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메리츠자산운용 사들인 강성부 "사모펀드에만 머물진 않을 것"
공모펀드 지렛대로 행동주의 펀드 대중화 포석
퇴직연금 DC형 시장 진출도 노려
[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강성부 KCGI 대표이사는 4일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사모펀드 시장에만 있지 않다"고 말했다. 메리츠자산운용 인수로 (공모펀드도 다룰 수 있게 되면) 지금보다 주주행동주의 대중화를 이루기 수월해지고,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C)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는 배경이 깔려 있는 말이다. 강 대표는 이날 "더 큰 그릇을 준비해야 더 큰 투자의 세계로 나갈 수 있다"고 거듭 말했다.
KCGI는 지난달 메리츠금융그룹과 메리츠자산운용 매각 관련 양해각서(MOU)를 맺고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다. 외국계 운용사와 국내 사모펀드들도 메리츠자산운용 인수 의사를 타진했지만 메리츠 측은 KCGI를 택했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우리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펀드를 운용하는 가치투자 운용사이고,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도 라자드자산운용에서 기업지배구조펀드를 운용했던 사람(2006년 일명 장하성 펀드라 불리는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 운용도 맡음)"이라며 "KCGI 운용 철학과 메리츠자산운용 철학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다만 "전술 측면에서 서로 조금 다를 뿐"이라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업계에서 '기업지배구조 관련 전문가'로 유명하다. 그가 이끄는 KCGI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철학을 표방한 토종 행동주의 펀드다. 2019 한진그룹을 상대로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사실상 조양호 전 회장의 퇴진을 압박한 일화가 대표적이다.
공모펀드 운용 인가 조건이 더 까다로워진 상황에서 강 대표가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하면 KCGI 측에서도 공모펀드를 손쉽게 조성할 수 있게 된다. 공모펀드는 포트폴리오에 일반 종목은 10%, 삼성전자는 20%까지 담을 수 있다. KCGI 측이 공모펀드로도 행동주의 타깃인 특정 대형주 지분을 모을 수 있는 것이다. 사모펀드 중심일 때와는 달리 운신의 폭이 더 넓어진다.
메리츠금융그룹 입장에서도 메리츠자산운용을 매각하는 게 나은 선택이다. 메리츠자산운용의 자본총계는 361억원. 2021년 영업수익(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02억원, 52억원이다.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조301억원, 9108억원 수준이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주요 계열사가 아닌 데다, 이름값에 비해 큰 돈을 벌어주는 회사도 아니다. 특히 금융은 '신뢰'가 중요한데, 존 리 전 대표 때문에 이미지가 훼손된 메리츠자산운용을 안고 가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강 대표는 "메리츠자산운용은 고객들의 동요를 최소화하고, 잘 인계받아서 연속성 있게 경영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펀드를 조성해서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게 아니라 우리 회사 자금으로 인수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운용업계에서는 강 대표가 내심 퇴직연금 시장을 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도입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도화선이 됐다. 운용사(공모펀드) 입장에서 디폴트옵션 도입은 퇴직연금 상품으로 투자금을 공격적으로 모집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295조6000억원이다. 전년(255조5000억원) 대비 15.7% 증가했다. 정부와 업계는 2030년 퇴직연금 규모가 1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 등의 세 종류로 나뉜다. DC형과 IRP는 개인이 직접 운용해 원리금을 받는 방식이다. 이 두 가지에 디폴트옵션이 도입된다. 특히 DC형 퇴직연금은 운용사가 직접 상품을 만든다.
강 대표는 DC형 시장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는 법적으로 DC형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 강 대표에게 퇴직연금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느냐고 묻자 "모른다"며 즉답을 피했다.
KCGI가 공모펀드 운용 경험이 없는 점을 지적하자 강 대표는 "KCGI가 대주주로 있는 케이글로벌자산운용 사모펀드 운용사이지만 목대균 대표, 강영수 전 미래에셋운용 매니저, 도중용 부사장, 김병철 사외이사 등은 경력과 경영 성과로 업계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목 대표는 1세대 해외펀드 매니저로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15년간 근무했다. 사외이사인 김병철 전 신한투자증권(옛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업계에서 '채권의 귀재'로 불리는 사람이다.
강 대표에게 인수 마무리 시점에 관해 묻자 "지금 단계에서 이야기할 사항은 아니다"라며 "내부 사정에 따라 다르고, 서두를 이유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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