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초미세먼지, 서울의 2배…남포·북창 등 서부 오염 심하다

강찬수 2023. 1.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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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시 평천구역에 있는 평양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나고 있다. 석탄을 주 연료로 때는 이 발전소 연기는 평양 대기오염의 주된 원인이다. 이 발전소는 1965년 옛 소련의 지원으로 건설됐다. 중앙포토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북한은 2019년 기준으로 실내외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는 10만 명당 255.4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측정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아 북한의 대기오염 수준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인공위성 관측 자료를 분석해 북한의 대기오염 수준을 밝혀냈다.
북한은 남한보다 에너지 소비량이 적지만 같은 양의 에너지를 소비할 때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한·미 인공위성 3개 자료 활용


2012년 10월 천리안 위성의 해양탑재체 칼라합성영상(GOCI). 백두산 부분을 확대해 보면 눈이 천지 주변에 눈이 하얗게 쌓인 것을 볼 수 있다. [ 기상청 제공 ]
연세대 대기과학과 김준 교수와 정희성 박사, 이화여대 김용표 교수, 건국대 우정헌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2005~2018년 사이 인공위성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의 대기오염 추세를 분석한 논문을 '국제 환경(Environmental International)' 저널에 최근 발표했다.

인공위성 자료로 북한 대기오염을 분석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개별 오염물질이 아닌 이산화질소(NO2)와 이산화황(SO2), 일산화탄소(CO), 미세먼지 등을 동시에 분석하고, 도시별 오염도까지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오라(Aura) 위성의 오존 감시 장치(OMI)에서 측정한 NO2와 SO2 측정값을, NASA 테라(Terra) 위성의 대류권 오염측정(MOPITT) 장비로 측정한 CO 측정값을 확보했다.

천리안 1호 위성의 해양관측 센서(GOCI)를 통해서는 미세먼지 농도를 의미하는 '에어로졸 광학 두께(AOD)' 측정치를 얻었다.


NO2 오염 남한보다 낮아


위성에서 관측한 북한의 이산화질소(NO2), 이산화황(SO2), 일산화탄소(CO) 오염도. 2005~2011년과 2012~2018년을 비교했을 때 왼쪽의 이산화질소는 오염이 심해졌지만, 이산화황과 일산화탄소는 오염이 감소한 것을 볼 수 있다. [자료: Environmental International, 2022]
연구팀 분석 결과, 북한 전체의 2005~2018년 평균 NO2 오염도는 남한의 31% 수준이었다.

SO2는 남한의 81% 수준, CO는 97% 수준이었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남한의 152% 수준이었다.
북한 전역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015년에는 ㎥당 43.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었고, 2016년에는 40㎍/㎥, 2017년에는 41.1㎍/㎥, 2018년에는 42.7㎍/㎥로 추정됐다.

평양의 경우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2015년 55.7㎍/㎥, 2016년 50.4㎍/㎥, 2017년 45.4㎍/㎥, 2018년 47.2㎍/㎥로 나타나 같은 기간 서울 오염도의 1.94배였다.

2017년 4월 4일 서울(위)과 북한 평양(아래)시내가 뿌옇다. 서울도 이날은 미세먼지가 '나쁨'수준이었다. [중앙포토]

2015~2018년 북한 전역의 초미세먼지 평균 추정치는 41.8㎍/㎥, 평양은 49.6㎍/㎥였다.

같은 방식으로 산정했을 때 남한 전체는 27.5㎍/㎥, 서울은 25.5㎍/㎥이었다.

실제 측정치로 보면 남한 전체의 초미세먼지 연평균치는 2015년 26㎍/㎥, 2016년 26㎍/㎥, 2017년 25㎍/㎥, 2018년 23㎍/㎥로 평균 25㎍/㎥로 측정됐고, 2021년에는 18㎍/㎥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2015년 23㎍/㎥, 2016년 26㎍/㎥, 2017년 25㎍/㎥, 2018년 23㎍/㎥로 평균 24.3㎍/㎥를 기록했으며, 2022년에는 18㎍/㎥까지 개선됐다.


오염 방지 시설 효율 낮아


북한의 초미세먼지 오염도를 나타내는 천리안 인공위성의 에어로졸 광학 두께(AOD) 측정값, 2011~2012년에 비해 시간이 갈수록 오염도가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자료: Environmental International, 2022]
북한은 남한에 비해 같은 양의 1차 에너지(석탄·석유·천연가스 등)를 소비할 때 배출하는 양이 훨씬 많았다.

NO2는 6.7배, SO2는 17.8배, CO는 20.6배로 추정됐다.

미세먼지 농도를 의미하는 에어로졸 광학 두께(AOD)는 같은 양의 1차 에너지를 소비할 때 남한보다 24.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4월 5일 평양 대동강 양각도 호텔에서 바라본 아침 풍경.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였게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05~2018년 사이 연평균 1차 에너지 소비는 남한이 1억6831만9000톤(TOE, 석유환산톤)이었고, 북한은 1356만2000톤으로 남한이 19.8배였다.

연구팀은 "북한이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은 것은 바이오에너지(목재 등) 연소로 인해 일산화탄소와 미세먼지 오염 심하고, 석탄 의존도가 높아 이산화황 오염이 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탈황시설 등 공장의 오염방지 시설의 효율도 낮은 탓으로 분석했다.


평양 등 4곳 오염 심한 '핫스팟'


북한 전체(초록색)와 도시별 초미세먼지 오염도 변화 추세. 붉은색은 평양, 갈색은 남포, 회색은 북창, 파란색은 문천, 맨오른쪽 하늘색은 서해의 오염도를 나타낸다.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료: Environmental International]
연구팀은 북한에서도 평양과 남포, 북창(평안남도), 문천(북한 강원도) 등 4곳은 오염이 특히 심한 '우심 지역(hot spot)'으로 지목됐다.

특히 평양·남포·북창 등 서부지역의 오염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양은 인구가 많고 산업시설이 많은 대도시이고, 남포는 항구이면서 조선·제련산업이 자리 잡고 있다.
북창은 북한에서 가장 큰 화력발전소가 있다.

여기에 중국 등 국외 오염의 영향도 가세했다. 미세먼지 오염의 경우 월경 오염의 영향이 더 뚜렷했다.


전반적으로는 오염 개선 추세


지난달 23일 북한 평양시 중심 구역의 눈 덮인 거리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의 대기오염은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추세를 나타냈다.

남한은 1차 에너지 소비가 연평균 625만 TOE씩 증가하고 있으나 북한은 연평균 57만2000 TOE씩 줄고 있다.

북한 전체 대기층에서 SO2와 CO, 미세먼지(AOD)는 연평균 각각 4.4%, 0.4%, 4.8%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NO2는 연평균 3.6%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대기오염의 전반적인 개선은 석탄 연소의 감소 덕분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NO2가 증가하는 것은 산업 활동이 증가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북한이 대기오염 더 줄이기 위해서는 굴뚝 매연을 통제해야 하고, 바이오 연료 소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 김준 교수는 "이번에는 빠졌지만 향후 2000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가 북한 대기오염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조선의소리'는 5일 "평양시안의 여러 단위들에서는 각종 화분들을 이용하여 내부를 녹색환경으로 꾸려놓으면서 실내녹화를 다채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그 사례로 평양 룡악산 비누공장의 사례를 들며 "실내녹화사업을 잘하여 일터에 문화정서적인 환경을 보장하고 밝고 명랑한 생활분위기를 마련해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연합뉴스 ['조선의 소리' 홈페이지 캡처]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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