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5년, 軍에 '평화타령' 주입…북 무인기에 뚫렸다" [장세정의 직격인터뷰]
훈련은 안 하고 빗나간 정신교육, 드론봇 전투단은 무기·장비 안 갖춰
무인기 발견하고도 끝내 요격하지 못한 조종사 대응 심각한 문제
북한은 향후 정찰용보다 중국·이란서 공격용 드론 확보 힘쓸 듯
드론 방어에만 올인 말고 공세적 드론 역량도 균형 있게 갖춰야
수컷 꿀벌, 즉 수벌(雄蜂)에서 이름을 딴 드론(Drone·무인기)이 서울 상공을 휘젓고 다닌다. 지난 12월 26일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을 우리 군이 곧바로 포착했지만, 전투기도 헬기도 대공포로도 끝내 요격하지 못했다. 이번엔 단순 정찰 및 촬영만 하고 돌아갔다지만, 북한 무인기가 폭탄을 탑재하거나 심지어 생화학무기를 서울 상공에 뿌린다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자폭 드론이 동원된 우크라이나 전쟁 사례에서 보듯 바야흐로 '드론 전쟁 시대'가 열렸다. 그렇다면 북한의 드론 역량은 어디까지 왔고, 우리 군은 어디까지 대응이 가능할까. 국내 최고 무인기 전문가로 꼽히는 홍성표(66)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국방군사전략실장은 "북한의 킬러 드론 도발에 대비해 드론 대응 역량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군사관학교를 졸업(28기 임관)한 뒤 수송기(L-2) 조종사로 활약하다 국방대 교수를 끝으로 대령으로 예편했고, 아주대 국방디지털융합학과 대우교수를 거쳤다.
우크라이나서 입증된 드론 전쟁
-'드론 전쟁 시대'가 도래했다.
"우크라이나전쟁 초기 미국은 무인기 '스위치 블레이드' 700기를 제공했고, 러시아는 급히 이란제 샤헤드-136 무인기 2400대를 주문해 투입했다. 전투 요원이 투입돼 인명이 희생되는 것에 비하면 효율적이다. 적은 비용으로 만든 자폭 드론인데도 상대가 방어하기 쉽지 않으니 가성비가 굉장히 높은 무기다."
-미국·중국의 경쟁도 치열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능해진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이 결합하면서 최첨단 무인기가 맹활약하고 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과 영국은 MQ-9 리퍼 무인기에 헬파이어 로켓 14발을 장착해 연합 무인기 작전으로 테러리스트 5000명 정도를 제거했다. 2015년 시리아에서 지하드 존(무함마드 엠와지)이, 2020 이라크에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 총사령관이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즉사했다. 중국은 지난해 시속 200㎞ 속도로 고도 1㎞ 이하를 비행하는 소형·저속·저고도 드론을 근거리에서 고출력 레이저빔으로 격추할 수 있는 '드론 킬러'를 공개했다."
-북한 무인기 수준은 어떤가.
"500대 정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 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정찰기가 주류다. MQM-107D, TU-143 등 자폭용 무인기도 100여대 정도 있을 거다. 중국 기술을 개량한 것으로 보인다. 2014년에 발견된 무인기는 엔진 배기량이 35㏄, 연료는 4.5ℓ 정도로 기초적인 수준이었다. 2017년에는 배기량 50㏄, 연료는 7.5ℓ로 약간 좋아졌으니 이번에는 조금 더 성능이 향상됐을 거다. 북한은 중국·러시아는 물론 이란의 공격용 무인기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무인기 500여대 보유한 듯
-북한의 이번 도발 의도는.
"정찰용이지 공격용은 아니었다. 국지도발은 엄청난 보복이 두려우니 몰래 무인기로 정찰한 것 같다. 격추되지 않고 촬영해 갔지만 침투하다 발각됐고 한국의 드론 전략을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어줬으니 득보다 실이 클 것이다. 이번엔 사진 촬영용으로 운용했지만, 경로 비행을 하니 특정 표적을 겨냥해 작동하면 공격용으로 변할 수 있다. 무인기에 고성능 폭탄이나 생화학무기를 장착해 운용할 수도 있지만, 생화학무기를 살포하면 전쟁범죄다."
-무인기 침범은 군사합의 위반 아닌가.
"적대 행위를 금지한 정전협정과 9·19 군사합의 위반이다. 9·19 합의에 따르면 2019년 11월 1일부터 무인기는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동부지역은 15㎞, 서부지역은 10㎞까지가 비행금지구역이다. 북한의 도발에 우리 군은 비례적 정당방위 차원에서 무인기 송골매를 북측 5㎞ 상공까지 진입시켜 정찰 비행을 했다고 한다. 대통령은 '북한이 다시 도발하면 9·19 효력 정지를 검토한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우리 군의 대응을 어떻게 봤나.
"영공을 침범한 무인기를 반드시 잡았어야 했는데 잡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조종사는 다른 생각하지 말고 격추 시도를 하는 게 맞다. 조종사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격추해야지,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적기를 놓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피해를 감수할 수 있어야 국방이 제대로 굴러간다."
