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 오타니 쇼헤이의 스윙은 몇 가지일까
김식 2023. 1. 6. 07:00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 오타니 쇼헤이의 스윙은 몇 가지일까
80개 홈런은 80개 스윙에서 나왔다
메이저리그(MLB)에서 2021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타격 영상을 열심히 찾아봤다. 그는 2021년과 2022년 두 시즌 동안 80개의 홈런을 날렸다.
왼손 타자인 그는 어떤 스윙을 가졌는가? 테드 윌리엄스처럼 치는가? 혹은 찰리 로의 이론대로 타격하는가? 히팅포인트가 오른발에 형성돼 있는가? 아니면 오른 골반 부근인가?
완벽한 타격의 결과라는 홈런 치는 스윙만 봐도 폼이 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타니의 왼 다리가 축이 돼 뒤에서 회전하기도 했고, 무게중심이 앞으로 이동해서 체중이 오른 다리에 더 많이 실리기도 했다. 배트와 공이 만나는 지점은 하나도 같은 게 없다.
‘좋은 타격’은 분명 존재한다. 개인의 신체조건에 잘 맞고, 기술적으로 완성도 있는 스윙이 있다. 나는 일간스포츠 ‘타격은 어쩔티비’ 시리즈를 통해 훌륭한 타자들이 어떻게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했는지 말할 것이다. 정답이 아니라 여러 해답이 있다는 걸 설명할 것이다. ‘좋은 타격’은 그걸 찾는 과정이지, 특정한 장면일 수는 없다.
내 경우에는 타격 영상을 보는 게 항상 도움이 된 건 아니었다. 내가 부진에 빠진 이유를 명확하게 알 때가 있다. 그런 경우 과거 영상을 보면 슬럼프에서 어떻게 벗어났는지 알 수 있다.
반대로 내가 왜 못 치는지 모를 땐 영상을 아무리 봐야 소용없다. 스스로 내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채 본다면 그 영상은 ‘잘 친 타격 모음’ 또는 ‘못 친 타격 모음’일 뿐이다.
내가 왜 못 치는지 모를 땐 타격 타이밍을 점검했다. 투구가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는 시간은 0.01초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타이밍이 늦거나 빠른 건 정말 찰나의 차이다. 똑같은 스윙을 해도 0.01초 늦으면 홈런이 될 타구가 파울이나 헛스윙이 된다. 반대로 0.01초 빨라도 마찬가지다.
물론 타자가 ‘0.01초 더 빠르게 타이밍을 잡아야지’라고 의식하지는 않는다. 그러려고 해도 가능하지 않다. 다만 투수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다.
이 차이는 아주 짧은 시간이다. 미묘한 타이밍이다. 그래서 글로 설명하기는 참 어렵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투수에 따라 타격 타이밍을 잘 잡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건 타자라면 매년, 매일 해야 할 일이다.
상대 투수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타격만 보는 건 그래서 효과적이지 않다. 타자는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문제의식 없이 영상만 본다면 ‘저 때는 잘 쳤네’ 또는 ‘저래서 못 쳤네’라고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좋은 스윙과 나쁜 스윙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영상에 있는 좋은 스윙을 따라 한다고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아니다. 영상에는 왜 나쁜 스윙이 나왔는지 그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선수는 “과거 영상을 봐야 현재의 나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의 의견도 물론 존중한다. 다만 방대한 데이터나 첨단화한 분석 장비도 과거의 ‘결과’를 설명하는 것이다. 현재의 ‘해법’을 제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과거 영상과 데이터를 통해 답을 찾는 건 결국 선수다. 직접 해봐야 한다.
그래도 난 ‘좋은 라떼’를 권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난 ‘라떼’ 얘기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야구는 100년 넘도록 쉬지 않고 변했다. 선수의 능력과 특성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완벽한 단 하나의 야구 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선배들의 얘기가 정답이 아닌 이유다.
그렇다고 선배의 말에 귀를 완전히 닫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단 들어봐라. 선배들이 수십 년 경험 끝에 얻은 노하우를 가장 쉽게 얻는 방법은 바로 경청일 것이다. 충분히 들은 다음에 자기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면 된다.
다들 어릴 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얼마나 어려워 보이는가? 그러나 누군가로부터 중심을 잡고, 페달을 밟고, 용기를 얻는다면 대부분 거뜬히 해낼 것이다.
운동신경이 뛰어나고 머리도 똑똑한 사람이라면 자전거 타는 법을 혼자 깨달을 수도 있다. 그래도 누가 도와주면 더 빨리, 더 정확하게 배울 수 있다. 도움이 될 만한 말이면 일단 받아들여라. 나와 맞지 않는 방법이라면 그때 버려도 된다. 내 얘기 중 후배들이 들을 만한 몇 마디라도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감사한 일이다.
