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뭄 2023-⑤] 증시 침체 심화로 개미들 ‘비명’ 곡소리
‘기울어진 운동장’ 공매도 불균형 여전
투자자 불만 가중…‘주주가치 제고’ 이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 속에서 경제 회복을 위해 풀렸던 유동성이 지난해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등 긴축 기조 강화로 거둬 들여지기 시작했다. 올해는 저 성장 심화 속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넘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금융권과 기업뿐만 아니라 가계에도 유동성 한파가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위축으로 인한 돈맥경화(자금경색)가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현실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고래 싸움에 새우등 안터질라카몬 어떻게 해야 하노?”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속 재벌그룹 총수 진양철 회장의 대사다. 해외 반도체 업체들과 경쟁에서 체급차를 느끼자 답답합을 토로하며 나온 말이다.
드라마 속 진 회장은 경쟁사 인수를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 증시에서 새우(개인)는 고래(외국인·기관) 싸움에 등 안터질 방도가 있을까. 마땅히 기댈곳이 없는 상황에서 기울어진 운동장 지속과 대내외적 여건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 지속으로 증시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더라도 바로 금리 인하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유동성 리스크는 불가피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KB증권은 미 연준이 2월과 3월 추가로 25bp(1bp=0.01%) 인상을 통해 최종 기준금리가 4.75~5.00%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내 금리인하는 시기상조라는 판단과 함께 최종 기준금리가 5.00~5.25%가 될 가능성도 열어뒀다.
연준도 피벗(Pivot·정책전환)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연준이 공개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19명의 FOMC 위원 중 올해 중 금리인하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 위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증권사들은 이러한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를 근거로 올해 코스피 예상밴드를 1940~2750로 제시했다. 전날인 5일 종가(2264.65)를 고려하면 상승 여력보다 하방 압력 상승에 무게가 실리는 추정이다.
증시 위축과 유동성 축소가 불가피한 가운데 개인의 시드머니(종잣돈) 마련 여력은 다른 투자 주체보다 상대적으로 위축될 전망이다. ‘빚투(빚내서 투자)’ 이자가 급격히 불고 있어서다.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올들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최대 0.5%p 인상했다. 시장에서는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신용융자 금리가 12%를 넘길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신용융자 이자 부담에 빚투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16조363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고점(23조8105억원·2022년 1월7일)과 비교해 31.3%(7조4474억원) 줄어든 규모다.
반면 반대매매는 증가했다. 이날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금액은 250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해 10월4일(259억원) 이후 3개월 만에 최대치다.
반대매매는 주식이나 선물, 옵션 등을 신용거래 후 과도한 하락이 발생했을때 증권사가 고객의 동의 없이 임의로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돈줄은 말랐는데 투자 손실은 급격히 불고 있는 양상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변동장에 공매도를 활용할 여력이라도 있으나 개인은 손에 쥔 카드도 없다. 공매도 전면 재개시 힘의 균형은 더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개인 공매도 담보 비율을 140%에서 120%로 줄여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춰주기는 했으나 아직까지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이 달(1월2일~5일) 외국인의 일평균 공매도 비중이 60.1%인 반면 개인은 2.5%에 불과하다.
주식 이외 투자처를 둘러봐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에 공모주 흥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물론 대부분의 기초지수가 하락하며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의 투자 여건도 만만치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IPO 시장은 공모 기업 수 기준으로 전년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모금액 측면에서는 지난 2개년 간의 높은 수치에는 크게 못 미칠 것”이라며 “7조5000억원에서 10조원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장기 미상환 종목들이 조기 상환에 성공해야 ELS 시장 회복 국면 전환이 가능하다”며 “본격적인 주가 상승이 나타나기 전까지 ELS 시장에 대한 불안심리가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투자 여건 악화에 소액주주의 불만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주주가치 제고가 올해 시장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주행동주의가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물적분할 자회사의 상장에 대한 규제가 시작돼 주주가치 훼손 사례가 줄어들 전망”이라며 “자회사들의 배당 강화에 따른 배당수입 증가, 지주회사 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 과정에서의 성과 공유 등을 통해 지주회사는 주주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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