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4호골 손흥민, 마스크 벗고 포효 “그간 미안했어”
부활의 신호탄인가. 고대하던 손흥민(31·토트넘)의 4호 골이 터졌다. 지난해 9월 이후 날짜로는 4개월, 경기 수로는 9경기 만의 득점포다.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마스크를 벗어 던지며 사자처럼 포효했다.
토트넘은 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셀허스트파크에서 열린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원정 경기에서 해리 케인(30)의 멀티 골과 손흥민의 쐐기 골 등을 묶어 4-0으로 완승을 거뒀다. 세 경기 만에 승리를 신고한 토트넘은 시즌 10승(3무5패) 고지에 오르며 리그 5위(승점 33점)를 지켜냈다. 다음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놓고 경쟁 중인 4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35점)와의 격차는 2점이다.
손흥민의 득점은 토트넘이 3-0으로 여유 있게 앞서가던 후반 27분에 나왔다. 후방에서 케인이 띄워 올려준 로빙 패스가 상대 수비수의 등에 맞고 굴절되자 재빨리 볼을 낚아챈 손흥민이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네트를 흔들었다. 2023년 새해 첫 골이자 올 시즌 정규리그 4호 골. 지난해 9월 레스터시티전 해트트릭 이후 침묵하던 손흥민이 109일 만에 골 맛을 보며 부활을 알린 순간이었다. 손흥민은 올 시즌 4골 2도움을 기록하게 됐다. 챔피언스리그 등 컵 대회를 포함하면 6골 2도움이다. 손흥민은 또 EPL 통산 97번째 골을 기록, 100호 골에 세 골 차로 다가섰다. 아울러 클럽 레전드 테디 셰링엄(57)과 더불어 토트넘 개인 통산 득점 공동 2위로 올라섰다. 이 부문 최다 득점자는 케인(196골)이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토트넘의 득점포는 후반 들어 불을 뿜었다. 후반 3분 손흥민과 브라이언 힐(22)의 패스를 거쳐 이반 페리시치(34)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케인이 껑충 솟구쳐 올라 머리로 받아 넣었다. 앞서 10차례 경기에서 모두 선제골을 내주고 고전했던 흐름을 깨고 토트넘이 먼저 골을 넣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탄력을 받은 토트넘은 후반 8분 케인의 추가 골로 스코어를 벌렸다. 멀티 골을 몰아친 케인은 자신의 300번째 정규리그 경기에서 개인 통산 198호 골을 기록, 잉글랜드 레전드 앨런 시어러(53·196골)를 뛰어넘었다. 1분 뒤엔 세 번째 골이 나왔다. 손흥민이 페널티박스 내 오른쪽에서 시도한 패스가 수비수에 맞고 굴절되자 맷 도허티가 마무리했다. 아쉽게 도움 기회를 놓친 손흥민은 후반 27분 직접 골을 터뜨리며 4골 차 대승을 완성했다.
손흥민과 케인은 이날 또 하나의 기록을 합작했다. EPL 총 34경기에서 동반 득점하며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사디오 마네(33골) 콤비를 뛰어넘는 신기록을 세웠다. 마네가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독일)으로 이적해 리버풀 콤비는 기록을 이어갈 수 없다.
손흥민은 경기 후 “그동안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오늘이 터닝 포인트가 되길 바란다”며 “나를 포함해 우리 선수들은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득점은 자신감을 되찾는데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다가올 경기에서 더 많은 골을 넣겠다”고 다짐했다. 안토니오 콘테(54) 토트넘 감독도 “마침내 소니가 골을 넣어 기쁘다. 공격수들은 골을 넣고 자신감을 느껴야 한다. 그에게 정말 중요한 골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평점 8.3점을 줬다. 멀티 골을 넣은 케인(9.3점)과 세 번째 골 주인공 도허티(8.6점)에 이은 팀 내 3위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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