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환의 지방시대] 미래 먹거리 창출에 초점…초광역 협력은 약화

오영환 2023. 1. 6.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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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단체장 신년사 살펴보니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
2023년은 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장에 실질적 원년이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이후 공약을 현실에 맞춰 조정·시행한 반년이 끝나고 지역 발전을 본격적으로 다질 새해를 맞았다. 17개 광역 시·도는 어떤 비전과 역점 정책이 있을까. 시정·도정의 창(窓)인 단체장의 올 신년사를 보니 4차 산업혁명 대응을 비롯한 공통분모가 적잖았다. 대다수가 AI와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산업 유치·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탄소 중립 기반 구축도 하나의 조류였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인 지방시대를 주도하겠다는 다짐과 역내 원도심·신도심 간 균형발전 방침도 눈에 띈다. 재정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특별·광역시는 도보다 저소득층·청년 대상 복지 강화 방침이 두드러졌다. 신년사 속 정책 리스트는 길다. 취임 후 투자 유치와 재정 혁신의 실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단체장이 자기 색깔로 정치적 유산을 남겨가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신년사 분량도 약 6300자(서울)에서 380자(경기)까지 제각각이다. 신년사는 자치분권 만개(滿開)의 한 상징이다.

「 새 정부 과제 ‘지방시대’ 선도하고
지역내 불균형 해소 내세운 곳 많아
수도권 일극을 다극으로 바꾸려면
각자도생 대신 벽 낮추고 협력해야

매력·기회·복지 내세운 수도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수도권부터 보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동행·매력 특별시’ 도약의 원년을 목표로 내걸었다. 도시에 매력을 입혀 해외 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한강을 대표 브랜드로 삼아서다. 금융허브 가속화도 매력 도시의 일환이다. 서울은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순위에서 3년 연속 상승세로 지난해 11위를 기록했다. 약자 동행 사업으론 서울형 공공기숙사와 ‘희망 두배 청년통장’ 지원 대상 확대 등을 공약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혁신 산업 등 미래 먹거리를 키우고, 도의 경제 영토를 넓히겠다는 포부다. 더 많은 기회와 더 고른 기회를 통해 ‘기회 수도’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두 개의 기회로는 각각 상생·포용의 공동체, 더 두텁고 촘촘한 민생·안전을 제시했다. 구체적 정책 목표 대신 미래 도정의 큰 그림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모두가 잘사는 균형 도시를 첫째 목표로 올렸다. ‘제물포 르네상스’ 등 원도심 활성화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AI·로봇 관련 인프라 구축 등으로 ‘대한민국 제2의 도시, 100조 경제 시대’도 실현해 나가겠다고 했다. 인천시는 올해 사회복지 예산을 전체의 36.4%(5조원)로 높였고, 생애 주기별 맞춤형 복지 제도를 마련했다.

역내 균형발전·분권 강조한 중부권

역내 균형발전은 충청권에서도 나왔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새로운 지방시대를 선도할 균형도시 대전을 만들겠다고 했다. 혁신도시·도심융합특구 등을 연계해 원도심 중심으로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바이오헬스·국방·나노반도체·우주항공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하는 경제도시, 맞춤형 복지의 상생도시, 지속 가능한 미래도시와 문화도시 건설도 핵심 목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김태흠 충남지사의 도정 목표는 ‘힘쎈충남’ 이다. 지난해 2조6000억원의 투자 유치를 강조하면서 권역별 특장을 살려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겠다고 했다. 더불어 신재생에너지 육성과 실질적 탄소 저감, 육사 이전,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인 서해 가로림만의 국가해양공원 조성을 위한 노력도 강조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그 일환으로 특별법 제정과 댐 주변 지역의 규제 완화를 끌어낼 계획이다. 김 지사는 저출산 관련 직접 예산을 늘려 젊은 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출산·이주 지역을 만들겠다고 했다. 의료비 후불제 등 혁신의 테스트베드가 되겠다는 다짐도 주목된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행정수도 세종’을 완성하겠다고 했다.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 집무실 건립을 지원해 지방시대 분권 모델을 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읍면 지역과의 상생 협력 계획도 눈길이 간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올 6월의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에 초점을 맞췄다. 특별자치도가 되면 고도의 자치권 부여로 행정·입법권 재량이 커진다. 김 지사는 중앙 정부에 예산보다 규제를 풀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요구했다. 고강도 재정 혁신으로 1조원의 채무를 약 30% 갚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초광역 협력 눈에 띄는 호남권

