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뚝 떨어진 삼성전자…빛바랜 연매출 '300兆 시대'(종합)

문채석 2023. 1. 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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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익 16% 급감…"메모리·스마트폰·가전 부진"
4분기 영업익 따지면 4.3조…8년3개월 내 최소
올해 더 암울…"감산 없다" 기조 유지할지 주목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연결 잠정 영업이익 4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했다는 성적표를 받아든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이동하는 모습./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한예주 기자, 김평화 기자] 삼성전자가 한국 기업으로 처음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 300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역대급 어닝쇼크 수준의 4분기 실적으로 빛이 발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절벽과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고량, 여기에 스마트폰과 가전 판매 부진까지 겹치면서 '분기 영업익 5조원' 벽마저 허물어졌다.

올해는 더 암울하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한파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 1분기 반도체 부문(DS)의 적자 가능성까지 나온다.

2022년 영업익 2년 만에 40조원대

6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이 크게 부진하면서 연간 영업이익은 2년 만에 40조원대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3조8000억원) 대비 69%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8.58% 줄어든 70조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01조7600억원, 43조37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처음 매출 300조원대 시대를 열었지만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이 전년보다(51조6300억원)보다 16% 줄어들면서 빛이 바랬다.

연간 영업이익이 2년 만에 40조원대로 떨어진 것은 전자업계 최대 성수기인 4분기의 실적이 어닝쇼크로 평가될 정도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4조3000억원은 2014년 4분기 4조600억원 이후 32분기 만에 최저 수준이다. 증권가 추정치(6조8737억원)도 37.4%나 밑돈다. 반도체는 물론 스마트폰, 가전 등 전 부문에서 부진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소비심리 위축 우려로 고객사들이 전반적인 재고 조정에 들어가 4분기 구매 수요가 예상보다 대폭 줄어든 영향이 있었다"며 "MX(모바일경험 부문)의 경우도 거시경제 침체 전망이 이어지면서 수요가 약해져 스마트폰 판매·매출이 줄었고 가전 사업도 시장 수요 부진과 원가 부담이 이어져 수익성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쇼크·스마트폰 수요 감소 '내리막'

문제는 하락세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상반기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한파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1분기 반도체 부문(DS)이 적자전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4분기는 통상 전자업계 최대 성수기로 꼽힌다. 하지만 삼성전자 실적 부진의 골은 깊게 패인 상태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수요가 위축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도 영향을 미치며 업황 부진이 이어졌다.

반도체 혹한기가 예상보다 더 치명적이었다. 아직 부문별 실적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증권사들이 예측한 DS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 평균치는 1조3368억원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보다 85%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하락 폭이 크다. DS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5조120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고객사 재고 조정 여파로 판매가가 하락하며 실적 악화가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가 발표한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12월 기준 2.21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0% 급감했다.

소비 침체 여파로 IT기기 실적도 대폭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모바일(MX) 사업부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3조2400억원이었다. 증권업계는 4분기 영업이익은 절반 가까이 줄어든 1조원 후반대로 예상하고 있다. 스마트폰 판매와 매출이 줄어들며 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가전(CE) 사업 시장 수요 부진과 원가 부담이 지속되며 영업이익 약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매출액이 10조원 후반대로 추산되는 점을 고려하면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어선 수준이다.

올해 전망은 더 '암울'

삼성전자는 그나마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300조원을 돌파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삼성전자 창립 이래 최대 성적이자 국내 기업사에도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올해 실적 전망은 암울하다.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301조1248억원, 영업이익 32조1523억원이다. 영업이익률 전망치는 사상 초유인 10%까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MX, CE·TV 등 사업부문은 판매 부진에 빠져 재고 부담이 커지는 등 재무구조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메모리 사업이 주류인 DS부문 실적은 크게 꺾여 분기 적자 전환할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16% 줄 것으로 봤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영업이익 감소 추세는 2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반도체 부문은 2분기 영업이익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런 예상대로라면 DS부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감산은 없다'고 외치던 삼성전자가 투자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올해 메모리 설비 투자를 기존 계획 대비 15% 축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글로벌마켓증권도 올해 투자가 늘긴 힘들 것으로 봤다. 다만, 하반기부턴 업황 개선이 기대된다. 메모리 재고의 경우 2분기 정점을 찍으면서 가격이 하반기부터 상승 전환, 3분기부터 개선을 내다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편 이날 오후 잠정 실적 발표를 예고한 LG전자도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 추정치는 84조3528억원, 영업이익 추정치는 3조9107억원이다. 지난해 매출액 74조7216억원보다 많지만 영업이익은 3조8637억원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관측된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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