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文정책 뒤집자…김상조·김수현·김현미 포럼 만들었다

윤지원 2023. 1.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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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김상조 전 실장(왼쪽부터), 김수현 전 실장,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설계했던 핵심 인사들이 최근 정책 포럼 발족을 고리로 다시 뭉쳤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표’ 정책을 하나씩 뒤집자 이에 반발하며 지난 정권의 레거시(legacy·유산)를 계승하겠다는 취지다.

야권 고위 관계자는 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연말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고위급 정책 라인 관계자들과 전직 장·차관들이 대거 참여하는 정책포럼을 결성했다”며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을 마친 이 포럼은 이달 중순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럼엔 문재인 정부 당시부터 논란을 샀던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 내로남불’ 논란을 빚은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김 전 실장은 2020년 임대차 3법(전·월세 신고제·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요구권) 시행 이틀 전 본인 소유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대폭 올린 사실이 알려지며 사실상 경질됐다. 이후 김 전 실장은 공개 활동을 자제해왔는데 정권이 바뀌자 다시 나선 셈이다.

또 문재인 정부 초기 부동산 규제 정책을 설계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를 실행에 옮겼던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포럼에 참여하기로 했다. 지난 정부 초기 논란을 샀던 ‘소주성’(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입안자인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멤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0일 양산 평산마을에 도착해 주민과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들은 포럼의 명칭을 ‘사의재’(四宜齋)로 정했다. 사의재는 조선 후기 개혁 군주인 정조를 근거리에서 모신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전남 강진 처소를 가리키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문 전 대통령을 정조에 자주 비유해왔는데, 여기에 더해 자신들은 정약용 선생에 빗댄 셈이다. 포럼은 참여자들에게 보낸 초청문에서 “사의재는 개혁 군주였던 정조 임금이 돌아가신 뒤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에서 학동들을 가르치면서 마음을 추슬렀던 장소”라며 “성찰하되 개혁의 꿈을 버리지 말고, 진중하되 미래를 준비하자는 냉엄한 다짐”이라고 적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고위 관료를 지낸 인사는 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했던 많은 정책이 윤석열 정부 들어 일제히 부정당하는 상황”이라며 “마치 정조가 승하한 뒤, 어린 왕 순조 체제에서 오지로 유배된 듯한 공허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정책 성과를 훼손되지 않고 제대로 관리하려는 게 포럼의 1차 목적”이고 “정책들을 집대성한 기록물을 남기는 방안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산이 강진에서 꼬박 4년을 머물렀던 주막집. 천장 낮고 협소한 주막집 행랑채를 다산은 '사의재'라 불렀다. 사의재에는 생각·용모·언어·동작 네 가지를 반듯이 해야 한다는 뜻이 어려 있다.


실제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일 대출·세제·청약·전매제한·실거주 의무 등 부동산 전 분야에 걸친 규제를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완화했다. 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간 유연화, 친(親) 원전 정책,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도 문재인 정부의 주 52시간제, 탈원전 정책,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정책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에 대해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벌였던 무모한 실험들이 민생을 위기에 몰아넣은 것으로 이미 확인된 상황에서, 그 당시 정책들을 계승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것 역시 대선 패배에 불복하려는 더불어민주당의 아집”이라고 비판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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