호남권은 다른 단체보다 초광역 협력을 강조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전남과 반도체 특화단지 공동 유치를, 대구와는 군 공항 이전 특별법 동시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2026년 완공하는 광주역 창업밸리를 호남권 최대 창업 혁신단지로 구축하고, 5000억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복합쇼핑몰의 신속·투명·공정 원칙 추진도 공약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남해안을 미래 신산업 중심축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전북·제주와의 초광역 해상풍력 산업벨트, 경남과의 우주산업벨트 등을 통해서다. 김 지사는 ‘세계 일류와 경쟁하는 글로벌 도정’, ‘균형발전의 중심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면서 지방시대를 선도하겠다고 했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첫째 목표로 경제 활성화를 올리고, 투자 여건 조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올해는 새만금의 투자진흥지구 지정과 함께 남북도로가 개통된다. 김 지사는 따뜻한 복지 확산과 지속가능한 생태 환경, 선진화된 안전 전북 실현도 공약하고 새로운 전략과 패러다임을 강조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내걸었다. 제주도는 2006년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4개 기초자치단체에서 2개 행정시(제주·서귀포시) 체제로 바뀌었다. 오 지사는 선거 때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공약했고, 현재 도지사가 임명하는 2개 시장의 직선제 등을 논의하는 민관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굴기(崛起)·지방시대 공약한 대구·경북

대구·경북은 거대 담론이 눈에 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올해를 대구굴기(崛起)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우뚝 솟는다는 뜻의 굴기는 화평굴기, 대국굴기 등 중국이 국가전략 방침에 쓰면서 널리 퍼졌다. 그는 “취임 직후 선제적으로 착수한 공공혁신, 시정혁신, 재정혁신이 전국으로 확산했다”면서 도심항공교통(UAM)·로봇 등 5대 신산업 육성, 고강도 채무감축을 통한 재정 건전화 추진 등을 공약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혁명적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경북도는 도청에 균형발전·지방분권·인구·교육·외국인 정책을 관장하는 지방시대정책국을 신설했다. 그는 “지방시대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선결과제”라며 “다시 지방으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시대가 와야 국민 행복시대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엑스포·산업수도·관광 내건 부·울·경

부산·울산·경남은 지난해 초광역 협력 틀인 특별연합을 해체하는 대신 새 경제동맹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신년사에서 청사진을 구체화한 단체장은 없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올해 개최지가 확정되는 2030세계박람회의 부산 유치를 “반드시 해내겠다”고 했다. 2030년 개최지는 11월 파리에서 171개국 투표로 결정된다. 시정 목표로는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 ‘글로벌 허브 도시’로 도약하는 원년을 제시했다. 지자체·기업·대학의 지·산·학 협력 체계 추진도 관심거리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산업수도의 위상을 되찾아 제2의 도약을 이루겠다고 했다. 울산은 지난해 현대자동차 전기차 공장을 유치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사로부터 9조여원의 투자를 끌어냈다는 게 시 측 설명이다. 김 시장은 울산의 성장과 균형 발전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마무리 짓겠다고 했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경남을 대한민국의 관광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거제 장목관광단지 등 남해안권과 지리산권 관광 개발을 통해서다. 박 지사는 “지난해 재정 혁신으로 1000억원가량의 채무를 조기에 상환했다”면서 청년이 떠나지 않는 경남을 만들겠다고 했다.

해외투자·관광객 적극 유치해야

올해 광역단체장 신년사는 전반적으로 미래 지향적이다. 하지만 국내외 상황은 엄중하다. 인구 감소·고령화·저성장의 삼각파도가 지방을 덮친 지 오래다. 이제는 수도권도 넘볼 기세다. 여기에 나라 경제는 글로벌 지정학 위기와 공급망 분단 체제로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 우리 삶의 현장이자 복지와 행정 서비스의 일선인 지자체는 그 직접적 영향권이다.

광역단체는 각자도생이 아닌 단체 간 연계로 행정과 관광 등의 광역 수요에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수도권 일극을 해소하고 다극집중(多極集中)의 새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서도 초광역 협력은 불가결하다. 해외로부터의 투자·관광객 유치에도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자치분권만 내세울 게 아니라 지방 정부에 걸맞은 역할도 요구된다. 우리는 무한경쟁의 글로컬(글로벌+로컬·Glocal) 시대에 살고 있다.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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