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있을 때 우승해야 하지 않나"…흥국생명 새 단장의 엇나간 해명
"선수 기용에 개입한 건 아니다. 로테이션 문제로 갈등이 있었다."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신용준 신임 단장은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홈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의 만남을 자청했다. 신 단장은 머리 숙여 인사하며 "시즌 중 단장과 감독이 물러나는 일이 벌어져 우리 구단을 아껴주신 팬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겠다. 추후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의 동반 퇴진(본지 단독 보도)을 발표했다. 임형준 구단주 명의로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감독의 결정이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결별이었다. 흥국생명은 정규시즌 절반이 지난 3라운드까지 2위 자리를 지켰다. 1위 현대건설과는 승점 3점 차. 지난달 29일 3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선 현대건설을 꺾어 상승세를 탔다. 그런데 그 경기 후 감독이 일방적으로 경질됐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권 감독의 선수 기용에 간섭하던 구단 측이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신 단장은 이와 관련해 "전 단장이 선수 기용에 개입한 건 아니다. 선수단 운영을 놓고 갈등이 있었다"며 "팬들이 원하는 로테이션을 경기에 반영하려다 (구단과 감독의) 의견이 맞지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 단장은 또 "유튜브 등에서 팬들이 요구하는 부분을 반영하려 했고, 우리 팀은 우승을 해야 한다는 목적이 있으니 그런 부분을 고려해 조언한 게 아닌가 싶다"며 "팬들의 사랑도 받아야 하고, 우승도 해야 한다. 김연경 선수가 있을 때 우승을 해야 하지 않나. 가능하면 우승하는 팀으로 만들기 위해 계속 서포트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단이 감독의 전권인 로테이션 운영에 개입해도 되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에는 "아직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자세한 상황은 모른다"고 한 발 물러났다. '배구 전문가인 감독의 생각보다 비 전문가인 팬들의 요구가 더 우승에 가깝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수도 있다"고 답해 빈축을 샀다.
신 단장은 2015~2016시즌 흥국생명 배구단 단장을 맡은 경력이 있다. 스스로도 그 점을 강조하면서 "구단과 유대관계를 계속 맺어왔다. 김연경 선수를 비롯한 베테랑 선수들과도 알고 지냈다. 그 선수들은 나를 이해해주는 편이라고 생각한다"며 "부임한 뒤 '팬들이 있으니 다시 힘을 합해서 열심히 해보자'고 설득했다. 선수단 반응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도 구단이 전임 감독의 전권을 침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변함없이 "갑자기 발령을 받고 왔기 때문에 정확한 상황은 알지 못한다"는 해명으로 일관했다. 그저 "구단은 선수들이 잘 뛰고 우승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팀 분위기를 잘 추스르고 코칭스태프와의 소통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반영하면서 (구단을) 운영하겠다"고 원론적인 해결책을 내놨다.
흥국생명은 이영수 수석코치가 대행을 맡아 5일 경기를 치렀다. 신 단장은 "새 감독은 신중하게 협의하되 빠르게 선임할 계획이다. 새 감독이 오시면 선수들과 힘을 합쳐 나머지 라운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인천=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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