선배 중에는 ‘좋은 라떼’와 ‘나쁜 라떼’가 있다. 난 한때 야구를 잘했던 선배가 하는 말을 잘 믿지 않았다. 타고난 재능이 뛰어난 사람, 실패해보지 않은 것 같은 사람에게 타격은 너무 쉬울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반대로 선수 시절 뛰어난 성적을 거두지 못한 코치의 말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분들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스타 출신보다 몇 배는 노력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오래 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좋은 라떼’를 결정하는 건 지도자가 선수 시절 야구를 잘했는지, 못했는지가 아니다. 어떤 생각과 이론을 가지고 있느냐다.
프로에서 오랫동안 좋은 성적을 낸 선수가 재능만으로 거기까지 갔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야구를 잘하는 사람들은 절대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다. 더 잘하려고 하고, 더 오래 기량을 유지하려 하더라. 그래서 그들을, 그들이 하는 말을 절대로 무시하면 안 된다. 어떤 후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저 선배는 3할 타율을 쉽게 치잖아요. 저는 3할 근처에 가기까지 너무 힘들었는데, 저 선배는 3할에서 시작한 거 같아요.”
나는 이 말에 동의할 수 없다. 3할을 쉽게 치는 타자를 단 한 명도 못 봤기 때문이다. 만약 한 시즌 정도 3할에 성공했다고 해도, 거기에 안주하면 순식간에 밀려나는 걸 자주 목격했다. 연구와 노력 없이 프로팀에서 자리를 지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좋은 라떼’를 만드는 다른 요인은 태도다. 스포츠에는 가끔 ‘반짝스타’가 떠오른다. 한두 시즌 뛰어난 성적을 보였다가 가라앉는 선수가 꽤 있다. 부상 때문에 성적이 떨어지는 선수도 있지만, 거들먹거리다가 추락한 이도 적지 않다.
누구의 말을 더 귀담아들어야 하는지는 명확하다. 겸손한 선배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만약 선수 시절 그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면 그걸 극복하려고 노력했던 과정을 배워야 한다. 그가 스타 선수였다고 해도 자신은 아직 부족하다고 여기면서 했던 고민을 공유해야 한다.
똑같은 내용을 전달해도 “난 이렇게 했는데, 넌 왜 못해?”라고 말하는 지도자가 있을 거다. 어떤 코치는 “난 이렇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너에게 맞는 방법은 뭘까? 같이 찾아보자”라고 말할 수도 있다.
야구 선수도 사람이기 때문에 ‘좋은 라떼’의 말을 더 듣고 싶어 한다. 내가 ‘좋은 라떼’라고 자신하지 못하겠다. 선수 시절에도 그랬고, 야구 해설위원을 할 때도 그랬고 타격을 설명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나쁜 라떼’가 불쑥불쑥 튀어나올 때가 있었다.
그렇게 느껴질 때가 있더라도 이해해주길 감히 바란다. 내가 건방지거나 무성의해서가 아니라, 표현이 서툴러서라고 너그럽게 받아주시길 희망한다. 아직 좋은 선배가 되지 못했을지언정 그렇게 되려고 노력 중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고맙겠다. 어렵기도 하고, 정답도 없는 타격 이야기를 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타격의 정답’이 아니다. 나에게 가장 좋은 길을 찾으려고 노력한 기록이다. 이것이 과연 목적지까지 가는 최단거리인지(빨리 간다고 꼭 좋은 것도 아니지만), 가장 안전한 길(장애물도 피해 가는 법도 깨닫긴 해야 한다)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후배들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이 연재를 통해 앞으로 여러 선수의 타격을 예로 들 것이다. 난 단점을 지적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장점을 극대화하는 게 좋은 타격을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타자들이 어떻게 잘 치게 됐는지 그 여정을 따라갈 것이다. 각자의 답을 찾는 게 타격이기 때문이다.
KBS 해설위원, 정리=김식 기자
일간스포츠가 2023년 신년 시리즈로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를 연재합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꼽히는 김태균 해설위원이 연구한 야구, 특히 타격에 대한 이론·시각을 공유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타격의 재미, 나아가 야구의 깊이를 독자들이 함께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나는 결과론을 신뢰하지 않는다. 타격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어떤 코치는 선수를 붙들고 “이 영상을 좀 봐. 네가 홈런 칠 때 모습이야. 봐봐. 이렇게 치잖아? 바로 이거야. 이거”라며 호들갑을 떤다. 코치가 보여주는 영상을 보면 기가 막히다. 어디 선수뿐인까? 심지어 초등학생이 홈런을 치는 모습도 배리 본즈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결과가 다른 타격을 보자. 헛스윙하는 타자의 영상은 죄다 이상하다. 투수의 손을 떠나 홈플레이트로 날아드는 투구의 속도와 구종, 궤적은 모두 다르다. 비슷한 게 있을지언정 똑같은 공은 없다.
