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ICK] ‘반전’의 주인공 된 임지연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2부터 ‘더 글로리’까지
새 얼굴 꺼내보이며 호평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2에 새롭게 합류,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파트1 혹평을 뒤집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소화했던 임지연이 이번에는 ‘더 글로리’의 악역을 통해 시청자들의 놀라움을 유발하고 있다. 임지연의 연이은 변신이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 중인 것이다.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동은(송혜교 분)이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가 국내외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

학창 시절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동은이 가해자들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가며 복수하는 과정을 짜임새 있게 그려가며 시청자들의 긴장감을 유발한 것. 여기에 왜 학교폭력이 근절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까지 짚으며 재미, 의미 모두를 잡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첫 장르물에 도전, 동은의 팍팍한 현실을 담담하지만 섬세하게 그려낸 송혜교는 물론, 동은을 향해 심각한 폭력을 가하는 가해자 무리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도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끄는데 한몫하고 있다.

그리고 그 무리의 중심인 박연진 역을 맡은 임지연의 새 얼굴을 향한 호평도 쏟아지고 있다. 박연진은 이유 없이 동은에게 심각한 폭력을 가하며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몬 인물. 현재는 기상캐스터로 일하며 남편, 딸과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영위 중이다. ‘원고 하나 제 손으로 못 쓰는 기상캐스터’라는 비난을 받지만, 오히려 광고주 남편을 앞세워 당당하게 재계약을 노리는 뻔뻔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더 글로리’를 통해 첫 악역 캐릭터를 맡은 임지연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애교 섞인 웃음을 흘리는가 하면, 때로는 표독스러운 얼굴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등 능숙하게 상대를 조종하면서 변화무쌍한 얼굴을 보여준다.

박연진의 표현처럼 ‘적당히 있어 보이는’ 직업으로 기상캐스터를 선택하고, 재벌 그룹 아들과 결혼해 딸까지 얻은 ‘현모양처’ 목표를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가끔은 내재된 악랄함을 숨기지 못하고 드러내면서 위기감을 조성하는데, 임지연이 이러한 간극을 자유자재로 오가면서 캐릭터의 개성을 제대로 구현해 냈다.

앞서 임지연은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2에서 서울 역을 맡아 활약한 바 있다. 원작에는 없었던 캐릭터로, 한국판 ‘종이의 집’의 히든카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 것. 강도단 개개인의 서사를 좀 더 깊이 있게 파고들었던 파트2에서 베를린(박해수 분)과의 애틋한 관계를 형성하며 이해도를 높인 것은 물론, 답답하던 강도단 행보에 활로를 열어주면서 보는 이들에게 쾌감을 선사했다.

특히 임지연은 개성 강한 서울을 시원시원하게 연기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배가시켰다. 이를 통해 파트1에서 받았던 혹평을 호평으로 뒤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았다.

임지연은 지난 2014년 김대우 감독의 영화 ‘인간중독’에서 주인공 종가흔 역을 맡아 불륜이라는 파격 소재를 관능적으로 소화해 주목을 받았었다. 당시 신인이었음에도 극의 중심에서 관객들을 매혹하는 중요한 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었다. 다만 청순하고, 신비로운 이미지와는 별개로 연기력 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었다.

이후 ‘럭키’, ‘타짜: 원 아이드 잭’, ‘유체이탈자’ 등 여러 장르의 작품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실력을 키워 온 임지연이 결국 직접 반전 드라마를 써 내려가게 된 것.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새 얼굴까지 꺼내 보이며 시청자들에게 만족감을 높인 임지연이 또 어떤 캐릭터로 즐거움을 선사할지 앞으로의 활약에도 기대가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