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北 무인기 비행금지구역 침범 尹 4일 확인”…일각 “군 대대적 인적교체 불가피”

현일훈 2023. 1. 5.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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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인기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P-73)을 침범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5일,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이를 보고받고 국민에게 공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북한 무인기 도발을 정치·사회 교란용 소프트 테러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무인기 5대가 지난달 26일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영공을 침범한 것을 국가안보 및 국민의 안전을 위태롭게 할 목적으로 자행한 테러 행위로 규정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2023년도 정책방향 연두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통령실은 당시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사건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28일부터 군의 전비태세검열이 시작됐다. 1월 1일 군 검열단이 방공 레이더를 통해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 안쪽을 스친 항적을 처음 발견했고, 3일엔 추가 정밀 분석 후 북한 무인기 1대가 비행금지구역 북쪽을 스치고 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P-73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반경 약 3.7㎞ 상공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4일 대통령에게 보고가 됐다”고 전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비행금지구역 침범을 보고받은 뒤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9·19 군사합의 검토를 지시한 것이냐’는 물음에 “그 당시엔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4일 오전 11시쯤 “북한의 영토 재침범 시 9·19 합의 효력 중지를 검토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를 공개했다.

합참은 지난달 29일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와 31일 발표에서 "적 무인기는 P-73를 침범하지 않았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단 3일 만에 사실관계가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대통령실 안에선 군 당국에 대한 문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감찰을 포함한 군 당국의 후속 조치에 대해 “밟아야 할 절차는 밟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안보라인에 있는 참모는 “전임 정부 시절 군의 경쟁력이 약화됐다”며 “확실히 강한 군으로 체질 개선을 해야 하는 목표가 생겼다. 윤 대통령이 이번 일을 계기로 군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전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승겸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의 교체 가능성에는 “그건 대통령의 전권 사안이다. 생각하고 계시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뿐 아니라, 국민의힘을 비롯한 여권 전체에서 군 수뇌부에 대한 불만 기류가 감지된다. 방공 대응 실패는 물론, 정보 평가까지 총체적 난국이라는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군 수뇌부 곳곳이 비정상적인 것을 잘 알고 있고, 이를 바로 잡아가는 과정에 있다”며 “전투하는 부대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선 대대적인 인적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서울 영빈관에서 열린 2023 정부 업무보고(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국기에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이날 대통령실은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합참에서 보고한 비행궤적을 토대로 은평·종로·동대문·광진·남산 일대까지 무인기의 침범 가능성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야당 의원이 언론에 주장한 말은 당시 식별한 바로는 합참도, 국방부도 모르는 것이었다”며 “국방부도 합참도 모르는 정보를 어디에서 입수한 것인지 자료의 출처에 대해 당국에서 의문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정보 출처가 북한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말인데, 이에 대해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 참모는 “북쪽에서 받아서 얘기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의 예비역 육군 대장인 김병주 의원도 맞대응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합당한 이의 제기를 두고도 국방부와 합참은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 및 ‘강한 유감’ 운운하며 제 주장을 묵살했고, 이적 행위자로 몰아세웠다”고 주장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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