타격은 선제공격이 아니다. 투수가 던진 질문에 답하는 행위, 즉 대응이다. 그러니까 같은 폼으로 스윙할 수 없다.
나는 결과론을 신뢰하지 않는다. 타격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어떤 코치는 선수를 붙들고 “이 영상을 좀 봐. 네가 홈런 칠 때 모습이야. 봐봐. 이렇게 치잖아? 바로 이거야. 이거”라며 호들갑을 떤다. 코치가 보여주는 영상을 보면 기가 막히다. 어디 선수뿐인까? 심지어 초등학생이 홈런을 치는 모습도 배리 본즈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결과가 다른 타격을 보자. 헛스윙하는 타자의 영상은 죄다 이상하다. 투수의 손을 떠나 홈플레이트로 날아드는 투구의 속도와 구종, 궤적은 모두 다르다. 비슷한 게 있을지언정 똑같은 공은 없다.
타격은 선제공격이 아니다. 투수가 던진 질문에 답하는 행위, 즉 대응이다. 그러니까 같은 폼으로 스윙할 수 없다.
80개 홈런은 80개 스윙에서 나왔다
메이저리그(MLB)에서 2021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타격 영상을 열심히 찾아봤다. 그는 2021년과 2022년 두 시즌 동안 80개의 홈런을 날렸다.
왼손 타자인 그는 어떤 스윙을 가졌는가? 테드 윌리엄스처럼 치는가? 혹은 찰리 로의 이론대로 타격하는가? 히팅포인트가 오른발에 형성돼 있는가? 아니면 오른 골반 부근인가?
완벽한 타격의 결과라는 홈런 치는 스윙만 봐도 폼이 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타니의 왼 다리가 축이 돼 뒤에서 회전하기도 했고, 무게중심이 앞으로 이동해서 체중이 오른 다리에 더 많이 실리기도 했다. 배트와 공이 만나는 지점은 하나도 같은 게 없다.
‘좋은 타격’은 분명 존재한다. 개인의 신체조건에 잘 맞고, 기술적으로 완성도 있는 스윙이 있다. 나는 일간스포츠 ‘타격은 어쩔티비’ 시리즈를 통해 훌륭한 타자들이 어떻게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했는지 말할 것이다. 정답이 아니라 여러 해답이 있다는 걸 설명할 것이다. ‘좋은 타격’은 그걸 찾는 과정이지, 특정한 장면일 수는 없다.
내 경우에는 타격 영상을 보는 게 항상 도움이 된 건 아니었다. 내가 부진에 빠진 이유를 명확하게 알 때가 있다. 그런 경우 과거 영상을 보면 슬럼프에서 어떻게 벗어났는지 알 수 있다.
반대로 내가 왜 못 치는지 모를 땐 영상을 아무리 봐야 소용없다. 스스로 내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채 본다면 그 영상은 ‘잘 친 타격 모음’ 또는 ‘못 친 타격 모음’일 뿐이다.
내가 왜 못 치는지 모를 땐 타격 타이밍을 점검했다. 투구가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는 시간은 0.01초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타이밍이 늦거나 빠른 건 정말 찰나의 차이다. 똑같은 스윙을 해도 0.01초 늦으면 홈런이 될 타구가 파울이나 헛스윙이 된다. 반대로 0.01초 빨라도 마찬가지다.
물론 타자가 ‘0.01초 더 빠르게 타이밍을 잡아야지’라고 의식하지는 않는다. 그러려고 해도 가능하지 않다. 다만 투수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다.
이 차이는 아주 짧은 시간이다. 미묘한 타이밍이다. 그래서 글로 설명하기는 참 어렵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투수에 따라 타격 타이밍을 잘 잡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건 타자라면 매년, 매일 해야 할 일이다.
상대 투수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타격만 보는 건 그래서 효과적이지 않다. 타자는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문제의식 없이 영상만 본다면 ‘저 때는 잘 쳤네’ 또는 ‘저래서 못 쳤네’라고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좋은 스윙과 나쁜 스윙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영상에 있는 좋은 스윙을 따라 한다고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아니다. 영상에는 왜 나쁜 스윙이 나왔는지 그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선수는 “과거 영상을 봐야 현재의 나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의 의견도 물론 존중한다. 다만 방대한 데이터나 첨단화한 분석 장비도 과거의 ‘결과’를 설명하는 것이다. 현재의 ‘해법’을 제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과거 영상과 데이터를 통해 답을 찾는 건 결국 선수다. 직접 해봐야 한다.
그래도 난 ‘좋은 라떼’를 권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난 ‘라떼’ 얘기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야구는 100년 넘도록 쉬지 않고 변했다. 선수의 능력과 특성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완벽한 단 하나의 야구 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선배들의 얘기가 정답이 아닌 이유다.
