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학교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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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미혼모의 딸 문동은은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의 괴롭힘에 시달려야 했다.
그의 곁엔 아무도 없었다.
담임교사도 유일한 가족인 엄마도 그의 편이 아니었다.
"내 소원은 언젠가는 너(가해자)의 이름을 잊고 너의 얼굴을 잊고 어디선가 다시 만났을 때 누구더라 하고 기억조차 못 하는 거야." 그러나 청소년 시절 끔찍했던 기억은 평생 떨쳐버릴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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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미혼모의 딸 문동은은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의 괴롭힘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당해도 되는 애였고, 괴롭히는 애는 그래도 되는 애였다. 잔인하고 가혹한 폭력이었다. 그의 곁엔 아무도 없었다. 담임교사도 유일한 가족인 엄마도 그의 편이 아니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으로 자퇴한 동은이 사적 복수를 결심하고, 18년간 준비해 이를 실행해가는 이야기다. 시즌1이 공개됐는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K복수극’으로 불리며 반응이 꽤 좋다. 웃음기 뺀 서늘한 표정으로 복수를 꿈꾸는 동은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내 소원은 언젠가는 너(가해자)의 이름을 잊고 너의 얼굴을 잊고 어디선가 다시 만났을 때 누구더라 하고 기억조차 못 하는 거야.” 그러나 청소년 시절 끔찍했던 기억은 평생 떨쳐버릴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가해자의 단순한 과거 잘못으로 덮기엔 학폭 피해자의 아픔이 엄청난 것이다.
몇 해 전 배구 스타 이재영·다영 자매가 학폭 사실이 드러나며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했다. 지난해 데뷔한 인기 걸그룹 ‘르세라핌’ 멤버 김가람은 학폭 의혹에 휘말리며 팀을 떠났다. 여러 연예인들이 학폭 사실이 알려지면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4일 프로야구 선수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에서 제외됐다. 안우진은 지난 시즌 탈삼진 224개로 고 최동원(1984년·223개)이 갖고 있던 역대 국내 투수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운 선수다. 하지만 서울 휘문고 재학 시절 야구부 후배들을 폭행한 전력이 문제가 됐다. 안우진이 WBC 태극마크를 겨냥해 피해자들로 하여금 ‘과도한 폭력은 없었다’는 내용의 진술 조서를 공개하도록 한 게 2차 가해를 유발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학폭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차갑다. 스타 선수나 연예인의 팬들도 이를 봐주지 않는다. 이제는 아무리 멋지고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과거 다른 사람을 짓밟은 이력이 있다면 인정받지 못한다. 드라마 속 문동은에게 위안이 될, 당연한 세상일 것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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