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남성 절반이 ‘비만’ 상태… 기준이 잘못된 걸까
BMI 증가는 지방도 증가한다는 뜻
◇30대 남성, 코로나 이후 54.9%가 비만
질병관리청이 최근 ‘국민건강영양조사 기반의 비만 심층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9세 이상 남성의 비만율은 2008년 35.9%에서 2021년 44.8%로 증가했다. 특히 30~39세 남성의 비만 유병률이 두드러졌다. 코로나 유행 전(2018~2019년) 48.9%에서 코로나 유행 후(2020~2021년) 54.9%로 6%p 증가했다. 46.2%에서 54.2%로 상승한 40대 남성도 상황은 비슷했다.
반면, 성인 여성의 비만율은 남성과 비교하면 큰 변화가 없었다. 2008년 26.4%에서 지난해 29.5%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코로나 유행 전후 비만율도 남성과 다르게 전 연령에서 차이가 없었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비만율 성별 차이는 사회문화적 측면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며 “최근 남성 비만율의 가파른 증가세는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근육량 높아도 비만으로 분류되는 게 BMI의 문제?
그런데 비만율 계산에 쓰이는 BMI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단순히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기 때문에 키가 크거나 근육량이 많아도 비만으로 분류된다. 사람의 몸에서 가장 무거운 조직은 골격근이다. 같은 무게의 근육을 체지방과 비교하면 지방의 부피가 15~20% 크다. 뚱뚱한 사람보다 근육량이 많은 사람의 체중이 무거운 이유다. 키가 커서 골격근이 많은 사람의 BMI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비만 기준이 야박해 보이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비만 기준은 BMI 30 이상이다. 과체중은 25~29.9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WHO의 일부 전문가가 2000년 협의해 권고한 아시아·태평양 기준을 따른다. 비만은 BMI 25 이상이고 23~24.9는 과체중이다.
◇인구통계학적으로 BMI 증가는 지방도 증가한다는 뜻
전문가들은 BMI가 인구통계학적으로 객관적인 지표라고 말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철희 교수는 “인구의 BMI가 높아질수록 비만 관련 질환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가 있다”며 “BMI는 대체가 어려운 지표로 한 집단의 BMI가 늘면 그만큼 지방의 양도 증가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아태(아시아태평양) 기준을 따로 만든 데에도 이유가 있다. 동양인이 비만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강재헌 교수는 “예컨대 서양인과 동양인의 BMI가 똑같이 27이라고 가정했을 때 지방간, 당뇨 등을 앓고 있을 확률은 동양인이 높다”며 “공중보건학적 관점에서 비만 유병률을 관리하는 데에도 아태기준이 적절했다”고 말했다.
비만 기준을 30으로 높인다고 해도 상황은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비만율이 증가한 사례도 있다. 중국은 사망 위험 등 여러 지표를 고려해 과체중을 24 이상, 비만을 28 이상으로 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인 비만 유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5~2019년 중국 18세 이상 성인의 비만 유병률은 34.3%, 과체중은 16.4%로 조사됐는데, 1992년과 비교해 2.5배가량 증가한 수치였다.
◇“느슨한 기준보다는 고삐 당겨야 할 때”
대한비만학회는 지난해 3월 BMI에 관한 논란을 종결시킨 바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미국 등의 다양한 연구 결과를 분석한 뒤 한국인은 서구인보다 BMI가 5 낮은 수준에서 비만 관련 질환의 발생 위험도가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근거로 비만 기준을 재확인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느슨한 기준을 제시하기보다는 고삐를 당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혈압, 당뇨병처럼 진단 기준과 치료 목표를 보다 엄격히 설정할 시점이다. 김철희 교수는 “BMI 논란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지만 근육보다는 지방이 훨씬 증가하기 쉬운 조직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급증하는 남성 비만율은 위험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강재헌 교수는 “지금은 비만 컷오프의 기준을 논하기 보다는 비만에 의한 사회적 손실을 막기 위해 제도적 장치들을 손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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