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해리왕자 “4년전 형이 폭행…父재혼 말렸었다” 폭로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차남인 해리 왕자가 형인 윌리엄 왕세자에게 과거 폭행당했던 사실을 폭로했다. 아버지에게 커밀라 왕비와 결혼하지 말라고 형과 함께 빌었다는 일화도 공개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는 10일(현지시간) 발간될 해리 왕자의 자서전 ‘스페어(Spare)’를 미리 입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자서전의 제목은 왕가와 귀족 집안의 차남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장남은 지위와 권력과 재산을 이어받지만 차남은 “장남에게 일이 생길 경우에 대비한 스페어(예비분)”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보도된 자서전 내용에 따르면 폭행 사건은 2019년 해리 왕자가 당시 거주하던 런던 켄싱턴궁 내 노팅엄 코티지에서 말다툼 도중 발생했다. 윌리엄 왕세자는 형제간 관계와 언론과의 갈등 등 사태 전반에 관해 얘기를 하고 싶어했는데, 이미 몹시 열 받은 상태로 현장에 도착했다.
윌리엄 왕세자는 해리 왕자의 부인인 메건 마클이 “까다롭고 무례하며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킨다”고 말했으며, 해리 왕자는 형이 언론에 나오는 얘기만 따라하고 있다며 그보단 낫기를 기대했다고 맞받아쳤다. 형제는 서로에게 고함을 지르며 싸웠다. 해리 왕자는 형에게 “후계자처럼 행동하면서 동생이 스페어 신세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서로 모욕하는 발언이 오간 후 윌리엄 왕세자는 “도와주려는 것”이라고 말했고, 해리 왕자는 “진심이야? 나를 도와주겠다고? 정말? 형은 이런 걸 그렇게 부르는 거야? 나를 도와주는 거라고?”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윌리엄 왕세자가 화를 내고 욕설을 퍼부으며 해리 왕자에게 다가갔다. 해리 왕자가 부엌으로 피신했으나 윌리엄 왕세자는 따라와 동생이 건네는 물잔도 뿌리치며 달려들었다.
해리 왕자는 “모두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형은 내 옷깃을 잡고 목걸이를 잡아채고 바닥에 쓰러뜨렸다”며 “등 아래로 개 밥그릇이 깨지고 파편에 몸이 찔렸다. 정신이 멍해서 한동안 바닥에 누워 있다가 일어나서 형에게 나가라고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해리 왕자는 윌리엄 왕세자가 ‘어린 시절 싸웠을 때처럼, (내가 너를 때려서 네가) 맞았으니 (너도 나를) 때리라’고 했으나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윌리엄 왕세자는 나가다가 돌아와서 후회하는 표정으로 사과했다고 한다. 그러고선 다시 나가다가 뒤를 돌아보며 그 일을 마클에게 얘기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해리 왕자는 사건 직후 심리치료사에게 전화를 했다. 부인에게 말한 것은 나중에 그녀가 등에 찰과상과 타박상이 있는 걸 본 후였다. 마클은 얘기를 듣고 놀라거나 화내지는 않고 매우 서글퍼했다고 해리 왕자는 전했다.
형제의 싸움은 또 있었다. 해리 왕자에 따르면 2021년 4월 엘리자베스 2세의 남편 필립공 장례식 때에는 윈저성에서 찰스 3세 국왕이 싸우는 두 아들 사이에 서서 달아오른 아들들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얘들아 제발, 내 말년을 비참하게 하지 말아다오”라고 말했다.
해리 왕자는 또 윌리엄 왕세자와 함께 찰스 3세에게 ‘다른 여자’(커밀라)와의 관계를 방해하진 않겠지만 결혼식은 치르진 말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는 아버지가 결혼하면 사이가 멀어질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쁘지 않았다면서도 “그런데도 나는 아버지가 행복해지길 원했고, 커밀라도 그러길 바랐다. 그녀가 행복하면 덜 위험해서였을까”라고 했다.
해리 왕자는 ‘이 결혼에는 셋이 있어 복잡했다’는 다이애나빈의 유명한 발언에 관해 “어머니 계산은 틀렸다. 공식에서 나와 형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어머니 사고에 관해 들은 순간에 관해선 “아버지가 침대 끝에 앉아서 내 무릎에 손을 대고 나를 깨워선 ‘엄마가 차 사고가 나서 크게 다치고 병원에 실려 갔어’라고 했다”고 전했다. 찰스 3세는 자신을 늘 ‘친애하는 아들’이라고 불렀지만, 그날은 그 말을 많이 하고 조용히 얘기했기 때문에 충격에 빠졌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돌이켰다.
해리 왕자는 자신이 다이애나빈의 연인이던 제임스 휴잇 전 소령의 아들이라는 소문이 있는 상황에 찰스 3세가 “누가 알아? 네가 내 아들일지도”라는 말을 농담이라며 하곤 웃어댔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 다이애나빈이 휴잇 전 소령을 만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리 왕자는 이날 공개된 ITV 인터뷰 예고편에서 찰스 3세의 5월 대관식 참석 여부에 관해 확언하지 않았다. 그는 “그때까지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며 공은 왕실 측으로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왕실은 해리 왕자 부부의 발언과 관련해서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해리 왕자 부부는 영국 왕실을 떠나며 2020년 4월부터 왕가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공식 활동 의무는 수행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캐나다로 이주했다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정착했다.
부부는 2021년 미국 최대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와 이번 자서전 등 책 4권을 2000만 달러(255억원)에 출간하는 계약을 맺었다. 자서전은 예약 주문만으로 이미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출간 전 보안은 해리 포터 시리즈 때와 비교될 정도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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