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꼬리까지 선명히 보여줬다…CES 화두는 ‘조용한 혁신’
알라스카 오로라는 65형(대각선 163㎝) 대형 화면의 끝자락까지 흐릿하거나 번지지 않고 또렷이 담겨 있었다. 캐나다 밴프의 빅토리아 빙산은 에메랄드빛을 투영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노스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소비자가전쇼(CES) 2023’ 개막을 하루 앞두고 LG디스플레이는 신기술 ‘메타 테크놀로지’ 설명회를 열었다. 이 회사 김한섭 전무는 “빛 방출을 극대화하는 초미세 렌즈와 휘도(화면 밝기)를 높이는 소프트웨어를 결합했다”며 “현존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중 가장 밝으면서도 에너지 효율은 높이고, 수명을 연장한 친환경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정상화하는 CES 2023은 이렇게 개막 전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BMW 등은 이날 일제히 미디어데이 행사를 통해 신기술‧신제품을 공개했다. 핵심 키워드는 초(超)연결과 모빌리티 확장, 친환경이었다.
올해에도 3800여 참여 기업‧기관 중 가장 넓은 3368㎡(약 1000평) 규모의 부스를 차린 삼성전자는 초연결을 화두로 삼았다. TV와 로봇청소기·세탁기·냉장고 등 각각의 가전제품이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하나의 제품’처럼 구동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스로 기능을 업데이트하기도 하고, 타사 제품과도 연동된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전시장 공중에 TV를 매달아 ‘선이 없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주변 기기와 연결된 ‘제로 커넥트’ 박스를 통해 스크린 주변에 전원을 제외한 모든 선이 사라지게 한 기술이다.
무엇보다 이번 CES는 모빌리티의 진화가 인상적이었다. 주최 측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오토쇼 중 하나’라고 홍보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업체 소니는 매년 선보이던 TV 대신 자동차를 전면에 세웠다. 지난해 ‘비전S-02 콘셉트’라는 전기차에 이어 혼다와 공동 설립한 ‘소니혼다 모빌리티’를 통해 ‘아필라’를 소개했다. 미즈노 야스히데 소니혼다 모빌리티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는 ‘움직이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될 것”이라며 “2026년 북미에 첫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CES에 불참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모두 대형 부스를 열어 ‘귀환’했다. 교집합은 역시 모빌리티였다. MS와 아마존은 별도로 모빌리티 부스를 마련했다. 두 회사는 각각 벤츠·다임러, 현대차 같은 완성차 업체에 제공한 클라우드와 차량용 솔루션을 전시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인 ‘지포스 나우’를 현대차·폴스타(볼보의 전기차 브렌드)·BYD 등에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인 ‘스팀’과 연동하면서 자동차에서도 콘솔 게임을 즐길 수 있다.구글은 5일 자동차 전용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오토’의 새 기능을 공개할 전망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기업들에 새로운 혁신 요소로 떠올랐다. 이번 CES에서도 삼성전자·SK그룹·LG전자 등 주요 기업은 주요 공간을 할애해 ESG 전략을 소개했다. LG전자는 휠체어 이용 고객을 위해 안내판 높이를 낮추고, 수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LG 클로이 가이드봇을 배치했다.
2017년부터 CES를 관람해온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발표한 로봇·자율주행 같은 큰 그림을 완성하려면 각 요소의 기술을 구체화하는 것이 숙제”라며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 않지만 산업 간 융합, 구조 변화를 통해 ‘조용한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라스베이거스=최은경·심서현·박해리 기자, 이동현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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