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7명 OTT 보는데…업계 "적자 더 커져"
해외 진출로 덩치 키워야
[아시아경제 오수연 기자] 국민 10명 중 7명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구독 중이다. 이용자는 날로 늘고 있지만 OTT 업체 적자도 같이 커지고 있다. 투자 비용은 나날이 늘어나지만 한국 시장이 작아 비용 회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5일 방송통신위원회 '2022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를 보면 지난해 OTT 이용률은 72%로 전년 대비 2.5%P 상승했다. 이용자는 평균 5개 OTT를 구독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7개가 유료다.
OTT가 필수 플랫폼으로 떠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2021년 국내에서 흑자를 낸 업체는 넷플릭스가 유일하다. 국내 업체들은 매출을 확대해 외형적으로 성장했으나, 적자 폭은 확대했다. 2021년 영업적자는 티빙 762억원, 웨이브 558억원, 왓챠 248억원을 기록했다.
OTT 이용자는 증가세이지만 업계에서는 2023년 시장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국내 OTT 업계 관계자는 "2021년에는 700억원 적자였고, 올해는 더 암담하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콘텐츠 수급 비용이다. OTT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대로 콘텐츠를 만들려면 수천억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한국 콘텐츠의 흥행으로 해외 사업자들이 앞다퉈 돈다발을 들고 찾아오며 전반적인 제작 단가가 상승했다. 국내 이용자들의 눈높이 또한 올라갔다. 이전에는 한국 기준에서만 콘텐츠를 제작했다면, 이제는 글로벌 수준의 품질이 아니면 좋은 반응을 얻기 어렵다.
각 업체의 2021년 실적을 살펴보면 웨이브는 영업비용 2860억원의 절반을 넘는 1452억원이 CP정산료다. 티빙은 영업비용 2978억원에 콘텐츠사용원가가 707억원, 지급수수료가 405억원이다. 콘텐츠 확보에 많게는 영업비용의 절반까지 쓴다.
OTT 성장세가 한풀 꺾인 상황이다. 반면 콘텐츠 투자 비용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작다. 한국만 바라보다가는 돈을 벌 수 없다.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대작이 아니더라도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경쟁이 너무 거세져서 어떤 킬러 콘텐츠라도 수익 회수 전에 효용이 떨어져 마이너스가 된다"고 말했다. "영업적자를 만회하려면 가입자 수가 약 1000만명이 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지난 6월 기준 국내 1위 업체인 넷플릭스 월간 이용자 수가 1118만명이라고 밝혔다. 뒤이어 웨이브가 424만명, 티빙(시즌 합병 전)이 402만명 수준이다. 국내 시장에서 1000만명을 넘기는 어렵다.
OTT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에서 유료 가입자를 확보해 덩치를 키우는 전략이다. 웨이브는 지난해 12월 미주지역 한국 콘텐츠 플랫폼 코코와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진출에 나섰다. 티빙은 2022년 일본과 대만, 2023년 미국 진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일본, 대만 진출은 연기된 상황이나, '파라마운트+'와 협력해 '욘더'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왓챠는 2020년부터 일본에서 서비스 중이다.
해외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만큼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과거 넷플릭스 등 초기 사업자들이 글로벌 진출에 나설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거대 사업자들이 자리 잡은 틈새를 파고들어야 한다.
김 교수는 "넷플릭스는 약한 고리(하위 사업자 공략) 전략으로 해외 진출에 나섰다면, 국내 업체는 강한 고리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에서 네이버와 티빙이 손을 잡았던 것이 그 예"라고 말했다. "혼자서는 힘들고, 해외 유력 플랫폼과 번들링(묶음 판매)해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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