화재로 5명이 숨지고, 41명이 다쳤다. 아크릴 계열의 PMMA(폴리메타아크릴산 메틸)로 만든 방음 패널이 시뻘건 화염과 짙은 유독가스를 내뿜으면서 녹아내리는 광경은 참혹했다. 차량이 밀리는 시간이 아니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10·29 핼러윈 참사 이후 고작 2개월 만의 일이었다.
이번 사고도 우리 힘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 쉽게 불이 붙는 가연성(可燃性)의 값싼 소재인 PMMA로 방음터널을 만들었던 것부터 문제였다. 2년 전 수원의 고가차도 방음터널 화재의 아픈 경험도 애써 무시했다. 지난 3일 대구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방음벽 화재도 PMMA 때문이었다. 당연히 더 많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난연성(難練性)의 폴리카보네이트(PC)나 강화유리를 써야만 했다.
방음터널의 구조도 엉망이었다. 화재의 확산을 차단하는 시설도 없었고, 연기를 배출해주는 설비도 없었고, 대피로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터널 입구에서 차량의 진입을 막아주는 차단설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모두 방음터널의 건설비용을 줄이기 위한 얕은 꼼수의 결과다. 설계와 건설 과정에서 충분한 비용을 투자했더라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화재가 처음 발생한 폐기물 운반차의 정비 상태도 엉망이었다. 2년 전에도 운행 중 화재가 발생했던 전력이 있었지만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자신을 ‘피의자’ 취급하지 말아 달라고 당당하게 우기는 운전자의 내로남불도 황당했다. 정치판에서 시작된 후안무치·내로남불이 우리 사회의 윤리의식을 통째로 마비시켜버린 모양새다.
우리에게 안전사고는 낯선 일이 아니다. 가습기 살균제와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와 정치인들이 목청껏 외치던 국민 안전은 모두 빈말이었다. 기업인에게 무거운 형사처벌을 강제하는 강력한 중대재해처벌법도 이번 화재에는 무용지물이다. 결국 우리의 안전불감증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겉으로만 그럴싸한 화려한 말 잔치나 단순히 법과 제도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 반복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안전사고 피해자에 대해서 확실한 금전적 보상을 인정해주는 것이 그 출발이 될 수 있다. 유가족이 공개적으로 피눈물을 흘리면서 외치지 않고도 적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피해 보상이 횡재나 불로소득이라는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인식은 확실하게 바로 잡아야 한다.
법원이 사고 보상을 위한 인명(人命)의 가치 산정 기준을 확실하게 바꿔야 한다. 사망과 부상에 대한 보상을 획기적으로 현실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제선 비행기 사고의 피해자들이 우리 법원을 외면하고 있다. 미국 법원에서는 우리 법원보다 10배 이상의 보상을 인정해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법원이 옹색하게 인정해주는 낮은 보상 기준으로는 정부 부처·공공기관·기업이 안전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이번 과천 화재 사고의 경우에도 피해 보상은 보험사의 몫으로 남겨져 버렸다. 고속도로를 건설·운영하는 민자 회사 입장에서는 더 비싼 폴리카보네이트 대신 PMMA를 선택한 결정을 후회할 이유가 없게 된 것이다.
이덕환(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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