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경질' 후 첫 경기... 흥국생명은 흔들리지 않았다
[양형석 기자]
▲ 김연경 '감독 없지만 잘할 수 있어'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GS칼텍스 KIXX 배구단의 경기. 5세트 흥국생명 김연경이 동료의 득점에 환호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흥국생명이 권순찬 감독 경질 후 치른 첫 경기서 GS칼텍스를 꺾었다.
이영수 감독대행이 이끈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GS칼텍스 KIXX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1-25, 25-19, 25-18, 21-25, 15-10)로 승리했다. 이번 시즌 GS칼텍스와 만났던 두 번의 풀세트 경기에서 모두 패했던 흥국생명은 GS칼텍스와의 시즌 3번째 풀세트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선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를 승점 4점 차이로 추격했다(15승 4패).
흥국생명은 42.48%의 점유율을 책임진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가 50.77%의 성공률로 36득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한 경기 최다득점 기록을 세웠다. 이 밖에 김연경이 22득점, 김미연이 11득점, 이주아가 10득점을 기록하며 주전 4명이 두 자리 득점을 기록하는 고른 활약을 펼쳤다. 흥국생명은 권순찬 감독 경질 후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새해 첫 경기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따냈다.
정규리그 2위 이끈 감독의 갑작스런 경질
지난 시즌 7개 구단 중 6위에 머물렀던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96cm의 장신 공격수 옐레나를 지명했고 7월에는 지난 시즌 중국리그에서 활약했던 '배구여제' 김연경이 복귀했다. 지난 8시즌 동안 팀을 이끌었던 박미희 감독(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의 후임으로 흥국생명에 부임한 권순찬 신임 감독에게 김연경의 복귀는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흥국생명은 팀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2022년 8월 컵대회에서는 준결승에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게 패하며 탈락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V리그 개막 후 완전히 달라졌다. 김연경과 옐레나로 이어지는 '쌍포'가 시즌 초반부터 위력을 떨친 흥국생명은 전반기 18경기에서 14승 4패의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흥국생명은 전반기 현대건설과 GS칼텍스에게만 각각 두 차례씩 패했을 뿐 나머지 4개 팀을 상대로는 단 1패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번 시즌 흥국생명의 선전에는 새로 부임한 권순찬 감독의 공도 적지 않았다. 지난 2001년 현역 은퇴 후 20년 가까이 남자 팀에서만 코치 및 감독직을 역임했던 권순찬 감독은 2022년 3월 흥국생명에 부임하면서 처음으로 여자 선수들을 지도했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여자 팀을 이끄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권순찬 감독은 흥국생명을 정규리그 2위로 끌어 올리며 성공적인 여자부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FA자격을 얻기 전 통산 5번째 챔프전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듯했다. 하지만 지난 2일 배구팬 전체를 놀라게 하는 소식이 들려 왔다. 흥국생명 구단이 팀을 정규리그 2위로 이끌던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을 전격 경질한 것이다. 물론 V리그에서도 감독이 성적 부진 또는 건강 문제로 시즌 도중에 팀을 떠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정규리그 2위팀 감독이 갑작스럽게 경질되는 경우는 무척 이례적이었다.
구단에서는 권순찬 감독을 경질하면서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결정했으며, 단장도 동반 사퇴하기로 결정했다"라고 경질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권순찬 감독과 갈등을 보였다던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팬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흥국생명은 이영수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하며 사태를 수습하려 했지만 이미 팀은 크게 동요한 상태였다.
▲ 외국인 선수 옐레나는 후반기 첫 경기에서 한 경기 개인 최다득점 기록을 경신했다. |
ⓒ 한국배구연맹 |
팀을 전반기 .778의 승률로 이끈 감독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경질되자 배구팬들은 큰 혼란에 빠졌고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이들은 졸지에 수장을 잃은 흥국생명의 선수단이었다. 특히 권순찬 감독 경질 이후 선수단의 공식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자 각 언론들은 연일 흥국생명 선수단의 동요와 일부 고참 선수들의 경기 보이콧 가능성 등을 전망한 기사들을 쏟아내며 배구팬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지난해까지 흥국생명과 같은 승점(42점)을 기록했던 1위 현대건설은 새해 들어 1일과 4일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연전에서 승점 6점을 적립하면서 다시 흥국생명과의 차이를 벌려 나갔다.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4라운드가 시작되는 새해 초반 성적이 매우 중요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이번 시즌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하던 김나희가 지난 2일 용종 제거수술을 받으면서 약 2주간의 결장이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김해란 리베로와 김연경, 김미연 등 경험이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즐비한 흥국생명은 권순찬 감독이 없는 상황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새해 첫 경기에서 귀중한 승리를 가져왔다. 특히 상대가 이번 시즌 흥국생명을 상대로 2승 1패로 앞서고 있강 GS칼텍스였기 때문에 흥국생명에게는 더욱 값진 승리였다. 또한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 GS칼텍스를 상대한 3번의 풀세트 경기에서 처음 승리를 따냈다.
흥국생명의 주공격수 옐레나는 이날 36득점을 올리며 한 경기 개인 최다득점 기록을 경신했다 '여제' 김연경도 47.06%의 공격성공률로 22득점을 올렸고 47.37%의 리시브 효율과 23개의 디그로 수비에서도 크게 기여했다. 미들블로커 이주아 역시 83.33%의 이동공격 성공률(5/6)과 함께 블로킹 2개를 곁들이며 두 자리 수 득점(10득점)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특정선수가 아닌 '팀 흥국생명'이 빛을 발한 경기였다.
물론 권순찬 감독의 경질로 시작된 흥국생명 사태가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구단의 미온적인 사태수습이 장기화되면서 구단과 선수단의 갈등은 점점 깊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흥국생명 선수들은 "팬들은 선수들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라는 응원문구를 들고 경기장을 찾은 3400명의 팬들 앞에서 최선을 다해 경기를 펼치며 승리를 이끌었다. 3연승을 달린 흥국생명은 오는 8일 기업은행과 4라운드 2번째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유명 앵커의 충격 발언 "어제 밤 누군가 날 죽이려 했다"
- 대통령실, 의혹 제기한 민주당 의원에 "정보 어디서 났나?"
- 팩트체크 공격 박성중의 자폭? '정부여당 부정비율 79%' 공개
- 돌아온 건 모욕과 계약해지, 어느 쿠쿠 점주의 비극
- 이번에도 예상을 깼다, 뉴진스 뮤비 논란된 장면
- '라임 술접대' 기소 피한 검사... 그는 왜 대검 컴퓨터 포맷했나
- 불과 69cm 아래, 아파트 앞 지나가는 15만볼트 초고압선
- 미국, 북한 무인기 탐지했나 질문에 "우린 역내 전체 정보 능력 있어"
- 아이를 보낼 곳이 없어서... '극성 부모'가 되는 사람들
- 이주호 교육부의 '탈규제' 되풀이 계획... "무책임교육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