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불출마한 날, '모태TK' 동영상 올린 나경원

이지은 2023. 1. 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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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출신 권성동, 원조 TK 주장
서울 출신 나경원, 모태 TK 강조
나경원 동영상 정치적 메시지 관심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원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5일 출마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불출마 선언을 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지도부에 입성할 경우,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이라는 이유를 달았지만, 친윤계 당권주자간의 '교통정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실상의 친윤 교통정리

권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제가 출마할 경우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아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여론을 수용했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윤심,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이 어디 있는지는 오는 3월 전당대회의 결과를 좌우할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아 왔다. 특히 전당대회 경선 규칙이 '당심 100%'로 바뀐 뒤에는 그럴 여지가 더 커졌다. '비윤(非尹)' 대표주자로 평가받는 유승민 전 의원을 제외하고는 후보마다 서로 '친윤(親尹)'임을 어필하며 당심 잡기에 나섰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장제원 의원이 7일 국회에서 열린 공부모임 '국민공감'에 참석, 인사를 나눈후 돌아서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하지만 문제는 그러다 보니 '윤심팔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윤심 마케팅이 과열되고, 친윤계 당권주자가 난립했다. 윤 대통령의 관저 초청 사실이 공개되면서 당의 비전 제시보다는 '누가 윤 대통령과 더 친한가'에 주력하는 분위기마저 만들어졌다. 윤희숙 전 의원은 4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 "다들 '누구랑 친하다'로 싸우는 느낌"이라며 이를 저격하기도 했다.

'누구에게 진정한 윤심이 있느냐'를 두고도 당내에서 혼란이 인다. 이른바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에 윤심이 실렸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하태경 의원은 "실제로 김장 연대에 윤심이 실렸다는 걸 부정하는 게, 관저에 제일 많이 갔다 온 분이 권 의원"이라며 이를 일축했다. '범친윤계'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 부부도 대통령 관저에 초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원조 윤핵관으로 꼽혔던 권 의원의 불출마는 사실상의 '친윤계 교통정리'로 읽힌다.

나경원의 의미심장한 '모태 TK' 동영상

그의 불출마 선언 직후,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의미심장한 동영상을 하나 올렸다. 지난 2일 대구경북(TK) 신년교례회 때 찍힌 것이다. 당시 권 의원이 '원조 TK'임을 강조하자, 이에 대응해 나 부위원장이 "제가 모태 TK"라고 대응한 부분이 담긴 2분 남짓한 동영상이다.

동영상에 담긴 그의 발언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여러분들이 늘 묵묵하게 여러분들의 손해는 감수하고 나라를 위해 생각해 주셔서 감사하다. 그래서 저는 대구경북 당원동지 여러분들이 더 이상 손해 보지 않으시도록 함께 하려 한다"고 했다. 사실상 당 대표 출마 의지를 드러낸 발언이다. 당원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나 부위원장은 아직 출마를 결정짓지는 않았지만, SNS를 통해 틈만 나면 출마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단 그가 출마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역시나 윤심이다. 지난 10월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과 기후대사를 겸직하는 등 이 정부에서 중책을 두 개나 맡게 된 그가 직책을 맡게 된 지 2개월 만에 당 대표 출마를 이유로 직을 내던지는 것은 보기 좋지 않을뿐더러, 임명권자인 윤 대통령의 권위에도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이재오 국민의힘 고문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공직 두 개를 겸하고 있는데 거기가 다 윤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라며 "임명권자가 자기가 임명할 때 대표로 나오지 않을 거라고 하고 임명을 했을 텐데, 임명한 지 두 달도 안 돼서 대표 나간다 그러면 임명권자는 아주 우스워진다, 권위가"라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나 부위원장도 지난 3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대통령께서 저한테 인구 문제 업무를 맡기셨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말씀을 또 나눠야 하지 않나"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심의 향방에 따라 그 역시 '교통정리'가 될 여지가 있다. 안 의원 부부를 관저로 초청한 윤 대통령은 조만간 나 부위원장 부부도 관저로 초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나 부위원장은 어떤 형태로든 윤심을 확인하고 최종 출마 결정을 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나 부위원장의 '모태 TK' 영상은 절대로 교통정리당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한편 이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앞에서 출정식을 열고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윤 의원의 지지율은 여론조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이날 불출마를 선언한 권 의원보다는 낮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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