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감독대행도 사의 표명…김연경 "어디까지 감당해야 할지"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이영수 감독대행이 한 경기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흥국생명은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홈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2(21-25, 25-19, 25-18, 21-25, 15-10)로 이겼다. 승점 2점을 추가하면서 44점(15승 4패)을 확보해 1위 현대건설(승점 45점)을 1점 차로 추격했다.
이영수 수석코치는 지난 2일 갑작스럽게 팀을 떠나게 된 권순찬 감독을 대신해 이 경기 지휘봉을 잡았다. 이 대행은 경기를 승리로 이끈 뒤 취재진과 만나 "감독님이 떠나실 때부터 함께 그만두려고 했다. 이 경기를 끝으로 나도 그만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29일 3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현대건설을 꺾으면서 선두 탈환을 눈앞에 뒀다. 팀 간판스타인 김연경 역시 "목표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다. 당연히 우승을 바라보며 뛰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지난 2일 권 감독과 김여일 단장의 동반 퇴진(본지 단독 보도) 소식을 전하면서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감독의 결정이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권 감독의 선수 기용에 간섭하던 구단 측이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는 소문이 기정사실화했다. 새로 부임한 신용준 단장은 5일 경기 전 이와 관련해 "선수 기용이 아니라 선수단 운영 문제를 놓고 갈등이 있었다. 유튜브 등에서 팬들이 요구하던 로테이션을 경기에 반영하려다 (구단과 감독의) 의견이 맞지 않았던 것 같다"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감독대행은 "나야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우리는 지난 5월부터 함께 훈련하면서 가장 좋다고 판단한 포지션대로 경기를 해왔다. 결정은 감독님이 하시지만, 스태프들 의견도 잘 들어주시곤 했다"며 "어차피 내가 있더라도 상황이 달라지는 게 없으니 내가 물러나는 게 맞다. 나는 권 감독님께 배운 게 많은 사람이라 불편하게 팀에 머무는 것보다 내 마음이 편한 길을 선택하겠다"고 했다.
이 감독대행은 이날 경기 직전 구단에 사퇴 결심을 전했다. 베테랑 김연경과 김해란도 이 사실을 모른 채 코트에 나섰다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전해 듣고 망연자실했다. 서로 마주 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무겁게 입을 연 김연경은 "어디까지 감당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마음이 복잡하다"며 "선두와 큰 차이가 안 나서 이제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는데, 하필 그 타이밍에 이렇게 안타까운 일이 생겨서 너무 아쉽다"고 했다. 또 "선수들 전체가 많이 당황했고 힘든 마음이었지만,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경기를 했다. 그런데 이영수 코치님까지 물러나신다니 뭐라 할 말이 없다"고 착잡해했다.
흥국생명은 권 감독을 내쫓은 뒤 여론이 악화하자 '선수 기용 개입' 의혹을 지우기 위해 애썼다. 신임 단장이 굳이 인터뷰를 자청해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을 늘어놓은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행마저 사퇴하자 결국 선수들이 참지 않았다.
김연경은 "선수들 역시 (구단이 선수 기용에 개입하려 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김해란도 "그 문제 때문에 마음이 상한 선수들도 있었다. 권 감독님께도 그 부분을 말씀드린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구단의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김연경은 "기용을 둘러싼 얘기가 나왔던 사실이고, 그런 일 때문에 몇 차례 지기도 했다"며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얘기하는 것 자체가 참 부끄럽다. 배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라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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