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안식에 드소서' 베네딕토16세 장례미사 거행
베네딕토 16세, 지난해 마지막날 선종
요한 바오로 2세 안장됐던 묘역서 영면
伊·獨 외 세계 각국 정상들 개인자격 참석
지난해 마지막 날에 선종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에게 전 세계인들이 장례미사로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로이터 통신, CNN 등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장례 미사는 5일(현지시간) 오전 9시 30분(한국시간 오후 5시 30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바티칸 시스티나 합창단의 그레고리안 성가와 함께 엄숙하게 거행됐다.
장례미사는 현직 교황인 프란치스코가 주례했다. 가톨릭 역사상 후임 교황이 전임 교황의 장례 미사를 집전한 것은 1802년 비오 7세 교황(후임)과 비오 6세 교황(전임) 이후 이번이 역대 2번째다.
독일 출신으로 본명이 요제프 라칭거인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지난달 31일 오전 9시 34분 바티칸시국 내 한 수도원에서 95세의 나이로 선종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2005년 4월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제265대 교황직에 올랐지만 재임 8년 만인 2013년 2월 고령과 건강문제로 교황직을 더는 수행할 수 없게 됐다며 스스로 물러났다. 바티칸 역사에서 현직 교황이 자진 사임한 것은 598년 만의 일이다. 교황직에서 물러난 후 베네딕토 16세는 바티칸시국 내 한 수도원에서 지내왔다.
장례 미사가 열리기 40분 전인 오전 8시 50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시신이 누인 목관이 성 베드로 대성전 바깥으로 운구돼 광장의 야외 제단 앞에 놓였다.
삼나무 관 속에는 고위 성직자의 책임과 권한을 상징하는 팔리움(양털로 짠 고리 모양의 띠), 베네딕토 16세의 재위 기간 주조된 동전과 메달, 그의 재위 기간 업적을 담은 두루마리 형태의 문서가 철제 원통에 봉인돼 간직됐다.
교황청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재위한 8년간 성직자들의 미성년자 또는 취약한 이들에게 저지른 성범죄에 맞서 사제 400여명의 성직을 박탈하는 등 교회를 끊임없이 개혁하려 했던 점이 업적으로 기록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베네딕토 16세는 '명예 교황'으로 지칭됐다.
관이 운구되자 광장을 가득 메운 신자들은 길고 우렁찬 박수를 보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오랜 개인 비서인 게오르그 겐스바인 대주교가 관 위에 펼쳐진 복음서에 입을 맞췄다.
휠체어를 타고 광장에 모습을 드러낸 프란치스코 교황은 불편한 무릎 탓에 앉아서 장례 미사를 집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에서 "그가 몇 년간 우리에게 베풀어준 지혜, 친절함, 헌신에 감사하다"며 "주님, 당신이 베네딕트의 목소리를 영원히 듣는 것이 당신의 기쁨이 되길"이라고 기원했다.
장례 미사는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고, 미사가 끝난 베네딕토 16세의 관은 지하 묘지 안장을 위해 성 베드로 대성전으로 다시 들어갔다.
운구 행렬은 프란치스코 교황 앞에서 잠시 멈췄다. 휠체어에서 일어선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호를 긋고 관 위에 손을 올린 뒤 잠시 묵상했다.
좁은 계단을 내려가 지하 묘지에서 진행되는 안장 의식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붉은 띠로 관을 둘러 닫고 아연으로 만든 두 번째 관과 참나무로 만든 세 번째 관에 차례로 모셔진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역대 교황 91명이 안장돼 있고, 전임자인 요한 바오로 2세가 이장되기 전까지 안장돼 있던 묘역에서 영면에 든다.
교황청은 이탈리아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모국인 독일 대표단만 장례 미사에 공식 초대했다. 이탈리아는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참석했고 독일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올라프 숄츠 총리,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주 총리 등이 참석했다.
필리프 벨기에 국왕과 소피아 스페인 왕대비 등 왕족들과 유럽 각국 지도자 등은 개인 자격으로 참석해 광장 중앙에 마련된 귀빈석에 자리 잡았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자국의 주교황청 대사가 대표로 장례 미사에 참석했다. 우리나라는 오현주 신임 주교황청 한국 대사가 우리 정부를 대표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아울러 염수정 추기경과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와 사무국장인 신우식 신부 등이 한국 천주교 조문단으로 참석했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도 함께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바티칸엔 오전 4시부터 인파가 모여들었다. 행사에 보안요원이 1000명 이상 소집됐고 교황청 주변 영공은 폐쇄됐다. 미사가 진행된 광장에는 추기경 125명, 주교 200명, 성직자 3700명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몰려든 신도 등 수만명이 운집했다.
앞서 교황청은 베네딕토 16세의 시신이 안치됐던 성 베드로 대성전에는 사흘간 약 20만 명이 방문해 조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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