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 신년인사회, 안철수∙나경원은 마이크도 못 잡았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당권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권성동 의원이 5일 전격 불출마 선언하면서 친윤계 후보간 교통 정리가 시작됐고,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 여부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권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최측근이 지도부에 입성할 경우 당의 운영 및 총선 공천에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이라는 당원의 우려와 여론을 기꺼이 수용하기로 했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초 6일 출마 선언을 하려던 권 의원의 이날 불출마는 전격적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사면·복권된 이명박 전 대통령 예방 사진을 공개하는 등 당권 행보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권 의원이 “차기 대통령 출마에만 몰두에 둔 사람이 당 대표를 맡으면 필연적으로 계파를 형성할 것”이라며 사실상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저격하면서 여권에선 “권 의원의 중도 포기가 결과적으로 김기현 의원을 돕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다만 당권 경쟁을 하면서 권 의원과 김 의원의 관계가 냉랭해진 만큼 권 의원은 “다른 후보들이 어떤 연대를 하는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권 의원이 김 의원을 돕느냐, 나 전 의원을 돕느냐에 따라서 경선 판도는 요동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 불출마 선언 3시간 뒤 배현진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송파을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는 ‘윤핵관’ 장제원·이철규 의원과 친윤계 모임 ‘국민공감’ 소속 의원 30여명이 모였다. 당초 이 행사는 ▶권성동 의원 출마 선언 하루 전에 ▶친윤계 의원이 다수 결집해 ▶김기현 의원만 특강에 나서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하지만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도 행사에 참석하며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행사장에서 두 사람은 마이크를 잡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사회를 맡은 배 의원은 김 의원을 소개한 뒤 “요새 가장 핫한 남자인 것 같다. 하다보니 또 김장이 됐다”며 곧바로 장제원 의원을 소개했다. 친윤계 의원이 첫 줄에 앉는 바람에 둘째 줄에 앉아 있던 안 의원과 나 전 의원은 김 의원이 특강을 하자 그제야 첫 줄로 옮길 수 있었다.
행사 시작 전 김기현·장제원·이철규·배현진 의원 등은 참석자들과 서로 손을 맞잡고 만세하는 사진을 찍었지만, 미처 행사장에 도착하지 못한 안 의원은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나 전 의원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권 의원의 불출마를 놓고도 경쟁자의 의견은 엇갈렸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희생적 결단이 당 단합을 도모하는 커다란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에 나 전 의원은 “권 의원이 (출마를) 한다고 했는데 하지 않아서 안타깝다”고 했다. 안 의원은 ‘친윤계 후보간 교통 정리로 보느냐’는 질문에 “꼭 그렇게 보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한때 권 의원과 ‘브러더(형제)’ 사이로 통했던 장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라며 “(사전 교감이 있지 않은) 본인의 고독한 결단”이라고 했다.
행사 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자격으로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진행한 나 전 의원은 “만약에 정말 제가 당권에 도전하게 된다면 당연히 이 직은 내려놔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며 “(만약 출마하면) 그 자리(국민의힘 대표)에서 더 크게 (윤 대통령을) 도와드릴 수 있지 않나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나 전 의원은 “설 연휴 전에는 출마 여부를 밝힐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 출마론’을 띄운 윤상현 의원은 이날 오후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출마 선언을 했다. 윤 의원은 “박정희의 정신으로 수도권으로 진격하자는 의미로 구미에서 출정식을 열게됐다”며 “우리 당은 사실상 영남권 자민련이다. 영남에 국한되는 국민의힘이 아니라 수도권에서 이길 수 있는 국민의힘을 만들어 달라”고 외쳤다.
이번 전당대회가 100% 당원투표로 치러짐에 따라 책임당원이 다수 포진한 TK를 출마 선언 장소로 택했다는 관측이다. 윤 의원은 행사 뒤 권 의원 불출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권 의원이) 대통령의 최측근에 대한 우려에 가장 주안점을 뒀다”며 “최측근을 우려한다니 생각나는 분들 있다. 최측근들 좀 자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사실상 ‘김장 연대’를 직격했다.
윤 의원 출정식엔 수도권 출마론을 고리로 연대 전선을 펴고 있는 안철수 의원이 축전을 보냈다. 안 의원은 “윤 의원과 저는 이번 전당대회가 단순한 대표 선출 행사가 아니라, 다음 총선 승리의 교두보가 되어야 한다는 데 공통의 인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 자리에는 동서화합미래위원회, 봉정포럼 회원 등 윤 의원 지지자 약 400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했으며,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이 화환을 보냈다.
구미=김다영 기자, 윤지원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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