그렇다고 선배의 말에 귀를 완전히 닫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단 들어봐라. 선배들이 수십 년 경험 끝에 얻은 노하우를 가장 쉽게 얻는 방법은 바로 경청일 것이다. 충분히 들은 다음에 자기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면 된다.
다들 어릴 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얼마나 어려워 보이는가? 그러나 누군가로부터 중심을 잡고, 페달을 밟고, 용기를 얻는다면 대부분 거뜬히 해낼 것이다.
운동신경이 뛰어나고 머리도 똑똑한 사람이라면 자전거 타는 법을 혼자 깨달을 수도 있다. 그래도 누가 도와주면 더 빨리, 더 정확하게 배울 수 있다. 도움이 될 만한 말이면 일단 받아들여라. 나와 맞지 않는 방법이라면 그때 버려도 된다. 내 얘기 중 후배들이 들을 만한 몇 마디라도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감사한 일이다.
선배 중에는 ‘좋은 라떼’와 ‘나쁜 라떼’가 있다. 난 한때 야구를 잘했던 선배가 하는 말을 잘 믿지 않았다. 타고난 재능이 뛰어난 사람, 실패해보지 않은 것 같은 사람에게 타격은 너무 쉬울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반대로 선수 시절 뛰어난 성적을 거두지 못한 코치의 말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분들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스타 출신보다 몇 배는 노력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오래 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좋은 라떼’를 결정하는 건 지도자가 선수 시절 야구를 잘했는지, 못했는지가 아니다. 어떤 생각과 이론을 가지고 있느냐다.
프로에서 오랫동안 좋은 성적을 낸 선수가 재능만으로 거기까지 갔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야구를 잘하는 사람들은 절대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다. 더 잘하려고 하고, 더 오래 기량을 유지하려 하더라. 그래서 그들을, 그들이 하는 말을 절대로 무시하면 안 된다. 어떤 후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저 선배는 3할 타율을 쉽게 치잖아요. 저는 3할 근처에 가기까지 너무 힘들었는데, 저 선배는 3할에서 시작한 거 같아요.”
나는 이 말에 동의할 수 없다. 3할을 쉽게 치는 타자를 단 한 명도 못 봤기 때문이다. 만약 한 시즌 정도 3할에 성공했다고 해도, 거기에 안주하면 순식간에 밀려나는 걸 자주 목격했다. 연구와 노력 없이 프로팀에서 자리를 지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좋은 라떼’를 만드는 다른 요인은 태도다. 스포츠에는 가끔 ‘반짝스타’가 떠오른다. 한두 시즌 뛰어난 성적을 보였다가 가라앉는 선수가 꽤 있다. 부상 때문에 성적이 떨어지는 선수도 있지만, 거들먹거리다가 추락한 이도 적지 않다.
누구의 말을 더 귀담아들어야 하는지는 명확하다. 겸손한 선배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만약 선수 시절 그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면 그걸 극복하려고 노력했던 과정을 배워야 한다. 그가 스타 선수였다고 해도 자신은 아직 부족하다고 여기면서 했던 고민을 공유해야 한다.
똑같은 내용을 전달해도 “난 이렇게 했는데, 넌 왜 못해?”라고 말하는 지도자가 있을 거다. 어떤 코치는 “난 이렇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너에게 맞는 방법은 뭘까? 같이 찾아보자”라고 말할 수도 있다.
야구 선수도 사람이기 때문에 ‘좋은 라떼’의 말을 더 듣고 싶어 한다. 내가 ‘좋은 라떼’라고 자신하지 못하겠다. 선수 시절에도 그랬고, 야구 해설위원을 할 때도 그랬고 타격을 설명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나쁜 라떼’가 불쑥불쑥 튀어나올 때가 있었다.
그렇게 느껴질 때가 있더라도 이해해주길 감히 바란다. 내가 건방지거나 무성의해서가 아니라, 표현이 서툴러서라고 너그럽게 받아주시길 희망한다. 아직 좋은 선배가 되지 못했을지언정 그렇게 되려고 노력 중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고맙겠다. 어렵기도 하고, 정답도 없는 타격 이야기를 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타격의 정답’이 아니다. 나에게 가장 좋은 길을 찾으려고 노력한 기록이다. 이것이 과연 목적지까지 가는 최단거리인지(빨리 간다고 꼭 좋은 것도 아니지만), 가장 안전한 길(장애물도 피해 가는 법도 깨닫긴 해야 한다)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후배들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이 연재를 통해 앞으로 여러 선수의 타격을 예로 들 것이다. 난 단점을 지적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장점을 극대화하는 게 좋은 타격을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타자들이 어떻게 잘 치게 됐는지 그 여정을 따라갈 것이다. 각자의 답을 찾는 게 타격이기 때문이다.
KBS 해설위원, 정리=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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