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버리고 협치를” 야당 지역구 찾은 바이든
집권 3년 차를 맞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새해 첫 일정은 ‘초당적 협치’에 방점이 찍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켄터키주 코빙턴을 방문해 2021년 의회가 초당적으로 처리했던 인프라법(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조2000억 달러(약 1530조원)라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인프라법은 미국 전역의 도로와 교량, 통신망 등 인프라 개선과 이를 통한 중산층 재건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1년 법 통과 당시 상원에선 여야 의석수가 50대50으로 팽팽해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부·여당과 야당의 타협을 거쳐 그해 8월 69대30의 압도적 찬성으로 상원을 통과했고, 하원에서도 228대206으로 가결 처리되면서 초당적 협력의 상징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켄터키주와 오하이오주를 가르는 오하이오강의 한 다리 앞에서 한 연설에서 ‘초당주의’ 가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 역사적인 프로젝트와 관련해 이곳 오하이오와 켄터키에서 초당적인 인사들과 새해를 시작하고 싶었다”며 “왜냐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국가 전체에 중요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린 함께 협력할 수 있고, 일을 해낼 수 있다”며 “자존심을 조금 던져버리고 국가에 필요한 것에 집중한다면 국가를 전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켄터키를 지역구로 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지역구에서 열린 행사이기도 했지만, 대통령의 새해 첫 일정에 야당 최고위 인사가 참석한 건 이례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저는 특별히 이곳에 오랫동안 함께해 온 오랜 친구, 동료들과 함께하게 돼 기쁘다. 또 가장 오랫동안 상원에서 리더로 봉사하고 있는 지도자와 함께할 수 있어 더욱 기쁘다”며 매코널 원내대표를 치켜세웠다. 이어 “초당적 인프라법 통과에 있어 매코널 원내대표의 협조가 컸다”며 “당신의 손이 없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며, 그의 리더십 덕분에 이뤄졌다”고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도 “우리는 다른 일들에 대해 큰 차이점을 갖고 있더라도 우리가 합의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그것들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행사에는 공화당 소속이면서 인프라법 통과의 또 다른 주역으로 평가받는 롭 포트먼 전 상원의원과 공화당 소속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도 참석했다.
백악관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매코널 원내대표는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차량에 동승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매코널과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우리는 외교정책, 우크라이나 등 여러 가지에 대해 얘기했다”고 답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이 (올해부터)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과 함께 어떻게 일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말 철도노조 파업이 예고되자 여야 상·하원 원내대표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철도파업 저지를 위해 합의를 강제하는 법안 통과를 요청한 일도 있었다.
◆미 하원의장 선출 6차 투표도 실패=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는 이날 이틀째 진행된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투표에서도 과반(218표) 득표에 실패했다. 하원은 이날 의장 선출을 위한 4, 5, 6차 투표를 진행했으나 또다시 공화당 내 반란표 20표가 나오면서 매카시는 218표를 확보하지 못했다. 매카시는 201표를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매카시에 대한 지지와 공화당의 단결을 당부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우리 편에 서야 할 트럼프 대통령이 매카시를 지지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며 거부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나라를 위해 부끄러운 일”이라며 “당파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의회가 기능하지 못하는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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