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애 원장의 미용 에세이] 남산에서

전병선 2023. 1. 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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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문학의집 여섯 번째 수업시간인데 오늘 처음으로 택시를 탔다.

몸도 피곤했지만 사실은 6월의 녹음 짙은 남산의 아름다운 산자락을 다시 한번 보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오늘 택시를 탄 것은 참 가치 있는 선택이었다는 생각에 한층 마음이 뿌듯했다.

가까이 택시 곁으로 왔다가 내가 타고 있는 것을 보더니 난감한 듯, 한 손에 책과 서류인지, 무겁게 들고 안절부절 다급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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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문학의집 여섯 번째 수업시간인데 오늘 처음으로 택시를 탔다. 몸도 피곤했지만 사실은 6월의 녹음 짙은 남산의 아름다운 산자락을 다시 한번 보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 옆의 창문 도어를 조금 열었다. 비록 차창 속에서 보는 풍경이지만 가까운 곳에서 상큼한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순간 순식간에 내 속이 후련했다.

오늘 택시를 탄 것은 참 가치 있는 선택이었다는 생각에 한층 마음이 뿌듯했다. 남산을 넘어 퇴계로를 향해 비탈길을 내려가는데 때마침 건장한 서양 청년이 손을 흔들며 허겁지겁 쫓아왔다. 가까이 택시 곁으로 왔다가 내가 타고 있는 것을 보더니 난감한 듯, 한 손에 책과 서류인지, 무겁게 들고 안절부절 다급한 표정이었다.

우선 나는 그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였다. 안심하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나는 기사에게 저분 좀 태워 드렸으면 좋겠다고 하니 고객이 계시는데 안 된다고 했다. “여긴 차가 없는 곳인데 저분이 모르는 걸 보니 한국에 사는 이가 아니네요. 염려 마시고 세워주세요”라고 부탁했더니 못마땅한 표정으로 차를 세웠다. 그는 서툰 말씨로 “감사합니다” 이어서 “땡큐”를 연발하며 “어디까지 가느냐?” 묻는 내게 “충무로”라고 대답했다.

나는 잠시 후 내릴 테니 잘 가시라고 말을 건넸다. 잠시 후에 내가 내리려는데 그는 그 짧은 틈에 기사더러 “I will do pay ”하고 내가 카드를 꺼내니 아예 반쯤 일어서며 마담 “no no !! ”나는 아니라고 해도 이번에는 기사까지도 그냥 내리시라고 거긴 한나절 서 있어도 차 안 서는 곳이라고 했다.

뜻밖의 일에 당황했지만 고마움과 미안함에 그저 손을 흔들어주며 한국에서 좋은 시간 되길 바란다는 인사를 했다. 그는 택시가 가는 동안 내내 창틀 쪽으로 고개를 내밀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나 또한 그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행여 불친절이나 불이익을 당한 일이 있었을지라도 오늘 모든 일이 잘 풀려서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좋은 나라 사람 우선이라는 인간애가 넘치는 아름다운 나라로 기억해 달라는 간절한 내 마음을 함께 담아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좀 전에 무슨 일로 그리 다급하고 당황했는지, 나는 아는 바가 없고 또한 알 수도 없었지만 타국에서 그에게 급한 상황이 생겼으며 그는 선한 사람이었다. 그에게 내가 보낸 따뜻한 마음만큼 나그네의 여행길이 형통하리라는 믿음이 가는 신사 같았다. 누구든지 우리나라에 살다 가던 잠시 여행자의 신분이던 자신의 고국에 돌아가서라도 대한민국 우리나라를 잊지 못하는 사람이었음 좋겠다. 무엇인지 좋은 인연과 아름다운 추억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것은 세계 방방곡곡에서 우리나라를 축복하는 천사들의 합창 같은 메아리가 되어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남산 문학의집을 향해 불시에 내가 탔던 택시는 나보다는 그 외국 신사의 필요를 위해 준비된 것이 확실했다. 내일은 내게 또 어떤 일이 준비될까.

<밝아오는 봄>

봄이 솟아 나왔다
가슴에 각기 이름표 달고
밤하늘에 숱한 별들의 이름처럼
그분이 저들의 이름을 불렀다
아주 분명하게
봄이다 속히 나오라
노란 수선화, 백색 프리지아
하늘에서 떨어진 별꽃들이
저 지하에도 숨어있었다

주인의 목소리를 들었겠지
머리에 홍보석 월계관 쓰고
이슬 머금은 미소 안고
터져 나온 저 꽃술들
저들은 겁내지 않았다.
엄습하는 죽음의 그늘을
불굴의 의지로 이겨낸 전사
사명이 있는 자 죽지 않는 것
씨앗일 때부터 알았을까

◇김국에 원장은 서울 압구정 헤어포엠 대표로 국제미용기구(BCW) 명예회장이다. 문예지 ‘창조문예’(2009) ‘인간과 문학’(2018)을 통해 수필가, 시인으로 등단했다.
정리=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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