문 정부 시절 훈련도 한 번 못 해
-요격 체계가 있었지만 쓰지 못했다.
"2014년 북한 무인기가 청와대를 촬영한 이후 2015년 최대 20㎞ 밖에서 무인기를 탐지하고 3㎞ 내에서 격추할 수 있는 탐지·요격 자산인 '비호 복합 체계'를 갖췄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한 번도 훈련하지 못했다고 한다. 2018년 당시 문 대통령 지시로 4개 중대 규모로 '드론봇 전투단'을 지상작전사령부 산하에 편성했지만, 무기와 장비는 제대로 갖춰주지 않았다. 말로만 편성하고 후속 조치가 없었으니 국민을 속인 셈이다. 이번에 KA-1 경공격기가 출동하다 추락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5년간 군의 대비태세가 완전히 문드러졌다."
-대비태세가 어쩌다 이 지경인가.
"그날 마침 경기도 남양주 갈매에 있었는데 비행기 소리를 듣고 하늘을 봤더니 우리 군 항공기 4대(KA-1 경공격기 2대와 전투기 2대)가 체공비행 중이었다. 서쪽에서 한강을 따라 서울(광진구 부근 상공)로 날아온 북한 무인기를 요격하려고 출동했을 텐데 끝내 발포하지 않았다. KA-1과 아파치 헬기까지 투입했지만 2m짜리 무인기를 잡는 데는 가성비가 낮은 작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작전 중에 민간의 피해를 우려해 요격을 안 했거나, 충분히 요격할 수 있는데도 다른 어떤 목적이 있어서 안 했을 수 있다."
군인은 정치인·외교관과 달라야
-그게 무슨 의미인가.
"문재인 정부의 영향이 있다고 본다. 지난 5년 내내 장병들에게 매주 정신교육을 하면서 남북 대결 구도를 어떻게든 모면해야 한다, 우리가 조금 양보하더라도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인 국방이라고 계속 주입했다. 전방 부대 대대장들이 이런 얘기를 입에 달고 다녔다. 군인은 적을 보면 박살 내겠다는 자세를 갖는 게 당연하다. 부대는 예봉을 유지하다가 결정타를 날려야 하는데, '평화 타령'으로 예봉이 꺾이면 멈칫거리게 되고 자꾸 눈치를 보다 보면 시기를 놓치게 된다. 군인은 정치인·외교관과 달라야 한다."
-기술적 한계는 없었나.
"무인기를 요격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소프트 킬'은 방해 전파로 교란해 강제로 착륙하거나 목표를 잃어버리게 하는 방식인데, 스푸핑(Spoofing)이라고도 한다. 극히 드물지만 이란이 미국 드론을 스푸핑으로 강제착륙시킨 적이 있어 미국이 깜짝 놀란 일도 있었다. '하드 킬'은 레이저 무기나 대공포·미사일·항공기로 드론을 파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2m 이하는 물론이고 5m짜리도 요격이 쉽지 않다. 공중에서 레이다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2m짜리 무인기를 요격한다는 것은 노련한 조종사라도 쉽지 않다. 작은 무인기를 잡을 적합한 '파리채'가 마땅하지 않다. 시속 180㎞인 KA-1 경공격기가 시속 120㎞인 북한 무인기를 격추하려면 비행 속도가 2배 이상은 돼야 한다. 따라서 100이면 100 모두 격추할 수는 없으니 조종사를 과도하게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비행금지구역도 일부 뚫렸는데.
"합참이 북한 무인기 항적을 정밀하게 분석했더니 대통령실 반경 2해리(3.7㎞)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의 북측 일부를 침범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무인기의 비행 고도가 1~3㎞인 데다 장착한 카메라의 정밀도가 낮아 이번에 북한은 군사 정보로 유의미한 정찰 사진을 확보하지는 못했을 거다."
무너진 군기 다시 바짝 조여야
-대통령실에 근접했는데 '재밍'이 작동했나.
"대통령 경호 차원에서 너무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재밍(Jamming, 전파 교란) 등을 가동할 경우 국민의 불편이 우려되다 보니 가급적 최적화해서 관리하는 것으로 안다. P-73은 원래 항공기나 미사일 도발을 전제로 하는 거라 2m도 안 되는 무인기에까지 적용할 상황은 아니었을 거다. 기술적으로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우리 방공체계에서 보완할 부분은.
"전면전에 대비한 한·미 동맹의 방공체계는 매우 우수하다. 다만 국지 방공과 지역 방공으로 나뉜 국가 방공체계를 이번 무인기 도발을 계기로 전반적으로 점검할 필요는 있다. 특히 비호복합 체계가 작동하지 못한 이유 등을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군의 자세와 전력을 다시 바짝 조여야 한다. 북한 무인기를 막는다고 예산을 퍼부어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방어 무기와 공격 무기의 적정선을 찾아 균형 있게 전력을 발전시켜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쪽지 예산 3000억원을 지역구로 빼갔는데 그 정도 예산이면 북한 무인기 대응 수단을 상당히 많이 확보할 수 있다."
김은송 인턴기자가 인터뷰에 참여했습니다.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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