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효과 1조"…순천만·태화강 따라하기, 국가정원 23곳 추진

최종권, 박진호, 백경서, 황희규 2023. 1.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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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인 전남 순천시 순천만국가정원 전경. 중앙포토


지자체 너도나도 정원 조성…23곳 지정 추진


충북 충주시는 금릉동 세계무술공원 일원에 ‘탄금대 국가정원’을 추진 중이다. 남한강 변에 있는 탄금대와 세계무술공원, 탄금호 용섬 일대(50㏊)를 시민 참여형 정원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충주 국가정원 조성을 충북지역 국정과제로 채택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졌다.

충주시는 관광산업 부양과 정원 조성에 따른 일자리 창출, 도시 이미지 개선을 이유로 국가정원 지정을 원한다. 충주시는 지난해 7월 시청에 정원테스크포스(TF)를 꾸리고, 시민참여단 1000명을 모집했다. 이들은 국가정원 조성을 촉구하는 5만여명의 서명부를 기획재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임청 충주시민단체 연대회의 대표는 “충주 시민들은 공군비행장과 충주댐 건설로 지난 40년 간 각종 규제를 받아왔다”며 “국가정원이 조성되면 충주 시민의 여가공간이나 탄금대를 찾는 관광객들이 휴식처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태화강국가정원 전경. 사진 울산시


순천만 첫 국가정원 계기, 충북·강원·전북 가세


전국에 정원 조성 바람이 불고 있다. 2014년 문을 연 전남 순천만 국가정원을 계기로 대형 정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관광을 선호하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다. 충주를 비롯해 강원 춘천시와 정선군, 전북도 등 전국 23곳에서 국가정원 지정을 추진 중이다. 최근 2~3년 새 지역 특색을 살려 지방정원을 만드는 자치단체도 부쩍 늘었다.

5일 산림청에 따르면 순천만과 울산 태화강에 만든 국가정원 2곳 외에 경기도 양평 세미원과 전남 담양 죽녹원, 경남 거창 창포원 등 지방정원 5곳이 등록돼 있다. 국가정원은 규모가 30만㎥ 이상인 정원을 말한다. 수목과 조형물, 녹지를 배치해 주제별 정원을 만들고 시민들이 직접 가꾸기에 참여할 수 있다. 수목유전자원 보호를 목적으로 세운 수목원과 달리 공원 기능이 더 확대된 개념이다. 정부가 직접 조성하거나 3년 이상 운영한 지방정원을 심사해 지정한다.

지방정원(10만㎥ 이상)은 자치단체가 만든다. 국가정원은 정원 조성 예산과 운영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예산이 넉넉지 않은 지자체가 지정을 선호하고 있다. 천은아 충주시 정원TF 팀장은 “국비가 전액 반영되는 국가정원 조성 계획을 산림청에 요청한 상황”이라며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 매년 심사를 거쳐 20억~40억원 정도의 운영비를 지원받을 수 있어 안정적인 유지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처서(處暑)를 이틀 앞둔 지난해 8월 21일 휴일을 맞아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을 찾은 시민들이 만개한 해바라기와 백일홍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중앙포토


생태환경 복원, 온실가스 흡수 효과도


현재 전국 40곳서 지방정원 조성이 한창이다. 이 중 31곳(77%)은코로나19가 확산한 2019년 이후 첫 삽을 뜬 곳이다. 법인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민간정원 88곳 중 76%(67곳)가 2019년 이후 등록된 곳이다.

전남의 한 민간정원 대표는 “국가·지방정원이나 민간정원이 많이 생기면서 수요가 분산되긴 했지만, 정원에 대한 관심이 폭증한 건 사실”이라며 “봄에 장미를 심고, 여름엔 유럽 수국을 심는 등 관람객의 관심에 맞춰 계절별로 정원을 꾸민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생태환경을 보전을 이유로 정원 조성에 힘쓰고 있다. 국내 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순천만국가정원과 태화강국가정원을 모델로 삼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순천만국가정원 조성으로 전남 지역에 생산유발 효과 1조5926억원, 고용은 2만여명을 창출한 것으로 추정했다. 203종류의 수목이 식재된 정원에서 매년 온실가스 387.12t을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의 은하수길. 사진 울산시


충주 탄금대, 정선 가리왕산 “지역명소화 도움”


‘죽음의 강’으로 불렸던 태화강은 정화 사업을 거쳐 은어·연어·고니 등 동식물 1000종이 서식하는 ‘생명의 강’으로 부활하면서 2019년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주제정원 30개를 보유한 태화강국가정원에서는 사계절 내내 다양한 행사 등이 열린다.

지난해 5월에는 꽃양귀비·작약·수레국화·안개초 등 5종 6000여만송이 꽃을 감상하는 ‘봄꽃축제’가 열렸고, 10월 ‘가을축제’가 마련돼 노란 국화와 코스모스, 실개천의 은빛 억새 등을 보기 위해 20만명이 몰렸다. 장태훈 울산시 태화강국가정원과 과장은 “시민들에겐 휴식처를, 타 지역민들에게는 관광 명소를 제공해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 정선은 산림 복원과 병행해 국가정원 조성에 힘쓰고 있다. 5년 전 평창올림픽이 열렸던 가리왕산 일대를 정원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최종명 정선군 산림정책팀장은 “알파인 스키 경기를 치르며 훼손된 부분과 가리왕산 하단부 평지를 정원으로 조성하면 주민 반발을 최소화하는 산림 복원이 가능하다”며 “다른 국가정원은 하천이나 습지를 낀 수변형이지만, 산림을 주제로 한 정원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강 변에 있는 세종시 국립수목원. 프리랜서 김성태


“고유성, 자생식물 분포 고려해 특화해야”


세종시는 국립수목원과 중앙공원, 녹지공간이 어우러진 ‘정원 도시’를 준비 중이다. 국제 정원도시 인증을 받고, 2025년 국제 금강정원박람회를 개최한다는 구상이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국제정원박람회가 개최되면 정원도시 기반이 마련될 뿐만 아니라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윤영조 강원대 생태조경디자인학과 교수는 “정원이 가진 친화력과 접근성, 아름다움에 대한 대중의 욕구, 비대면으로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장점 덕에 전국적으로 정원 붐이 일고 있다”며 “정원 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곳에서 무작정 정원을 조성하면 지속성을 갖기 힘들다. 지역이 갖는 고유한 역사나 자생식물 분포, 작가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면밀히 고려해 조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충주·정선·울산·순천=최종권·박진호·백경서·황희규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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