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그냥 나간다"…제주 카페 점주들 '일회용컵 보증금' 분통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안내하면 커피를 사려던 손님이 그대로 나가버려요."
제주시에서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오정훈 씨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불만을 터뜨렸다. 1500원짜리 커피를 가져가는 손님에게 "300원을 돌려받으려면 컵을 세척해서 라벨이 훼손되지 않은 채 반납해야 한다"고 안내하면 그냥 가게를 나가버린다는 것이다. 그는 "보증금제 시범 운영 카페들 매출이 30~40%는 줄어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지난 한 달 간 제주·세종에서 시범 운영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두고 정부와 현장 간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5일 환경부는 시범 운영 기간 총 10만개의 일회용 컵이 반환되는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제도 형평성과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시범 운영 대상 652개 매장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여곳이 제도를 '보이콧'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일회용컵으로 음료를 판매할 경우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포함해 판매하고, 다 마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 300원을 소비자에게 반환하는 제도다. 2021년 기준 28억개에 달하는 일회용컵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제도다. 2020년 6월 관련 법률이 제정됐고 지난해 12월 2일 제주와 세종시의 카페·제과제빵·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전국 가맹점 100곳 이상 보유) 업체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이 시작됐다. 정부는 3년 내(2025년 말 이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바코드 라벨비부터 회수비까지 점주 부담"
점주들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불만이 많았다. 일회용컵에는 보증금 지불을 확인할 수 있는 바코드 라벨을 붙여야 하는데 여기서 컵 1개당 라벨비 7원의 점주 부담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회수 과정의 혼란도 적지 않다.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은 측은 "반납·세척·보관·수거 모두 점주의 몫이고, 반납 기준이 모호해 반납을 거부하는 고객과의 다툼도 생긴다"고 말했다.
반납컵 회수 전까지 보관과 위생 문제도 점주가 책임질 몫이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환경부와 프랜차이즈 본사가 300여차례 회의를 진행했다는데, 프랜차이즈 본사의 역할은 다 빠져 있다"며 "본사의 역할은 왜 빠진 건가"라고 말했다.
형평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대형 개인 카페들이 시범 대상에서 빠지면서, 시범 대상이 된 프랜차이즈 카페만 매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은 전국의 비프랜차이즈 카페(개인 카페)가 개인 카페보다 2배 이상 많다고 주장한다.
세종과 제주만 대상으로 선정한 것도 차별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고 이사장은 "주먹구구식으로 할 게 아니라, 제대로 준비해서 전국 단위로 시행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증금 제도는 카페 점주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가맹본부의 책임은 명확하지 않은 제도적 허점이 명백하다"고 했다.
"인프라 갖춘 후 전국 동시 시행해야"
보이콧 움직임이 거센 제주 지역 카페 점주들은 보증금제 미이행 매장에 과태료가 부과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환경부는 당분간 보증금제 미이행 매장을 단속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속과 과태료 부과 권한이 지자체에 있어 지자체 의지에 따라 언제든 단속과 과태료(300만원) 부과가 이뤄질 수 있다.
카페 점주들은 "일회용컵 줄이기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일부 지역, 일부 카페를 대상으로 주먹구구식 운영이 아닌, 일회용컵의 원활한 회수를 위한 인프라를 갖추는 등 철저한 준비를 해 전국에서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환경부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협업해 컵 반납 시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제도 확대 방안을 마련하고 제도 이행 부담 경감을 위한 개선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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